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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안티고네'의 딜레마와 경영성과급의 임금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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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모 법무법인(유) 화우 변호사

소포클레스의 비극 '안티고네'에서 안티고네의 두 오빠인 에테오클레스와 폴뤼네이케스는 테바이의 왕위를 두고 다투었다. 폴뤼네이케스는 외부의 세력을 동원해 테바이를 침략했고, 테바이를 둘러싼 전쟁에서 둘은 모두 사망했다.

이후 테바이의 왕이 된 크레온은 테바이를 위하여 싸운 에테오클레스에게는 성대한 장례를 치뤄주었으나, 외세를 끌어들여 테바이를 침략한 폴뤼네이케스의 사체는 방치하도록 명한다. "아무도 그를 위해 장례를 치르거나 애도하지 말고, 그의 시신을 묻히지 않은 채 버려 두어 새 떼와 개 떼의 밥이 되고 흉측한 몰골이 되게 하라고 말이오." 크레온은 이를 어기는 자는 사형될 것이라고 공표하나, 안티고네는 폴뤼네이케스의 사체를 거두어 매장함으로써 크레온의 명령을 어긴다.

[서울=뉴스핌] 홍정모 변호사 [사진=화우]

필자는 크레온이 안티고네를 추궁하는 장면에서 드러나는 양 쪽의 주장이 모두 나름의 설득력을 가진다고 생각했다. 크레온은 폴뤼네이케스가 테바이를 침략하였기에 그의 시체를 새와 개에게 던져주려 한다.

반역은 징치(懲治)되어야 하며, 폴뤼네이케스는 테바이의 신전을 유린하려 하였으므로 신들에게도 죄를 범한 것이다. "착한 이에게 나쁜 자와 같은 몫이 주어져서는 안 된다."는 크레온의 언사는 크레온 주장의 근본적인 근거이다.

에테오클레스와 폴뤼네이케스는 모두 전쟁에서 죽었으나, 하나는 조국을 지키려다, 하나는 조국을 범하려다 죽었다. 각자가 마땅히 자신에게 돌아가야 할 몫만큼을 받는 것이 정의라면, 에테오클레스에게는 안식을, 폴뤼네이케스에게는 모욕을 주는 것이야 말로 정의롭다.

이러한 크레온의 주장은 흠잡을 데 없다. 그럼에도 '안티고네'의 모든 장면들은 크레온이 완고하며 어리석어 실수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폴리스(polis)의 존속보다 반역자를 매장하는 것이 더 중요하단 말인가? 사실 안티고네와 크레온의 주장은 같은 전제를 공유하는 것처럼 보인다. 각자가 마땅히 받아야 할 몫을 받는 것이 정의이다. 안티고네와 크레온의 반대자들은 죽은 자를 매장하는 것이 하데스의 몫을 그에게 돌리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크레온의 법은 하데스의 몫을 하데스에게 돌리는 것이 아니어서 정의롭지 않다. "한낱 인간에 불과한 그대의 포고령이 신들의 변함없는 불문율들을 무시할 수 있을 만큼 강력하다고는 생각치 않았어요."라는 안티고네의 항변은 크레온의 법이 신들의 뜻에 반한다고 선언한다.

◆ 경영성과금의 임금성에 대한 대립

이처럼 '안티고네'에서는 나름대로의 정당성을 가지는 두 주장이 격렬하게 부딪치는데, 필자가 주로 업무를 수행하는 노동법 분야에서도 간혹 이런 경우가 발생한다. 최근 노동법계의 초미의 관심사는 사기업 경영성과급이 평균임금의 산정기초가 되는 임금에 포함되는지에 관하여 대법원이 어떠한 결론을 취할 것인지에 있는데, 이 쟁점 또한 어느 한쪽이 옳다고 손을 들어주기 어려울 정도로 양 측의 주장이 나름대로의 정당성을 가지고 있다.

