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라씨로
KYD 디데이
산업 재계·경영

속보

더보기

불법 쟁의행위에도 노조 손 들어준 법원...신음하는 국내 기업들

기사입력 : 2025년02월10일 16:11

최종수정 : 2025년02월10일 16:11

현대차 노조 '불법 점거 피해' 노동자 배상책임 면제
노동자 측, '피해 회복' 주장하면서도 입증 못해
재계 "불법 쟁의행위에 대해 면죄부를 준 판결"

[서울=뉴스핌] 김승현 기자 = 법원이 노조의 불법 쟁의행위로 인한 피해 배상 소송에서도 노조 측 손을 들어주는 판결을 내리며 대내외 불확실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기업들의 신음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공장 불법 점거로 생산라인이 멈췄더라도, 노조 측이 고정비용 및 매출 감소 등 회사 측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또한 지난해 12월에는 대법원이 11년 동안 유지돼 오던 통상임금 판례를 뒤집는 등 산업계에 혼란을 불러오고 있다는 평가다.

현대차 노조. [사진=현대자동차 노동조합]

10일 업계에 따르면 부산고등법원 민사6부는 현대자동차가 금속노조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및 지회 노조원들에 대해 불법 쟁의행위로 비롯된 손해를 배상하라며 낸 소송의 파기환송심에서 현대차 측의 청구를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현대차 비정규직지회가 지난 2012년 8월 사내하청 비정규직 근로자의 직접 고용을 요구하며 울산공장 의장라인 등을 불법으로 멈춰 세웠으나, 해당 기간 초래된 매출 감소 및 고정비용 손실 등 회사 측 손해에 대해 배상 책임이 없다고 본 것이다.

앞서 법원은 1심과 2심에서 현대차 측의 일부 승소를 판결했으나, 대법원은 지난 2023년 6월 손해배상액을 재산정하라며 원심판결을 파기 환송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노조 측 손을 들어준 부산고법의 이번 판결은 불법 쟁의행위로 입은 기업의 피해 회복을 명시한 기존 법리와 배치된다는 우려가 나온다.

우선 이번 판결은 민사소송법의 기본 원칙인 '입증책임의 원칙'을 외면했다는 지적이다. 노조 측 책임을 인정한 1심 및 2심 판단과 달리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파업 후 추가 생산을 통해 부족 생산량이 만회됐다'는 노조 측의 주장을 수용했다.

이러한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파업 후 추가 생산으로 부족분이 만회되었는지 여부를 노조 측이 증명해야 한다. 하지만 노조는 재판 내내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할 객관적 자료를 제시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노조 측의 불법 쟁의행위로 생산하지 못한 부족 생산량을 만회하기 위한 추가 생산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불법 파업 종료 후 상당 기간 내 추가 생산을 통해 부족분이 만회되었는지 여부를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는 대법원의 파기환송 취지와도 배치되는 것으로, 재판부가 민법의 기본 원칙을 도외시했다는 지적을 완전히 피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이번 판결을 두고 법원이 증거 및 사실을 인정하는 과정에서 지켜야 할 '채증법칙(採證法則)'에 충실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채증법칙은 누구나 납득할 수 있고 객관적으로 타당한 증거를 채택하려면 논리칙과 경험칙을 지켜야 한다는 원리다.

재판부는 불법 쟁의행위가 일어났던 2012년 8월에는 당초 계획 생산량보다 1만2700대가 적게 생산됐지만, 연간 계획 생산량 기준 3300대가 더 생산됐다며 파업 이후 추가 생산이 이뤄진 것으로 결론지었다.

이에 대해 현대차 측은 매년 초 세우는 '계획 생산량'은 미확정 단순 목표치에 불과하며, 시장 상황에 따라 매월 탄력적으로 운영되는 실제 '운영계획' 상으로는 2012년 연간 목표 대비 1만6150대가 적게 생산됐다는 점을 적극 주장했다. 심지어 피고 측 증인도 실제 운영계획은 계획생산량 대비 수정된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고, 불법 쟁의행위로 인한 부족 생산량이 모두 만회됐다고 결론지었다.

또한 현대차의 생산방식을 두고서도 재판부는 고객이 원하는 차종과 사양을 정하면, 그에 맞는 차량을 생산하는 '주문생산방식'이라고 판단했다. 일시적 생산 지연에도 고객이 곧바로 매매계약을 취소하지 않을 개연성이 높고, 따라서 매출 감소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취지다.

그러나 자동차업계는 일반적으로 고객 주문이 없더라도 일정 물량 이상의 재고를 확보해둔다. 현대차 역시 고객 주문 물량 외에도 다양한 옵션의 차종을 미리 생산하고 있다. 따라서 불법 쟁의행위에 따른 조업 중단 시 생산 및 판매 차질이 불가피하다.

