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굿즈 플라스틱 2019년 573.3톤→2023년 2264.8톤
하이브 증가세 최고…142톤서 1647.7톤으로 10배 급증
환경부, '친환경 앨범' 컨설팅 진행…실효성 미흡 지적
박홍배 의원 "앨범 포장 가이드라인 마련 등 대책 시급"
[세종=뉴스핌] 양가희 기자 = 국내 음반기획사가 앨범과 포장, 굿즈 생산 등에 사용한 플라스틱이 최근 5년간 7000톤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근 4년 만에 4배 가까이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환경부는 그간 사각지대에 있던 'K팝 플라스틱' 감축을 위해 컨설팅을 진행했으나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는다. 컨설팅은 교육 형식으로 1회 진행된 수준에 불과했고, 플라스틱 발생량 대부분을 차지하는 대형 기획사는 참석하지도 않았다.
7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홍배 의원이 환경부에서 확보한 국내 음반기획사 과대포장 관련 자료에 따르면, 음반기획사가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앨범·포장재·굿즈 제작 등에 사용한 플라스틱은 총 6639만톤으로 집계됐다.
◆ 음반기획사 플라스틱 발생량 매년 급증…지난해 2264.8톤 '4년새 4배 급증'
국내 음반기획사의 플라스틱 발생량은 최근 4년 새 약 4배가 되는 등 급격하게 늘었다. 연도별로는 2019년 573.3톤, 2020년 903.2톤, 2021년 1243.5톤, 2022년 1654.3톤, 2023년 2264.8톤으로 나타났다.
발생량 증가세가 가파른 곳은 하이브였다. 하이브의 플라스틱 발생량은 2019년 142톤에서 2023년 1647.7톤으로 10배 이상 늘었다.
써클차트에 따르면 연도별 판매량 상위 400개 앨범 판매량은 2019년 2509만5679장에서 2023년 1억1577만8266장(국외판매 포함)으로 5년간 4배 이상 증가했다.
플라스틱 발생량이 증가하면서 하이브와 카카오엔터(SM), JYP, YG 등 대형 기획사가 낸 폐기물 부담금은 5년 새 5배가량 늘어났다. 하지만 이들 기획사의 실제 영업이익과 견주면 미미한 수준으로, 플라스틱 감축을 이끌기 어려운 수준이다.
연도별 폐기물 부담금 총액은 2019년 4607만원, 2020년 8495만원, 2021년 1억81만원, 2022년 2억276만원, 2023년 2억3235만원으로 급증했다.
플라스틱 발생량이 압도적인 하이브의 경우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 2조1781억원, 영업이익은 2958억원이었지만 폐기물 부담금은 1억5071만1830원 부과됐다. 지난해만 보면 하이브가 만든 플라스틱은 전체 기획사 발생량의 72%에 달했다.
폐기물 부담금은 재활용이 어려운 상품 등을 만들거나 수입한 업체에 폐기물 처리 비용 일부를 부담하게 하는 제도다. 연간 출고량 10톤 미만인 기획사는 부담금이 면제된다.
유혜인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앨범에 굿즈 등을 끼워 팔면서 소비량과 함께 폐기물이 늘고 있기에 심각한 상황"이라며 "기업들은 항상 '제도나 정책이 뒷받침돼야 소비자를 설득할 수 있는데 현재 정책이 미흡하기에 변화를 할 수 없다'고 말한다. 기업이 선도적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고 정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 업계 "앨범포장 가이드라인 제공해 달라" 밝혀도 실제 마련 여부 미지수
환경부는 컨설팅을 통해 친환경 음반 제작을 유도하겠다며 사각지대 해소 의지를 밝혔지만 실효성은 크게 부족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간 환경부는 음반이 과대포장 규제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유지했다. 지난해 국정감사 과정에서도 'K팝 플라스틱' 감축 대책을 준비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이후 환경부는 입장을 바꿔 올해 6월 문화체육관광부와 함께 음반 폐기물 발생 억제를 위한 컨설팅을 열었다.
하지만 박홍배 의원실이 컨설팅 결과 보고서를 입수한 결과 정작 플라스틱 발생이 심각한 대형 기획사는 해당 컨설팅에 참석하지 않았다. 컨설팅은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 회원사 대상으로만 진행됐는데, 하이브나 SM, JYP 등 대형 기획사는 한국음악콘텐츠협회 소속이다.
[자료=써클차트] 2024.10.07 sheep@newspim.com |
환경부는 문체부가 기획사 모집을 했고 한국음악콘텐츠협회는 일정상 참석이 어렵다고 했다는 입장이다.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 회원사 가운데 정확한 참석사 명단은 관리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환경부는 컨설팅을 계획하면서 원하는 제작사에 한해 개별 컨설팅도 제공하겠다고 했으나 이를 신청한 곳은 현재까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컨설팅 진행은 강연 형식으로 1회 진행된 수준에 그쳤다. 교육 내용은 과대포장 규제 소개, 포장공간비율 및 포장 횟수 최소화 방안 등이었다. 환경부는 하반기 컨설팅을 추가 진행한다는 방침이지만 아직 확정된 일정은 없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컨설팅에 참여한 음악업계 관계자들은 "음반레이블사는 경쟁우위를 위해 차별화된 음반 생산을 추구하고 있어 포장에 대해서는 무딜 수 밖에 없는 구조"라면서도 "환경부에서 포장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음반 인쇄사에 제공해 준다면 음반레이블산업계에 확산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가이드라인이 마련될지는 미지수다. 업계가 가이드라인을 요구한 것은 지난 6월인데도 환경부는 가이드라인 마련 여부에 대해 "문체부와 협의를 통해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최근 실물 앨범 구매 이유는 단순 소장 욕구에서 벗어난다. 한국콘텐츠진흥원 '2023 음악산업백서'에 따르면 '음반 구입을 통한 이벤트 참여를 위해서' 앨범을 구입한다는 응답률은 11.1%로, 2021년(6.8%)과 2022년(9.6%)에 이어 연속 증가했다. 엽서나 화보, 브로마이드 등 부록 때문에 앨범을 구입한다는 응답률은 4.7%로 나타났다.
시민단체는 엔터사의 마케팅 관행도 지적한다. 지난달 4일 케이팝 분야 기후행동 플랫폼인 케이팝포플래닛은 "국내외 케이팝 팬 1만 2000여 명이 참여한 설문에서 '앨범을 많이 구매할수록 팬사인회 참여 확률이 올라가는 마케팅'(42.8%)이 하이브 최악의 상술로 꼽혔다"며 "다량의 앨범 구매를 유도해 환경을 오염시키는 마케팅을 즉각 중단하라"고 하이브에 요구한 바 있다.
박홍배 의원은 "K팝 앨범과 굿즈에 들어가는 플라스틱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상황이다"라며 "환경부는 앨범 포장 관련 가이드라인 등 실효성 있는 대책을 조속하게 마련할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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