종래 대법원은 어떠한 급여가 임금에 해당하는지를 그 급여가 근로의 대가로, 즉 근로자의 근로제공과 직접 또는 밀접하게 관련이 있기에 지급되는 것인지에 따라 판단하여 왔다(대법원 2015. 5. 28. 선고 2014다 62749 판결 등). 대법원은 이러한 법리에 기초하여 과거 사기업이 지급하는 경영성과급의 임금성을 일관되게 부정하였는데, 그 이유는 경영성과급은 기업이익이나 경영목표 달성 등을 조건으로 지급되며, 이러한 조건들의 달성에 개별 근로자들의 근로제공이 유의미한 영향력을 가지기 어렵고, 오히려 국제정세, 환율 등 외부적 조건들이 결정적인 영향력을 끼치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대법원 2011. 6. 9. 선고 2010다50236, 2010다50243 판결, 대법원 2006. 2. 23. 선고 2005다54029 판결 등).

그러나 이러한 대법원의 기존 법리는 대법원이 공공기관의 경영평가성과급의 평균임금성을 인정함으로써 스스로 정립한 기존 법리에 균열을 낸 이후(대법원 2018. 12. 13. 선고 2018다231536 판결), 현재 하급심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 위 대법원 판결 이후 사기업의 경영성과급에 대해서도 평균임금 산정 기초로서의 임금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소송이 다수 제기되었는데, 하급심 법원들에서는 오히려 임금성을 긍정하는 판결들(서울중앙지법 2021. 6. 17. 선고 2019가합542535 판결)을 다수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새로운 하급심 판결의 흐름들은 경영성과급의 지급 조건인 기업이익이나 경영지표의 달성에는 회사 소속 근로자 전체가 집단적으로 기여한 부분이 있으며, 따라서 경영성과급 역시 회사가 회사의 이익을 배분하는 것이 아니라 근로자들의 집단적 기여분에 상응하는 몫을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것이라는 관점을 공유하고 있다.

또한, 대한민국 기업들의 실정상 근로자들의 전체 급여에서 경영성과급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한 이상, 근로자들의 통상적인 생활수준의 보전을 위해서는 경영성과급을 포함하여 퇴직금을 산정하여야 한다는 것이 새로운 하급심 판결들의 기저에 있는 근거이기도 하다.

◆ 사랑의 마음으로 결론에 나아가기를

위 두 관점 중 어느 쪽이 타당할까? 필자로서는 이는 정밀한 법리적 논증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경영성과급의 임금성에 대한 상반된 두 관점은 모두 상당한 정도로 타당한 근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법원은 어느 쪽의 손을 들어줄지 적절한 시점에 결단해야 할 것이다.

여기서 다시 '안티고네'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모두가 알다시피 소포클레스는 안티고네의 손을 들어주었다. 그것이 하데스의 뜻에 합치하기 때문이다. 그리스인들은 옳은 행위는 그 행위가 신의 뜻에 합치하기에 옳은 것으로 간주된다고 생각했다. 안티고네와 크레온의 대립하는 두 주장이 모두 나름의 근거와 타당성을 가지고 있지만, 죽은 자를 방치하여 하데스의 몫을 빼앗는 것보다는 죽은 자를 하데스의 품으로 돌려보내는 것이 더 정의롭다.

다만, 필자는 더 근본적인 지점에서 안티고네가 더 정의롭다고 생각했다. 크레온의 법은 폴뤼네이케스에게 주어져야 할 안식을 빼앗는다. 반면 안티고네의 법은 모두에게 각자가 받아야 할 몫을 돌려준다. 폴뤼네이케스에게는 안식을, 하데스에게는 경의를. 크레온의 법이 분노에서 나온 것이라면 안티고네의 법은 사랑에서 나온 것이다.

안테고네의 "나는 서로 미워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서로 사랑하기 위해서 태어났어요."는 외침은 이를 처연하게 공표한다. 이번 경영평가성의 임금성 뿐만 아니라, 각자 정당성을 가진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할 때, 대법원은 어떠한 기준에 의해 결론을 내리게 될까? 안티고네의 사랑이 옳았음은 비록 파국을 통해서야 증명되었지만, 대법원은 현명한 판단을 하기를 바래 본다.

 

법무법인(유) 화우 홍정모 변호사

- 2023 서울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경영전문석사)
- 2016~현재 법무법인(유한) 화우
- 2016 제5회 변호사시험 합격
- 2016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 2010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 2002 한영고등학교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사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peoplekim@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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