현대차는 재판 과정에서 주문생산방식으로 차량을 생산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다양한 증거를 통해 입증했고, 노조 측 증인 역시 인정했지만 마찬가지로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파기환송심 판결은 법리를 오해하고 채증법칙을 위반해가며 생산시설 점거와 같은 불법 쟁의행위에 사실상 면죄부를 줬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며 "향후 다양한 불법 변칙 쟁의행위를 조장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이번 부산고법 판결에 앞서 이뤄진 대법원 통상임금 판례 변경에 따른 후폭풍도 국내 기업들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지난해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통상임금을 정하는 기준에서 고정성을 폐기했다. 소정근로 제공에 대한 대가로 지급받는 정기성과 일률성이 있는 임금은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결하면서 통상임금 범위를 확대했다. 일한 대가로 조건 없이 지급되는 '고정성'이 있어야 통상임금이라는 2013년 판례를 11년 만에 뒤집은 것이다.

통상임금은 다양한 수당 등을 산정하는 기준이다. 때문에 통상임금으로 인정받는 임금이 늘어나면 이에 연동되는 수당도 증가해 노동자에게는 유리해지는 반면, 기업에는 인건비 증가 부담요인으로 작용한다. 때문에 대법원의 통상임금 판결은 노조에 유리한 결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대법원 판결 이후 노조의 과도한 요구로 경영계에는 후폭풍이 불고 있다. 대법원은 판결 당시 소급적용을 인정하지 않았지만, 일부 대기업 노조는 과거 소급분까지 받아내겠다는 입장을 천명하고 있다.

