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연장에 따라 어느 정도 감액, 예정된 일"
1심 "임금 삭감 폭 지나치게 커"...근로자 손 들어줘
[서울=뉴스핌] 홍석희 기자 = 임금 삭감 폭이 과도한 임금피크제는 무효라며 근로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2심 법원이 1심 판결을 뒤집고 회사 측 손을 들어줬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1-3부(이은혜 이준영 이양희 부장판사)는 KB신용정보 전·현직 직원 4명이 회사에 제기한 임금 및 퇴직금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1심 판결을 뒤집고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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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신용정보는 2016년 2월 노동조합과 단체협약을 체결해 정년을 기존 만 58세에서 만 60세로 연장하는 대신 만 55세부터 임금을 삭감하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이에 따라 적용 직전 연봉의 45~70%를 성과에 따라 지급하기로 했다.
이에 직원들은 보상 없이 임금을 대폭 삭감한 것은 무효라며 적용 전 임금과 퇴직금 차액을 청구했다.
1심은 직원들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임금 삭감 폭이 지나치게 크고 사측이 불이익을 보전하기 위한 조치를 충분히 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임금피크제 시행으로 근무 기간이 2년 늘어났음에도 만 55세 이후 지급 받을 수 있는 임금 총액은 오히려 삭감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고려할 때 그 손해의 정도도 결코 적지 않다"며 "피고는 원고들의 청구액 5억4120여만원 중 5억379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그러나 2심은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도입 목적, 경위, 절차의 적법성 등의 측면에서 그 필요성과 상당성이 인정된다"며 1심 판단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임금피크제 내용에 고령에 이른 근로자들이 경제적 손실이나 불이익을 입는 내용이 포함돼 있긴 하지만 정년 연장에 따라 고령 근로자의 급여를 어느 정도 감액하는 조치를 취하는 것은 예정된 일"이라며 "그 정도가 과도하다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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