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시정명령 불이행으로 기소, 1심 유죄→2심 면소
"1·2차 사건과 사실관계 달라"…유죄 취지 파기환송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무허가 건물을 철거하라는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아 유죄 판결이 확정된 상태에서 재차 같은 내용의 시정명령을 불이행한 경우 면소를 선고하지 않고 처벌해야 한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개발제한구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와 B씨에게 면소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창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일 밝혔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의 모습. [사진=뉴스핌DB] |
A씨는 2015년 10월경 B씨가 소유한 경남 김해시 소재 개발제한구역 토지에 김해시청의 허가를 받지 않고 철파이프 구조 축사와 창고, 컨테이너 휴게실 등 다수의 건축물을 지어 사용했다.
김해시장은 2016년 4월경 A씨와 B씨에게 불법 건축물을 원상복구하라는 시정명령을 했다.
A씨와 B씨는 이를 이행하지 않았고 개발제한구역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2017년 12월 각각 벌금 500만원, 벌금 300만원 판결을 확정받았다.
이들은 2017년 10월경 동일한 내용의 2차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아 다시 기소됐고 2019년 12월 각각 벌금 700만원, 벌금 300만원이 확정됐다.
이후 이들은 2020년 6월경 3차 시정명령에도 축사 등을 원상복구하지 않아 또다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A씨는 무허가 건물을 건축한 후 2차례 벌금형을 선고받았음에도 불구하고 7년 넘게 원상복구를 하지 않고 있으며 B씨는 토지 소유자임에도 범죄행위를 방치했다"며 A씨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B씨에게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항소심은 이 사건의 공소사실이 이미 유죄 판결이 확정된 1·2차 시정명령 관련 범죄사실과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하다고 판단, 면소로 판결했다. 형사소송법 제326조 1호에 따르면 확정 판결이 있는 때에는 면소를 선고해야 한다.
그러나 대법원은 유죄 판결이 확정된 사건과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하지 않다며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종전 확정판결의 범죄사실은 2017년 10월경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았다는 것이고 이 사건 공소사실은 별개의 절차를 거쳐 이뤄진 2020년 6월경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설령 위반행위에 이용된 건축물이 동일하더라도 종전 확정판결의 범죄사실과 이 사건 공소사실은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하다고 할 수 없다"고 봤다.
그러면서 "원심 판단에는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 판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만약 면소로 판결해야 한다고 본다면 한 번 위법행위를 한 경우 이를 그대로 유지하고 시정명령에 응하지 않더라도 첫 번째 위법행위로만 가볍게 처벌되고 재차 처벌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러 부당하다"고 설명했다.
shl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