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고용쇼크 R의 공포에 놀란 한국 경제
글로벌 경제 침체 확산 시 수출에 악영향
중동지역 일촉즉발…국제유가 상승 우려
[세종=뉴스핌] 이경태 기자 = 미국발 경제침체 우려와 중동의 일촉즉발 확전 위기가 역동경제를 지향하는 한국 경제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이미 코스피 지수는 장 초반 2600선이 붕괴되면서 경제에 대한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 美 고용쇼크 R의 공포에 놀란 한국 경제
최근 코로나19 사태 이후 '나 홀로 호황'을 누렸던 미국 경제에 침체 시그널(Recession)이 나타났다. 월가에서는 미국 경제침체의 가늠자로 평가되는 '삼의 법칙(Sahm Rule)'을 발동하기까지 했다.
이는 미국 실업률의 최근 3개월 이동평균치가 앞선 12개월 중 기록한 최저치보다 0.5%포인트(p) 이상 높으면 경제 침체기로 들어선다는 것이다.
현재 이 삼의 법칙 지표는 0.53%p다. 골드만삭스 그룹의 이코노미스트들은 내년 미국 경기침체 가능성을 15%에서 25%로 높였다.
[서울=뉴스핌] 양윤모 기자 = 미국의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 확산 속에서 5일 오전 9시 20분 코스피가 전 거래일 종가보다 109.41포인트(-4.09%) 큰 폭으로 하락하며 2,566.78에, 코스닥은 29.12포인트(-3.73%) 하락한 750.21로 장을 시작한 가운데,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날 대비 8.20원(-0.60%) 하락한 1,371.10원에 오전 9시 20분 거래를 시작했다. 2024.08.05 yym58@newspim.com |
미국발 R의 공포 여파로 5일 코스피 시장에서는 개장과 함께 1차 지지선인 2600선이 뚫린 상황이다. 미국 고용 쇼크로 인행 월요일 장 개시 직후 주가 조정 압력은 예고됐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는 이날 오전 8시 관계기관 합동 컨퍼런스콜을 열고 최근 국내외 금융시장 동향을 점검하고 향후 대응 방향을 논의했다.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된 가운데, 중동 지정학적 불안 재확산 등 불확실성도 여전해 정부·한국은행은 높은 경계심을 가지고 국내외 금융시장에 대한 관계기관 합동 24시간 모니터링 체계를 유지하기로 했다. 또 필요시 상황별 대응계획(contingency plan)에 따라 관계기관이 긴밀히 공조해 대응해 나갈 예정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외환·채권시장 선진화, 공급망 확충 등을 차질 없이 추진하는 등 국내 자본·외환시장의 체력을 강화하고 대외안전판을 확충하기 위한 노력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2% 중후반대 수준으로 예상되는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역시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최근 주요 국내외 기관들은 일제히 한국 경제성장률을 상향 조정했다. 정부는 2.6%로 내다봤으며, 기관들은 평균적으로 2.5% 안팎의 성장률을 예상했다.
민간경제연구원 한 연구위원은 "미국의 고용 시장 충격이 현재 시장에 어떻게 미칠 지를 면밀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며 "여기에 미국 대선 결과도 글로벌 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 글로벌 연쇄 침체 시 수출 악영향…중동발 유가 상승도 걱정
미국의 경제 침체 신호가 글로벌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이어진다. 이럴 경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우리나라 수출에도 찬물을 끼얹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수출은 전년보다 13.9% 증가하며 10개월 연속 수출 플러스를 기록했다. 무역수지는 36억2000만달러로 14개월 연속 흑자를 달성했다.
지난달 무역수지는 36억2000만달러 흑자를 달성했다. 무역흑자는 14개월째다. 1~7월 누적 흑자 규모는 267억달러로 지난 2018년 이후 최대치를 경신한 수준이다.
정부는 올해 역대 최대 목표인 수출 7000억달러 달성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시장이 침체될 경우, 수출 목표치에 도달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미국발 R 공포가 우리나라 수출의 핵심 분야인 반도체 수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그동안 시장에 공개된 AI 기술이 여전히 실질적인 수익을 거두는 데 난항을 빚고 있는 만큼 '묻지마 반도체 호황'을 기대하기가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AI 기업 관계자는 "AI는 예전의 메타버스 거품과는 다르지만 현재 글로벌 AI 파운데이션 모델 제공 기업이 확실한 캐시카우를 얻지 못한 부분이 우려감을 키우는 상황"이라며 "반도체 수요는 늘어나겠지만 시장이 어떻게 변화할지는 여전히 확신할 수 없다"고 전했다.
내수 시장의 안정화마저 여의치 않다.
중동발 확전 양상에 유가 상승이 예고된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석유류가 21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달부터 유류세 인하 축소 조치가 본격적으로 시행됐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문제는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불안으로 이후 국제유가 상승이 예상된다.
유류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들어 국제유가가 안정세로 방향을 바꾼 듯하나 중동 위기가 또다시 국제유가를 춤추게 할 수 있다"며 "결국 유가 상승은 국내 시장의 전반적인 비용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소비자물가가 4개월 연속 2%대를 이어가고 있지만 하반기들어 3% 이상으로 치솟을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정부 한 관계자는 "체감 물가가 높은 것은 유가와 집중호우 영향에 따른 것"이라며 "내수 시장이 아직은 활성화됐다고 평가하기는 이르고 연말까지 소비 시장이 확산될 수 있도록 정책적인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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