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만원 '송윤아 크림' 3만8000원
3만원 '닥터지 로얄' 1만원 큰 인기
병사들 구매해 어머니·지인에 선물
최근 3년간 병사들 월급 크게 올라
영내 마트 매출 매년 8% 쑥쑥 올라
선호품목 군납경쟁 '총성 없는 전쟁'
[서울=뉴스핌] 김종원 국방안보전문기자 = "수십만 원 하는 '송윤아 다이아몬드' 크림 화장품 세트를 3만 8000원에 사서 첫 휴가 때 어머니께 선물했더니 군대 가서 효자 다 됐다고 흐뭇해 하셨습니다."(공군 김 모 일병)
"사회에서는 3만 원 하는 닥터지 로얄 '달팽이 크림'을 1만 원에 사서 휴가 때 여자 친구와 할머니께 선물했더니 너무나 고마워해 마음이 뿌듯했습니다."(육군 정 모 상병)
군대에서는 '효도 크림' '효도 화장품'으로 입소문이 난 제품들은 요즈음 영내 마트 'WA마트'에 갖다 놓기가 무섭게 동난다.
육·해·공군 일선 장병들이 영내 'WA마트'를 찾아 좋아하는 물품들을 사면서 즐거워하고 있다. [사진=국군복지단] |
◆인기 화장품·식품류 갖다 놓기 바쁘게 동나
군대를 갔다 왔거나 현재 군 복무를 하는 장병들도 영내 매점이나 마트를 친숙한 '피엑스'(PX·Post Exchange)라고 부른다.
하지만 현재 PX의 정식 명칭은 2016년부터 국방부 국군복지단 소속 마트를 '웰페어 에이전시'(Welfare Agency) 복지단 약자인 '와(WA)마트'라고 부른다.
일선 병사들의 '월급 100만 원 시대'가 열리면서 일반 사회의 고물가로 인해 군 영내·외 마트의 구매가 크게 늘고 있다.
특히 장병들이 선호하는 화장품과 식품류는 물건을 갖다 놓기가 바쁘게 떨어진다. 군대 마트의 납품 경쟁이 그야말로 '총성 없는 전쟁' 그 자체다.
국군복지단에 따르면, 최근 3년 간 병사들의 월급이 크게 오른 것을 기준으로 했을 때 군 영내 마트의 매출은 해마다 8%가량 쑥쑥 늘고 있다.
병사들의 월급이 크게 오른 것도 있지만 영내 마트 운영 시간 종료 후 자율 이용할 수 있도록 일부 마트에 무인판매 시스템을 도입한 것도 한몫하고 있다.
장병 선호도를 반영한 다양한 물품 선정 등 일선 장병들의 복지 수혜를 늘리기 위한 시스템 개선에 적지 않은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복지단은 설명했다.
최전방 격오지 일반전초(GOP) 장병들이 국군복지단 이동마트 '황금마차'가 부대에 도착하자 선호하는 물품들을 사기 위해 뛰어 나오고 있다. [사진=국군복지단] |
◆軍 마트 납품 1800여종…음료·닭가슴살 인기몰이
2024년 현재 군 마트 납품 품목은 1800여 종이다. 군 마트 물품 선정은 장병들의 선호도를 적극 반영하고 있다. 이를 위해 물품 선정 심의위원에 계급별 장병과 군무원, 외부위원을 포함해 구성하고 있다. 맛과 품질, 디자인, 인지도, 선호도를 고려해 선정하고 있다.
일선 장병들의 군 마트 이용에 대한 만족도를 세심히 평가하고 있다. 장병들의 복지 혜택을 늘리기 위한 방안도 꼼꼼히 강구하고 있다. 장병들의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고 복지단은 전했다.
현재 군 장병들이 선호하는 품목은 에너지 드링크와 탄산음료, 생수, 커피 등 음료류로 파악됐다. 라면류와 과자류, 닭가슴살 등 식품류도 인기가 많다. 2024년 상반기 군 마트 물품 중 판매량 상위 50개 품목을 분석한 결과다.
최근에는 장병들 사이에 미용과 건강을 중시한 군내 마트 트렌드와 문화까지 형성됐다. 닭가슴살과 음류, 미용 마스크 팩과 선크림의 화장품이 꾸준한 인기 품목이다.