또한 노조 지도부가 주도하는 소송전에 수만 명이 참여하는 실제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2심까지 회사 측이 승소한 기존 통상임금 소송이 대법원에서 유사한 이유로 파기환송되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기업들은 해외에서는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경쟁심화 등으로 힘겨워하고 있고, 국내에서는 저성장 속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며 "사법부의 노사관계 관련 최근 판결들은 가뜩이나 어려운 처지에 놓인 기업들을 더욱 힘들게 만들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kimsh@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100% 자율 '의대 증원' 논란 재점화 [세종 = 뉴스핌] 김범주 기자 = 2026학년도 의과대학 정원 증원 규모를 대학에서 100% 자율로 결정하도록 하겠다는 보건복지부(복지부) 방침이 나오면서 대학 내 갈등 조짐이 예상된다. 특히 의대 증원에 대한 결정권을 누구에게 부여할지를 놓고 의료인력 주무 부서인 보건복지부(복지부)와 대학 업무를 맡고 있는 교육부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어 향후 논란이 전망된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2회 국회(임시회) 제6차 본회의에서 의대정원 증원 추진과정에 대한 감사요구안이 가결되고 있다. 2025.02.14 mironj19@newspim.com 19일 대학가에 따르면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의대협회·KAMC)는 각 대학 총장에게 '증원 전 정원 규모인 3058명으로 해야 한다'는 취지의 공문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복지부는 국회 보건복지위 법안 심사 소위에서 '의료 인력 수급 추계위(추계위)' 관련 법안 심사 과정에서 '2026학년도 의대 정원 특례 조항'을 법안 부칙에 담을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2026학년도 의대 증원 규모를 각 대학이 100% 자율로 결정하도록 하자는 것이 골자다. 지난해 늘어난 모집 인원의 50%까지 줄일 수 있도록 허용했는데, 올해는 100% 자율로 결정하게 하자는 뜻이다. 해당 안이 받아들여질 경우 각 대학은 지난해 정부가 증원한 2000명 범위 내에서 자율적으로 증원 규모를 결정하게 된다. 이 경우 기존 3058명에서 5058명으로 올해보다 더 늘어난다. ◆의대 교수들 "증원 0명 돼야" vs. 대학 총장 "이미 예산 투입" 문제는 지난해 벌어졌던 대학 내 갈등이 올해도 재현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 있다. 의대협회·KAMC 측은 각 대학 총장에게 '정원은 3058명으로 해야 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 압박하고 나섰다. 증원 전 정원 규모로 회귀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의대교수들은 현재 시설로는 증원된 규모의 의대생들을 교육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유지해 온 반면 대학 총장들은 예산 확보를 통해 교육 시설을 확충했다고 반박하고 있다. 수도권의 한 대학 총장은 "의대 증원 규모를 고려해 교수진을 추가로 확보하는 등 의대 교육을 위한 투자가 시작됐다"며 "원점으로 되돌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강조했다. 정부 부처간 입장도 갈리고 있다. 의대 증원과 관련해 대학에 100% 자율권을 줘야 한다는 복지부와는 다르게 교육부 내부에서는 '의대 문제를 대학에 떠넘겨서는 안 된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교육부의 한 관계자는 "의대생 복귀와 학사 정상화를 위한 정부 차원에서의 노력이 있지만, 복지부 방안대로 진행할 경우 갈등 구조가 대학으로 확산되는 꼴이 된다"며 "그럴 경우 책임을 대학이 떠안게 된다"고 우려했다. 이어 "지난해 의대 증원 과정에서 내부적으로 신뢰에 큰 타격을 받은 대학이 올해도 같은 상황을 반복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한편 복지부 측은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은 원칙적으로 보건의료기본법 개정 또는 보건의료인력지원법 개정을 통해 의료인력수급추계위원회에서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wideopen@newspim.com 2025-02-19 20:21
사진
이재명 "민주당 중도보수" 정체성 논쟁 [서울=뉴스핌] 지혜진 박찬제 윤채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때아닌 이념 정체성 논란에 휘말렸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민주당은 중도보수 정당"이라고 규정하고 나서면서다. 이 대표는 19일 "민주당은 원래 성장을 중시하는 중도보수 정당이다. 국민의힘은 극우보수 또는 거의 범죄정당이 돼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이 대표가 전날 유튜브 채널 '새날'에 출연해 "우리는 진보가 아니다. 민주당이 중도보수 정권으로 오른쪽을 맡아야 한다"고 말한 데 대해 기자들이 발언의 의미를 묻자 답한 것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진=뉴스핌DB] 당 지도부는 이 대표의 말에 힘을 보탰다.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이날 SBS라디오에서 "(민주당의) 정치 성향을 구태여 규정하자면 중도보수적인 스탠스가 맞지만 당은 진보적인 지향을 갖고 있다"면서 "현실적으로 민주당보다 더 진보적인 입장을 갖고 있는 정당들이 있다"고 했다. 5선의 정동영 의원은 KBS라디오 인터뷰에서 "유럽식 기준으로 보면 민주당은 진보정당이 아니다"고 거들었다. 당 안팎에서는 이 대표 발언을 두고 반응이 엇갈린다. 중도층 포석을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있는가하면 민주당이 추구해온 진보적 가치를 부정하는 경솔한 발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초선 의원은 "대표께서 말한 것은 결국 운동장을 넓게 쓰자는 것 아닌가. 조기 대선을 앞두고 운동장을 넓게 써서 나쁠 것은 없다고 본다"고 했다. 또 다른 당 관계자는 "지금 정치권이 합리적 보수가 설 자리가 없는 상황이 아닌가. 보수가 제대로된 정치세력으로서 역할을 못하고 있으니 민주당이 합리적 보수 진영이 해야할 기본적인 부분까지 같이 고민하자는 뜻 아니겠나"라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중도 확장성을 염두에 둔 발언"이라고 했다. 이에 반해 한 3선 의원은 "(중도보수 정당 스탠스가)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 (민주당은) 복지는 진보적이고 국방·경제는 보수적인 면도 많다"면서 "우리가 중도라고 해서 중도층 표가 오는 건 아니다. 중도는 정치인의 태도나 자세를 제일 먼저 본다"고 지적했다. 야권 잠룡으로 꼽히는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페이스북에서 "이 엄중한 시기에 왜 진보-보수 논쟁을 끌어들이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유구한 역사를 가진 우리 민주당의 정체성을 혼자 규정하는 것은 월권이다. 비민주적이고 몰역사적"이라고 비판했다. 김 전 총리는 "김대중 대통령은 민주당을 '중산층과 서민의 정당'이라고 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민주주의의 최후의 보루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라고 했다"면서 "민주당은 강령에 '서민과 중산층을 대변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강령은 당의 역사이자 정신입니다. 충분한 토론과 동의를 거쳐야 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진보의 가치를 존중하며 민주당을 이끌고 지지해온 우리 당원들과 지지자들의 마음은 어떻겠나"라고 반문했다. 비명(비이재명)계 대선주자 연대 플랫폼인 '희망과 대안' 이사장을 맡은 양기대 전 민주당 의원은 "이 대표의 민주당 정체성 발언은 즉흥적"이라며 "제가 아는 민주당은 적어도 중도를 아우르는 진보개혁정당"이라고 꼬집었다. 양 전 의원은 "민주당과 이 대표가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총선에서 '진보 개혁'을 외치며 표를 얻었는데 이제 와서 갑자기 민주당의 정체성을 중도보수 정당으로 규정하는 모습을 보니, 그가 과연 어떤 정치 철학을 가지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했다. 이어 "조기 대선을 앞두고 '우클릭' 등의 연장선에서 나온 즉흥적인 발언으로 여겨진다. 이재명 정치의 본질이 드러났다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들리는 것도 당연하다"며 "이 대표가 당의 정체성을 무시한 채 상황에 따라 말을 바꾸고 필요할 때마다 정당의 가치를 뒤집는다면 어느 국민이 그 정당을 신뢰하겠나"라고 했다. 그는 "이 대표는 마치 자신의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민주당의 정체성을 손쉽게 바꿀 수 있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면서 "아무리 급해도 당의 정체성을 바꾸는 얘기를 공개적으로 하려면 당내의 토론과 숙의 과정을 거쳐야 했는데 유튜브 채널에서 불쑥 얘기한 것도 사당화된 민주당의 현주소를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heyjin@newspim.com 2025-02-19 15:33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