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기자 출신 작가들은 스피드한 문체와 짜임새 있는 구성에 능하다. 또 꼼꼼한 현장 취재를 통해 리얼리티에 충실한 글을 쓴다. 최이아는 기자의 눈으로 사회의 부조리 및 혐오를 지켜보다가 소설가로 변신했다.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최이아 첫 소설집 '이윽고 언어가 사라졌다' 표지. [사진 = 허블 제공] 2024.10.24 oks34@newspim.com |
그의 첫 소설집 '이윽고 언어가 사라졌다'(허블)는 8년간 경제지 기자로 일하면서 '자신이 뱉는 말의 영향력을 숙고하지 않는 사람들'에게서 언어를 빼앗고 싶었던 생각을 이 작품집에서 응집시켰다. 무분별하게 언어를 사용할 때 사회가 어떤 식으로 일그러지는가. 언어의 틀에 갇힌 편견이 얼마나 잔인한지, 신념이라는 단어로 포장된 학살이 얼마나 아무렇지 않게 일어나는지 추적한다.
최이아는 언어의 소멸로 인해 언어의 순기능마저 사라진 역설을 부각시키며, 그 자리에 무엇이 들어갈지 독자들과 함께 고민한다. 소설가 구병모는 '이윽고 언어가 사라졌다'에 대해 "작은 소망에 불과했던 욕망에 집착할수록 그것은 커다란 파도로 변해 등장인물들의 세계를 쓸어버린다"라며 "이 소설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욕망의 그림자에 가려진 사람들을 주목한다"고 평했다.
소설가 정보라는 "SF인 줄 알고 읽기 시작했는데 첫 작품부터 무섭게 시작해서 끝까지 정말 현실적으로 너무 무서웠다"라며 "인간은 유한하고 연약한 존재이기에 타인의 피를 마셔야만 하고, 의사소통을 갈망하는 사회적 존재이기에 자신의 뇌를 통해 의사소통의 근간인 언어를 오염시킨다"고 설명했다.
최이아 작가는 근미래 한국 농촌 SF '제니의 역'으로 2023년 제6회 한국과학문학상 중·단편 우수상을 수상하며 데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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