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 대상 설문조사에서 '동의 안함' 73% 응답
[서울=뉴스핌] 조승진 기자=인공지능(AI) 디지털 교과서가 내년 3월부터 초·중·고교 일부 과목에 본격 도입될 예정이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도입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AI 디지털 교과서 도입이 한 학기 앞으로 다가왔지만, 관련 정보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는 등 문제가 여전하다는 것이다.
8일 현장 교원들은 AI 디지털 교과서 도입에 여전히 의문을 표하고 있었다. 이 같은 우려는 전일 교육부가 개최한 '2024교실혁명 콘퍼런스' 행사에서도 나왔다. 이 행사에서는 AI 디지털 교과서 시제품을 교사가 직접 체험할 수 있게 했다.
2023년 9월 2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막한 2023 에듀테크 코리아 페어에서 관람객들이 전자칠판을 체험하고 있다. [사진=뉴스핌 DB] |
공개된 AI 디지털 교과서 시제품은 학생 성취도 분석, 학생 수준별 맞춤형 수업 지원, 교과 내용 수정·재구성 등을 실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능이 담겼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사 대시보드, AI 튜터 등 교과서에 담겨야 할 핵심 10개 기능은 모두 담긴 상태"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해당 시제품은 본 교사들은 수업 활용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충남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대시보드가 (학생들의 학업 성취에) 유용한 피드백을 제공해 준다고 해서 기대했지만, 재구성이 유연하게 이뤄지지 않아 활용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또 다른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AI 디지털 교과서로 개별 맞춤 지도를 할 수 있다고 하는데 문제 풀이와 암기에만 머무르는 게 아닌가 싶다"며 "AI가 창의성을 얘기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설문에서도 현장 교원들이 AI 디지털 교과서에 반대하는 입장이 뚜렷했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국 시도교육청 초·중·고교 교원 1만9667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23∼31일 실시한 온라인 설문에 따르면 AI 디지털교과서 도입 정책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한 비율은 73.6%였다. 응답자 10명 중 7명 이상이 AI디지털교과서에 반대하는 것이다.
동의하지 않는다에 응답한 응답자들은 그 이유로 '학습 효과성 의문'(35.5%)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디지털 기기 과의존 우려'(25.7%)가 두 번째로 많았다.
학부모들도 AI 디지털 교과서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고 의원이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에 의뢰해 지난달 26∼30일 초·중·고교생 자녀를 둔 전국 학부모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AI 디지털 교과서 도입에 대한 학부모 인식 조사'에 따르면 학부모 10명 중 8명(82.2%)은 AI 디지털 교과서 도입에 관한 '사회적 공론화' 절차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본 응답자 3명 중 1명(33%)은 AI 디지털교과서에 대해 '들어본 적 있지만 잘은 모른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24.4%는 AI 디지털교과서를 '들어본 적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부터 학부모 홍보와 연수를 통해 AI디지털 교과서와 관련한 정보를 본격적으로 제공할 예정"이라며 "교사에게 먼저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이후 학부모에게 알리는 게 원래 계획된 순서다"라고 했다.
또 "디지털 선도학교에서 AI코스웨어를 운영한 결과 학부모들이 좋아한다는 피드백이 많았다"라며 "학교에서 교사가 효과적으로 어떻게 활용하는지 보면 학부모들의 우려가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chogiz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