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지난해 10월 aT 농산물 비축사업 지적
올여름 배추 1105톤 비축…전년대비 절반 축소
비축량 부족해 올여름 배추가격 급등 속수무책
윤준병 의원 "비축물량 확보 실패로 가격 폭등"
[세종=뉴스핌] 이정아 기자 = 올해 정부가 여름 배추 비축물량을 평년 대비 절반으로 축소하면서 가격 폭등에도 속수무책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올여름 폭염으로 인해 작황이 부진한 상황에서 가격이 급등하는 데도 정부 비축물량이 조기에 바닥나면서 제 기능을 하지 못했고 급기야 중국산 배추를 2년만에 긴급 수입하는 사태까지 초래했다.
이는 지난해 감사원이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정부비축사업에 대해 감사하면서 비축 농산물의 폐기량을 줄이라는 '근시안' 지적으로 비축 기능을 크게 위축시켰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18일 <뉴스핌>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윤준병 의원실과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입수한 '최근 5년간(2020~2024년9월) 배추 비축물량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여름배추(7~9월) 정부비축 물량은 전년(2279톤) 대비 51.5% 줄어든 1105톤으로 집계됐다.
여름배추 비축 물량은 지난 2020년 3158톤에서 2021년 8492톤으로 큰 폭으로 뛰었다. 이 해에는 배추 작황이 좋아지면서 가격이 하락하자 가격 안정을 위해 비축량을 확대했다. 이후 2022년 3021톤에서 지난해 2279톤, 올해 1105톤으로 꾸준히 감소했다.
정부는 계절적 수급과 가격의 변동이 크고 국민 생활에 있어 가격안정이 요구되는 농산물의 수급을 전망해 농산물을 수매·수입한 후 비축했다가 가격 상승기에 방출하는 정부비축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정부비축사업 대상 품목은 수매비축 11개 농산물(고추, 마늘, 양파, 땅콩, 두류, 사과, 배, 배추, 무, 밀, 감자)과 수입비축 9개 농산물(고추, 마늘, 양파, 생강, 참깨, 땅콩, 콩, 팥(녹두), 감자)로 되어있다. 농식품부는 이중 사과와 배 등 일부 농산물은 제외하고 aT에 정부비축사업을 위탁하고 있다.
그러나 감사원이 지난해 정부비축사업에 대한 감사를 실시하면서 정부의 비축기능이 크게 위축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감사원은 지난해 10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정기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감사원은 aT와 농식품부가 농산물의 실제 작황을 고려하지 않고 수매·수입을 운영해 3년간 273억원의 손실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매년 발생하는 수매비축 농산물의 폐기량을 줄이는 방향으로 정부비축사업을 추진하라고 권고했다.
이에 따라 농식품부는 농산물 수확이 시작된 이후 작황 모니터링 가격에 따라 수급조절이 필요할 때 수매 여부를 결정하는 것으로 사업시행지침과 사업집행계획을 변경했다.
감사원의 지적 이후 정부의 농산물 비축 물량 결정은 소극적으로 변했다. 정부 관계자는 "최근 기후가 급변하면서 농산물의 작황과 생산량을 예측하는 일이 힘들어졌다"며 "정부비축은 예상하지 못한 상태를 대비하기 위해 물량을 미리 쌓아놓는 건데 감사원의 지적 이후 농산물 비축 물량을 늘려나가는 데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그 결과는 고스란히 소비자 피해로 돌아왔다.
지난 7~9월 극심한 가뭄과 이례적인 고온으로 인해 배추 생육이 부진하면서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특히 지난달부터 출하가 시작된 고랭지 배추의 경우 재배면적 감소라는 이중고까지 덮치면서 배추 한 포기가 1만원에 육박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해양수산부,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한국어촌어항공단,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 국정감사에서 질의를 하고 있다. 2023.10.12 leehs@newspim.com |
그러나 정부비축사업으로 비축된 배추 물량은 7월 1105톤, 8월 0톤, 9월 0톤에 그치면서 시장에 풀 물량이 없는 사태까지 이르렀다. 결국 정부는 지난달 중국산 배추 1100톤을 긴급 수입하기로 했다. 정부가 배추를 수입한 건 ▲2010년(162톤) ▲2011년(1811톤) ▲2012년(659톤) ▲2022년(1507톤)에 이어 네번째다.
최근 가격조사기관인 한국물가협회는 올해 배추 공급이 줄어들면서 김장철 배추 가격이 포기당 처음으로 5000원을 넘을 것이라는 조사를 내놨다. 이는 11월 기준으로 역대 최고치로 1년 전보다 22.5% 비싸다.
감사원의 근시안적인 감사가 올 여름 배추 가격 상승을 초래하고, 중국산 배추를 2년만에 수입하는 상황까지 불러왔다는 비판이다.
이와 관련 윤준병 의원은 "올 여름 배추의 가격 폭등은 윤석열 정부의 정치감사로 인한 비축물량 확보 실패에서 발생했다"며 "생산자와 소비자가 모두 보호받을 수 있도록 농산물의 정부비축사업을 바로잡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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