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워서 찍었다" 일부 무죄…증거 촬영물 없어 혐의 입증 불가
[서울=뉴스핌] 송현도 기자 = 지하철과 길거리에서 불법 촬영을 일삼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남성이 집행유예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 형사5단독(백두선 판사)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반포 등) 혐의로 기소된 남성 A(45) 씨에게 징역 10개월과 2년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120시간의 사회봉사 및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강의 수강 역시 명령했다.
법원 로고. [사진=뉴스핌DB] |
A 씨는 지난해 8월 초부터 12월 초까지 4개월 동안 길거리와 지하철 안에서 휴대전화를 이용해 짧은 반바지나 치마를 입은 젊은 여성의 신체를 13차례에 걸쳐 촬영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 씨는 일부 동영상에 대해서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를 찍은 것이 아니다"라는 취지로 항변했다. 하지만 제출된 동영상 등을 통한 조사에 따르면 A 씨는 짧은 반바지나 치마를 입어 허벅지 아래 부위가 노출돼 있는 여성들을 몰래 촬영했다.
이를 두고 판사는 "동영상들의 촬영 각도를 보면 피해자들의 노출된 신체 부위가 대부분 화면의 가운데에 위치하고 있으며 모든 동영상은 피해자들 몰래 촬영됐다"며 "짧은 치마와 반바지를 입은 젊은 여성만 촬영 대상으로 삼았을 뿐 남성을 촬영 대상으로 삼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또한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가까이 접근하거나 피해자가 피고인 쪽으로 접근하는 모습 또는 가까운 거리에 있는 피해자들을 촬영했다"며 "촬영 경위, 피해자들의 선정 기준, 피해자의 성별과 연령, 옷차림, 동영상 촬영 장소와 수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면, 피고인의 촬영 의도가 성적인 맥락에서 비롯됐다"고 판단했다.
동영상 편집을 통해 촬영된 신체의 일부를 확대, 부각할 수 있어, 피해자들의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고 인격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높은 것 역시 판단 요소로 고려됐다. 결과적으로 피해자들을 촬영한 행위가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를 촬영한 경우에 해당하는 것으로 충분히 인정할 수 있어 A 씨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다.
다만 판사는 "피고인이 다시는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겠다며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고, 어떠한 범죄로도 처벌받은 적 없다"며, 또한 "촬영에 사용된 휴대전화가 압수돼 영상의 유포 가능성이 높다고 보기 어렵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한편 A 씨는 일부 무죄 판결을 받았는데, 이는 촬영물이 없이 지하철에서 A 씨가 여성을 촬영하는 것을 목격한 증인의 진술이 유일했다. A 씨는 이를 두고 "피해자의 얼굴이 귀여워서 촬영했다"고 주장했는데, 결국 판사는 증거물이 없이 증인의 진술로만 혐의를 증명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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