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들, 대학교육 고민보다 돈 타려 줄서"
"교육부 혁신하라 하지만, 재정지원 미비"
교육부 "민생 관련 이슈"라며 즉답 피해
[서울=뉴스핌] 조승진 기자 = 대학 등록금이 16년째 동결되면서 대학들이 재정난에 허덕이는 상황이 이어지자 대학 총장들 사이에서 내년도 등록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20일 교육계에 따르면 일부 대학 총장들은 내년도 등록금 인상이 현실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 서울 지역 대학 총장은 "그간 (등록금 인상을) 참았기 때문에 내년에는 많이 오를 것"이라며 "정부 재정지원 사업을 많이 받는 상황에서 (정부 기조에 반해) 올해 1학기 등록금 인상을 시행하기 쉽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이어 "빠르면 2학기 때 올릴 수도 있다"고 덧붙었다.
2024년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하계 대학총장 세미나' 모습. [사진=교육부 제공] |
또 다른 지역 국립대학 총장은 "총장들은 대학의 본질인 교육을 어떻게 해야 할 지에 대한 고민보다 돈 1000만원을 더 (대학에) 보태려고 줄 서는 일이 많다"며 "아예 전문 경영인이 총장을 하도록 해야 할 판"이라고 불만을 토했다.
대학 총장들은 정부의 등록금 동결 기조에 대한 불만을 공개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전날 전국 4년제 대학 총장 135명이 참석한 '2024년도 하계 대학 총장 세미나'에서 대학 총장들은 오석환 교육부 차관과 대화 자리에서 등록금 인상 필요성을 성토했다.
김명애 동덕여대 총장은 "교육부에서 혁신을 요구하는데, 혁신에도 비용이 충분히 들어간다"며 "대학들은 16년간 등록금을 못 올렸다. 사람들은 이 사실을 잘 체감하지 못하고 있지만, 대학들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교육부는 대학에서 역량 강화를 해야 한다고 하는데,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돈이 필요하다"며 "등록금 인상에 대한 답을 달라"고 요청했다.
박상규 대교협 회장(중앙대 총장)도 오 차관에게 "등록금을 인상하면 국가장학금 Ⅱ유형을 제한하는 제도가 있는데 이를 폐지할 때가 되지 않았나"라며 등록금 인상 규제 폐지를 주장했다.
현재 교육부는 등록금을 동결하거나 인하한 대학에만 국가장학금 Ⅱ유형을 지원하고 있다. 이 때문에 대학들은 사실상 등록금 인상에 대한 정부 규제를 받고 있다는 입장이다.
국가장학금 Ⅱ유형은 교육부가 학생이 아닌 대학에 직접 지급하는 등록금 지원금이다. 앞서 교육부는 올해 국가장학금 Ⅱ유형 예산을 500억 원 증액해 총 3500억원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이 같은 총장들의 건의에 즉답을 피했다. 오 차관은 "등록금 동결 16년째로, 대학의 어려움을 총장과 같이 공유하고 다양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다"면서도 "국민 민생과 직접 관련된 이슈이기 때문에 그 문제에 대해선 인상하느냐 안 하느냐는 원론적 논의보다는, (등록금 인상을) 국민들이 수용할 수 있게 새로운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chogiz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