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 소액주주 96% 합병 반대
셀트리온제약 성장 둔화…3년간 영업이익 ↓
[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셀트리온과 셀트리온제약의 합병 추진이 중단된 가운데 주주들은 셀트리온 주가가 30만원 이상 도달하고 셀트리온제약의 매출 성장 기반이 마련됐을 때 합병을 다시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오윤석 셀트리온주주연대 대표는 16일 "셀트리온 주가가 너무 많이 하락해 있어서 소액주주 90% 이상이 손실을 입고 있는 상태로 합병될 경우 시가총액만 커져 주가 상승 동력을 받기 어렵다"며 이같이 말했다.
[사진=셀트리온] |
이어 "셀트리온 주가가 30만원 이상까지는 올라야 합병을 고려할 만 하다"며 "셀트리온제약의 성장이 답보 상태에 있는 것 또한 문제다. 새로운 신약 개발에 나서든가, 매출이 발생할 수 있는 성장 기반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합병에 앞서 진행된 주주 설문조사에서 셀트리온제약 주주 다수는 합병에 찬성한 반면, 셀트리온 주주들은 대부분 찬성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냈다. 찬성 비율은 8.7%, 반대 36.2%, 기권 55.1%로 나타났다.
찬반 다수 의견에 대주주 지분을 합산한다는 원칙을 다수인 반대 의견에 적용하면 반대 비율은 최종 70.4%로 추산됐으며, 여기에 기권 의견까지 합하면 96%의 주주들이 합병에 찬성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집계됐다.
오 대표는 "두 회사의 주가수익비율(PER)이 동등하게 평가되는 시점이어야 합병을 논의하기 적절한 때"라며 "지금 상황에서 합병을 추진하면 셀트리온 주주가치가 훼손된다"고 주장했다.
올 1분기 순익 기준 셀트리온의 PER는 82배, 셀트리온제약은 2배가 넘는 195배로 크게 차이가 난다. 주가의 경우 지난 14일 종가 기준 셀트리온은 19만4600원, 셀트리온제약은 7만7100원으로 2.5배 차이난다. 지난해 실제 매출 또한 셀트리온이 5.6배 더 많다.
셀트리온제약의 성장 역시 둔화하고 있다. 영업이익은 2021년 478억원, 2022년 382억원, 2023년 361억원으로 감소 추세다.
주주연대는 셀트리온헬스케어와의 합병 때와 상황이 다르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오 대표는 "셀트리온헬스케어와 합병할 때는 제조, 판매 일치로 원가 경쟁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었고 당시 분식회계와 매출 밀어주기 등 사회적으로 곱지 않은 시선이 있었기에 논란 해소 차원에서 합병의 당위성이 존재했다"며 "하지만 셀트리온제약과의 합병은 명분과 당위성이 없다. 주가 하락이 불보듯 뻔해 제 살을 깎아 먹는 형국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셀트리온그룹 서정진 회장을 비롯한 셀트리온홀딩스 등 대주주들은 과거 약속한 대로 중립 입장을 유지한 후 다수 주주 의견 비율에 보유 지분을 산입하는 방식으로 주주들 의중에 힘을 실었다.
이에 대해 오 대표는 "서정진 회장과 임원진이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입장에서 현명한 판단을 내려준 것에 감사하다"고 전했다.
당초 셀트리온그룹은 셀트리온헬스케어에 이어 셀트리온제약까지 '3사 합병'을 연내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어렵게 됐다. 다만 셀트리온은 "양사 주주의 이익이 수반되는 통합은 주주가 원하면 언제든 검토할 수 있다"며 재추진 가능성을 열어뒀다.
sy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