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지기인 시인의 따스한 시선으로 그린 사람
시골서점 운영하면서 다수의 시와 에세이 펴내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시인 임후남은 용인의 시골 책방 '생각을 담는 집'의 책방지기다. '서점 주인'이 아닌 '책방지기'인 이유는 단순히 책만 팔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6년간 시골에 책방을 열어놓고 임시인이 한 일은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한다. 시와 수필쓰기 강의, 독서모임, 작은 음악회, 문화 특강, 북토크와 책 축제 등 도대체 직원이 수십 명이 있어야 할 수 있는 일들을 해왔다. 틈틈이 북스테이와 출판사도 운영한다. 그 많은 일들을 오롯이 혼자 해온 일이다. 옆에서 거드는 남편을 빼면 직원은 한 명도 없다. 줄잡아 수천명의 사람들이 찾기도 불편한 작은 동네 서점을 다녀갔다.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임후남 시집 '나를 아껴준 당신에게'. [ 사진 = 도서출판 북인 제공] 2024.08.09 oks34@newspim.com |
시골책방을 운영하면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시골 책방입니다'와 '나는 이제 괜찮아 지고 있습니다','살아갈수록 인생이 꽃처럼 피어나네요'등 에세이집도 펴냈다. 그 뿐이 아니다. 시집 '내 몸에 길 하나 생긴 후'와 '전화번호를 세탁소에 맡기다'를 냈던 임 시인은 세 번째 시집 '나를 아껴준 당신에게'(도서출판 북인)를 펴냈다. 편안한 마음으로 읽다가 이내 몸을 바로 세우게 만드는 시집이다, 곧바로 시집 속으로 이끌려 들어가 한참을 울게 만든다.
'당신허고사는동안조아써요/ 애들도당신달마잘생겨찌요/ 나는당신이잘생겨서조아꺼든요/ 울아버지가사진을보여주어쓸때/ 한눈에반해땁니다/ 나는예쁘지아는데/ 당신이나를예쁘다고해서/ 고마워써요/… / 나는 당신업쓰면몬살지만/ 당신은나업써도살수이쓰니/ 더살다오셔요/ 하늘나라에서기다리고이쓸게요/ 꼬옥천천이오세요// 나를애껴준당신/ 죽어서도사랑합니다'
시집의 표제시인 '나를 아껴준 당신에게'는 죽음을 앞둔 아내가 남편에게 남기는 편지형식이다. 한 편의 시에 모든 것이 담겨있다. 사랑과 이별, 삶과 죽음의 기록이 거기 있다. 시인은 이 작품을 비롯해서 많은 시편들에 치매 아내를 돌보는 남편의 마음을 담았다. 좀 더 확대해 보면 시골책방의 주인이자 삶의 관찰자로서 따스한 이웃들의 이야기를 시로 승화시키고 있다.
'자전거를 탄 아이가/ 재빠르게/ 벚꽃 속으로 들어갔다//봄으로 들어간 아이는/ 저 여름으로 내달렸다// 노인이 자전거를 끌고/ 천천히/ 벚꽃 속으로 들어갔다/ 봄으로 들어간 노인은/ 꽃비를 맞으며/ 오래/ 서 있었다' -'벚꽃 풍경' 전문.
짧은 시편에 '늙어가는 일'에 대한 시인의 깊이 있는 시선이 느껴진다. 시인 우대식은 해설에서 "임후남이 지향하고 비판하는 세계의 이면에는 고스란히 인간에 대한 신뢰가 바탕이 되어 있다"면서 "인간에 대한 애정이야말로 자연을 사랑하는 길이며 파괴되어가는 인간의 존엄을 회복하는 마지막 방법이 될 터"라고 평했다. 오래 옆에 두고 곱씹을 만한 시집이다. oks3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