최전방 격오지 일반전초(GOP) 장병들이 국군복지단 이동마트 '황금마차'가 도착하자 선호하는 물품들을 사고 있다. [사진=국군복지단] |
◆'신청업체·물품선정', 비리 얼씬도 못해
당연히 군 마트에 물건을 납품하려는 신청 업체와 물품수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신청 업체와 물품 선정 과정에서 소소한 잡음과 부작용이 생기지 않도록 철저하게 관리·감독을 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군 마트 위탁물품 선정 과정에서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선정 단계별 결과를 모두 공개하고 있다. 선정 심의 간 계급별 장병과 군무원, 외부위원을 확대 참여시키는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신청업체 대상 서류심사 결과를 공개하고 ▲선정 심의위원으로 외부위원과 민간인을 공개 모집해 포함하며 ▲내부 국군복지단 관련자는 심의위원에서 배제해 구성하고 ▲선정 심의 때 감찰 기관 등에서 참관 자격으로 참여하는 등 엄격한 제도와 규정에 따라 진행하고 있다.
과거 워낙 복마전이었던 군 영내·외 마트 납품 비리가 일절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제도적·시스템적 장치를 강구했다. 복지단 군 납품 비리는 옛말이 된 지 오래다.
군 마트 위탁판매 물품 정기 선정 심사위원들이 평가 대상 의류의 신축성과 착용감을 직접 평가하고 있다. [사진=국군복지단] |
◆軍마트 병사 부모들도 이용 '큰 인기'
군 마트는 병사들의 부모도 이용할 수 있다. 군인복지 기본법 2조에 따라 현역병의 배우자와 직계 존비속 가족도 군 마트를 이용해 오고 있다.
특히 2020년부터 국군복지포탈(앱)을 활용한 국방가족 모바일 증명 제도가 시행됐다. 군 마트 이용에 있어 병사뿐 아니라 간부와 군무원, 예비역 가족들의 접근성과 편리성이 높아졌다.
일선 장병들은 군 마트 물품을 사서 가족·지인들에게 선물할 수 있다. 물품 구매를 제한하거나 본인 활용 목적으로만 구매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다만 다수 이용자를 감안해 일부 선호 품목의 판매 수량은 제한하고 있다. 군 마트 운영 취지와 시장교란 우려에 따라 군 마트용 표기를 통해 재판매는 금지하고 있다.
권준영 육군 병장은 "입대 전 유튜브 콘텐츠에서 접했던 유명한 냉동 식품류들이 실제로 판매하고 있어 처음 이용했을 때는 정말 신기했다"면서 "지금까지도 Wa마트를 자주 가서 동기들과 함께 즐겨 먹고 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오은석 공군 병장은 "군 생활 동안 몸도 만들고 체력을 키우는 것을 목표로 운동하고 있다"면서 "최근 닭가슴살과 단백질 관련 식품류와 제로 음료를 저렴하게 살 수 있어 너무 좋다"고 말했다.
장병들이 국군복지단의 모바일 앱 'WA몰'에서 진행 중인 명절 선물 특별전 행사를 펼쳐 보이고 있다. [사진=국군복지단] |
◆이동마트 '황금마차' 40여대 전방 누벼
군에 갔다 온 예비역들의 영원한 향수인 '황금마차'(이동마트)도 아직 전선을 누비고 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폭염 속에서도 산을 넘고 물을 건너 전방을 지키는 격오지 장병들을 오늘도 찾아가고 있다. 최전방 일반전초(GOP)와 경계부대 등 격오지 근무 장병들의 복지를 위해 '노란색' 황금마차 40여 대의 달리고 있다.
장병들의 생필품과 선호 식품을 다양하게 제공하기 위해 냉동고도 설치했다. 장병들을 위한 물품을 하나라도 더 싣기 위해 맞춤형 차량을 운행하고 있다. 격오지 지형 특성을 감안해 해마다 차량 성능의 안전성도 개선하고 있다. 장병들을 위해 안정적인 운용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복지단은 말했다.
◆국군복지단, 마트 1700개·인터넷몰 운영
국군복지단은 국방부에서 지정한 복지와 체육 시설을 통합 관리·운영하고 있다. 국방 가족들의 복지를 책임지는 핵심 부대다. 2024년 현재 마트 1700여개소, 쇼핑타운 7개소, 국방컨벤션, 휴양시설 5개소, 체력단련장 4개소, 기숙사 9개소, Wa몰(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다.
시설 이용 대상자는 시설별로 일부 차이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현역 장병과 군무원, 19년 6개월 이상 복무 후 전역한 예비역과 그 가족, 국가유공자다. 복지단에서 운영하는 휴양시설도 현역 장병과 군무원, 예비역 본인만 예약할 수 있다.
kjw861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