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미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나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반도체 사업과 관련해 대만과 TSMC를 맹비난하고 고율 관세 해법을 재차 강조하면서 업계 전반에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26일(현지시간) 방송된 조 로건의 팟캐스트에 출연해 "대만이 미국 반도체 사업을 훔쳐갔다"면서 "그래 놓고 미국의 보호를 원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미국 내 반도체 제조 기지를 짓는 기업에 보조금을 주는) 반도체법을 두고 "정말 나쁜 거래"라면서 "단 10센트도 낼 필요가 없었다.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 그들이 와서 반도체 공장을 무료로 건설할 것"이라며 관세 해법을 거듭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사진=로이터 뉴스핌] |
해당 발언이 나온 뒤 투자은행(IB)들은 잇따라 우려의 시선을 보냈다.
씨티 애널리스트들은 트럼프의 관세 조치로 반도체 공급망 전반에 걸쳐 막대한 비용이 들 수 있으며, 각국 정부가 미국 관세를 피해 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관세 조치로 인해) 다양한 반도체들이 들어가는 수천 개의 장비들에 대해 복잡한 감사 절차가 필요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번스타인 애널리스트 스테이시 라스곤은 "최첨단 인프라 시설이 미국에 세워지길 바라지만, 솔직히 정치 측면에서 누가 짓는지는 크게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또 대만이 미국 반도체 산업을 훔쳤다는 트럼프의 발언은 "말도 안 된다"고 비난했다.
미즈호 애널리스트들은 트럼프 당선되면 대만 반도체 업계에 대형 악재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기업들의 TSMC 의존도가 높은 만큼 금융 시장도 대만 반도체에 날을 세우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행보를 예의주시 중이다. UBS 애널리스트들은 세계 최첨단 반도체 90% 이상이 대만서 생산되는 것으로 추산했다.
당장 미국 증시에서 거래되는 TSMC 주가는 28일 4% 넘게 급락했고, 29일 대만에서도 1% 넘게 빠지고 있다. 지난 여름 트럼프가 대만에 대해 비슷한 비판을 했을 당시 반에크 반도체 상장지수펀드(ETF)는 일주일 사이 시가총액이 6750억 달러 증발하기도 했다.
인텔이나 글로벌파운드리, 텍사스 인스트루먼트 등 미국에 제조시설을 이미 갖추고 있거나 짓고 있는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주가 충격이 덜하긴 하나, 11월 5일 대선 이후 나타날 수 있는 반도체 업계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긴 마찬가지다.
기술 리서치업체 무어 인사이트 & 스트래티지의 패트릭 무어헤드 대표는 "(트럼프 재임 하에서) 역대급 대중 관세가 나올 수 있고, 이는 즉각적인 중국의 반응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 대선 이후 반도체 업계 전망은 단순히 트럼프 당선 시에만 어두워지는 것은 아니다.
CNBC는 민주당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당선될 경우 반도체 무역 관련 먹구름이 모두 걷히는 것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 입장이라면서,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시행된 엄격한 대중 수출 통제 등으로 엔비디아나 기타 반도체 기업들의 대중 판매에 미친 영향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 수출 통제 이전에 엔비디아는 전 세계 매출의 25% 이상을 중국에서 기록했지만 현재는 엔비디아 매출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10% 밑으로 내려왔다.
'반도체 전쟁(Chip War)'의 저자인 크리스 밀러는 "트럼프와 해리스는 모두 중국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으며, 대만 기업들은 이에 적응해야 할 것"이라면서 "수혜를 입는 기업도 있고 타격을 입는 기업도 있겠지만 모두 적응해야 한다"면서 다가올 불확실성을 예고했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