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라씨로
KYD 디데이
글로벌 글로벌경제

속보

더보기

'저금리 시대 다시 못 본다' 지구촌 금리 발작의 진짜 이유

기사입력 : 2025년01월14일 16:27

최종수정 : 2025년01월18일 19:12

과잉 저축 2008년 정점
더 오래 더 높은 금리 시대
2050년 미국 10년물 8%

[서울=뉴스핌] 황숙혜 기자 = 물건 값을 돈으로 책정하듯이 돈의 값은 금리로 매긴다. 물건 가격이 수급을 근간으로 결정되는 것과 마찬가지 논리로 돈의 값도 수급과 직접적인 연결고리를 형성한다.

미국과 영국, 일본까지 '돈 값' 즉 금리가 치솟자 대다수의 투자자들이 트럼프 2기의 정책 기조를 원인으로 지목한다. 대규모 관세와 세금 인하, 반이민, 여기에 국경 강화까지 주요 정책이 인플레이션 상승을 부추기고, 이 때문에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하 사이클이 조기 종료될 상황이라는 얘기다.

흥미로운 사실은 연준이 2024년 9월 이른바 '빅 컷(big cut, 50bp 금리인하)'를 시작으로 100bp(1bp=0.01%포인트)의 금리 인하를 단행한 사이 미국 벤치마크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오히려 100bp 이상 뛰었다는 점이다.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좌)과 연준 기준금리 결정(우) [자료=블룸버그]

이른바 '트럼프 리스크'와 국채시장의 기간 프리미엄을 포함한 이유가 제시되지만 근본적인 해답이라고 보기에는 만족스럽지 않다.

사실 월가와 경제 석학들 사이에 저금리 시대의 종료를 알리는 경고가 나온 것은 1~2년 전부터다. 이들이 제시한 근거는 트럼프 행정부 2기의 출범도 연준의 통화정책도 아니다. 전세계 돈의 수급이 금리 상승을 예고한다는 논리였다. 최근 추세적인 금리 상승과 이에 앞서 수 십년간 저금리 기조의 배경에는 과잉 저축(savings glut)이 자리잡고 있다는 얘기다.

◆ 지구촌 과잉 저축의 소멸 = 지금부터 20년 전인 2005년 벤 버냉키 당시 미국 연준 의장은 지구촌의 과잉 저축을 둘러싼 논쟁에 불을 당겼다.

중국을 필두로 신흥국들이 금융위기에 대비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외환보유액을 대규모로 축적하고 나섰고, 산유국들은 유가 상승을 틈타 대규모 유동성을 쌓아두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버냉키 전 의장의 주장은 별도의 데이터를 통해 사실로 확인됐다. 하노버 프로바이던트의 로버트 더거 대표와 로버트 바스키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이코노미스트를 중심으로 한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순저축액이 1990년 1조4000억달러에서 2000년 3조달러로 두 배 뛰었고, 2011년 9조2000억달러로 치솟았다.

순저축액은 2012년 7조1000억달러로 떨어졌고, 이후 2019년 8조8000억달러 선으로 늘어났다가 2020년 다시 7조3000억달러로 감소했지만 이에 따른 충격은 제한적이었다.

지구촌 순저축액 추이 [자료=세계은행, 하노버 프로바이던트, 블룸버그]

2007~2008년 금융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연준이 제로 금리 정책을 강행했고, 2020년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팬데믹 사태로 인한 침체에 맞서기 위해 주요국들이 재정 및 통화완화에 뛰어들었기 때문.

이와 별도로 세계은행(WB)과 국제통화기금(IMF)의 데이터에 따르면 2008년 전세계 GDP 대비 과잉 저축의 규모가 7.1%에 달했다가 2012년 5.3%로 줄었고, 2023년에는 3.1%까지 떨어졌다.

2000년대 중반 지구촌의 과잉 저축이 급증한 데 대해 석학들은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신흥국들이 외환보유액을 확대한 데다 경상수지 흑자국들의 순저축이 1조2000억달러로 늘어난 데서 이유를 찾는다.

GDP 대비 과잉 저축이 정점을 찍었던 2008년 경상수지 흑자국의 순저축 규모는 1조9000억달러까지 늘어났다. 수출을 앞세워 두 자릿수의 성장을 지속했던 중국과 산유국의 경상수지 흑자가 큰 폭으로 뛰었다.

다수의 데이터와 보고서를 종합해 보면 지구촌의 과잉 저축은 2008년 미국 금융위기를 전후로 정점을 찍었고, 이후 추세적인 감소를 나타내고 있다.

2023년 말 기준 GDP 대비 과잉 저축 규모는 2005년에 비해 반토막으로 꺾였고, 경상수지 흑자국의 순저축도 1조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이 같은 구조적 변화는 중국의 경제 구조 전환과 지구촌의 교역 증가폭 둔화 및 탈세계화, 선진국의 통화정책 정상화와 에너지 시장의 판도 변화 등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돈의 값으로 통하는 금리가 상승한 데는 트럼프 2기의 정책 리스크와 재정적자 확대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보다 근본적으로 돈의 수급 논리가 자리잡고 있다는 지적이다.

◆ 값싼 유동성의 시대 종료 = 그렇다면 지구촌의 과잉 저축이 다시 늘어나 장기 저금리 추세로 복귀할 가능성은 없을까.

경제 석학들과 투자가들은 회의적인 목소리를 낸다. 인구 고령화와 탈세계화, 중국 경제의 위기 상황까지 구조적인 상황을 감안할 때 값싼 유동성이 넘쳐났던 20년 전 상황이 되풀이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마리오 드라기 전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지난 2024년 2월 한 연설에서 저금리 시대의 종료를 예고했다.

미국 실질금리 추이 [자료=블룸버그]

지정학적 리스크가 날로 고조되고, 미국을 필두로 자국 우선주의 정책과 무역 장벽이 곳곳에서 생겨나고 있어 글로벌 과잉 저축을 축소시킨다는 주장이었다.

때문에 세계화를 근간으로 했던 주요국 전반의 저금리 기조가 다시 전개되기는 어렵고, 고금리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월가의 이코노미스트는 무엇보다 중국의 과잉 저축 공급을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교역과 IT 패권을 중심으로 미국의 압박에 시달리는 상황에 과거와 같은 경상수지 흑자 달성이 여의치 않다는 얘기다.

국제통화기금(IMF)은 경상수지 흑자 감소로 인해 중국의 GDP 대비 저축액이 2022년 45.7%에서 2028년 44%로 떨어지는 시나리오를 제시한 바 있다.

미국이 대규모 재정적자와 국가 부채를 떠안고도 국가 부도 위기를 맞지 않은 데는 달러화가 기축통화라는 사실 이외에 과잉 저축과 이에 따른 저금리 기조가 안전판을 제공했기 때문이었다.

각국 중앙은행이 채권시장 개입에서 발을 빼는 가운데 과잉 저축의 축소에 따른 파장은 이미 지표에서 확인되고 있다. 수 년간 이른바 '서브 제로' 영역에 머물렀던 미국 실질 금리가 2021년 하반기 0% 선을 뚫고 올랐고, 2023년에는 2.5%까지 치솟았다.

매크로 인텔리전스 2 파트너스의 줄리안 브리젠 공동 창업자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실질금리와 미 국채의 기간 프리미엄 상승은 글로벌 과잉 저축이 가파르게 떨어진 데 따른 결과"라고 전했다.

2023년 경험했던 것처럼 기간 프리미엄 상승은 장기물을 중심으로 국채 수익률을 끌어올리고, 이는 주식을 포함한 자산시장에 커다란 충격을 가할 수 있어 월가가 신경을 곤두세운다. 아울러 미국의 국채 이자 부담을 높여 재정 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경고다.

◆ 미국 10년물 2050년에는 8% = 금리 상승이 자산시장을 강타한 가운데 시장 전문가들은 '더 오래 더 높은(higher for longer)' 금리를 예고한다. 시장금리가 2007년 미국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복귀하는 수순이라는 진단이다.

월가 [사진=블룸버그]

T. 로우 프라이스가 2025년 1분기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의 5% 돌파와 6%까지 추가 상승을 전망했고, 비안코 리서치 역시 10년물 수익률이 5%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보다 장기적인 금리 상승에 무게를 둔 의견도 나왔다. 브리젠 매크로 인텔리전스 2 파트너스 창업자는 2050년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8%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월가는 고금리에 익숙해져야 할 때라고 입을 모은다. 최근 시장 금리 상승이 중앙은행의 매파 정책보다 거대한 구조적 변혁에서 비롯된 결과라는 얘기다.

로버트 더거 하노버 프로바이던트 창업자는 보고서에서 "연준이 인플레이션 리스크 없이 미국 기준금리를 주요국보다 낮은 수준으로 내리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말 그대로 더 높은 금리가 더 오래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shhwang@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한덕수, 대선 출마 여부에 "노코멘트" [서울=뉴스핌] 이나영 기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미국의 관세 부과 조치에 대해 "맞대응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 대행은 2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양측이 모두 윈-윈(win-win)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한국을 지금의 모습으로 만드는 데는 미국의 역할이 매우 컸다"며 "한국전쟁 이후 미국은 원조, 기술이전, 투자, 안전 보장을 제공했다. 이는 한국을 외국인에게 매우 편안한 투자 환경으로 만드는 데 도움이 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 대행은 미국과의 통상 협상에서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 축소 방안을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서울=뉴스핌] 이길동 기자 =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 2025.03.24.gdlee@newspim.com 한 대행은 "협상에서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와 상업용 항공기 구매 등을 포함해 대미 무역 흑자를 줄이기 위한 방안을 논의할 수 있다"며 "조선업 협력 증진도 미국이 동맹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FT는 "비관세 장벽을 낮추는 방안도 논의될 수 있다"고 한 대행이 언급했다고 전했다. 한 대행은 협상 과정에서 "일부 산업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면서도, 양국 간 무역의 자유가 확대되면 "한국인의 이익도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FT는 방위비 분담금 재협상 여부에 대해서는 사안에 따라 재협상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했다고 전했다. 한편, 한 대행은 6·3 대통령선거 출마 여부에 대해 "아직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며 "노코멘트"라고 답했다. nylee54@newspim.com 2025-04-20 13:43
사진
호미들 중국 한한령 어떻게 뚫었나 [베이징=뉴스핌] 조용성 특파원 = 중국의 '한한령'(限韓令, 중국의 한류 제한령)이 해제되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나라 가수가 중국에서 공연을 한 사실이 알려지며 그 배경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18일 베이징 현지 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3인조 래퍼 '호미들'이 지난 12일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시에서 공연을 펼쳤다. 반응은 상당히 뜨거웠다. 중국인 관객들은 공연장에서 호미들의 노래를 따라 부르기도 하고, 음악에 맞춰 분위기를 만끽했다. 공연장 영상은 중국의 SNS에서도 퍼져나가며 관심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 국적 가수의 공연은 중국에서 8년 동안 성사되지 못했다.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BTS도 중국 무대에 서지 못했다. 때문에 호미들의 공연이 중국 한한령 해제의 신호탄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호미들 공연이 성사된 데 대해 중국 베이징 현지 문화콘텐츠 업계 관계자들은 공연이 소규모였다는 점과 공연이 성사된 도시가 우한이었다는 두 가지 요인을 지목했다. 호미들이 공연한 우한의 우한칸젠잔옌중신(武漢看見展演中心)은 소규모 공연장이다. 호미들의 공연에도 약 600여 명의 관객이 입장한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에서 800명 이하 공연장에서의 공연은 정식 문화공연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된다. 중국에서는 공연 규모와 파급력에 따라 성(省) 지방정부 혹은 시정부가 공연을 허가한다. 지방정부가 허가 여부를 판단하지 못할 경우 중앙정부에 허가 판단을 요청한다. 한한령 상황에서 우리나라 가수의 문화공연은 사실상 금지된 상황이었다. 호미들의 공연은 '마니하숴러(馬尼哈梭樂)'라는 이름의 중국 공연기획사가 준비했다. 이 기획사는 공연허가가 아닌 청년교류 허가를 받아서 공연을 성사시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와 함께 우한시의 개방적인 분위기도 공연 성사에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우한에는 대학이 밀집해 있으며 청년 인구 비중이 높다. 때문에 우한에는 다양한 문화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높다. 게다가 젊은 층이 많은 만큼 우한에서는 실험적인 정책이 시행되어 왔다. 우한시는 중국에서는 최초로 시 전역에서 무인택시를 운영하게끔 허가하기도 했다.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파격적인 정책이 발표되는 우한인 만큼, 한한령 상황임에도 호미들의 공연이 성사됐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베이징의 한 문화업체 관계자는 "우한시가 개방적이라는 점에도 불구하고, 호미들의 공연은 소극적인 홍보 활동만이 펼쳐지는 한계를 보였다"며 "공연기획사 역시 한한령 상황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현지 문화콘텐츠 업체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한국의 최정상급 가수가 대규모 콘서트를 개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어서 빨리 한한령이 해제되기를 기대하고 있지만, 한한령이 해제될 것이라는 시그널은 아직 중국 내에서 감지되고 있지 않다"고 언급했다. 호미들의 중국 우한 공연 모습 [사진=더우인 캡처] ys1744@newspim.com 2025-04-18 13:10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