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국립극장(극장장 박인건) 국립창극단이 유은선 예술감독 부임 이후 첫 창작 작품 '만신: 페이퍼 샤먼'을 선보인다. 박칼린 연출의 첫 창극이자, 소리꾼 유태평양이 작창에 첫 참여하며 가장 참신한 시도들이 돋보인다.
29일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만신: 페이퍼샤먼' 기자간담회가 개최됐다. 이 자리엔 유은선 예술감독 겸 단장과 박칼린 연출, 국립창극단 유태평양, 김우정, 박경민 단원이 함께했다.
국립창극단 유은선 예술감독 겸 단장. [사진=국립극장] |
유은선 단장은 "지난해 4월에 부임해 이제 1년을 넘겼다. 작년부터 국립창극단이 해야 할 작품을 많이 고민했고 첫 번째로 우리 전통적인 이야기를 창극에 담아보는 것으로 잡았다. 신작으로 올리는 첫 작품이고 창극의 다양한 실험적인 요소들을 더 정착시키고 창극에 있어서 우리 자체의 이야기가 더 빛나게 하는 역할을 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박칼린 연출은 이번 작품으로 첫 창극에 도전하며 "뮤지컬 쪽에 있다가 국악은 0.001%를 공부를 하다 지금 이 자리에 있다"면서 "페이퍼 샤먼은 분명히 한국 얘기이긴 하다. 또 나아가 무속에만 집중하는 게 아니라 간략하게 말하자면 한 예민한 인간이 태어나서 힘을 발견해나가고 그 업을 받드는 1막이 있고, 그 힘을 갖고 2막에선 어떻게 사람들과 자연과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우주에 보탬이 될 것이냐 해서 소박한 기도와 빔으로 수많은 넋을 달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만신: 페이퍼샤먼'의 박칼린 연출. [사진=국립극장] |
이어 "그 과정에서 실은 또 다른 나라의 샤먼들이 5대륙의 샤먼들과 함께 만나게 된다. 방대한 얘기처럼 들리겠지만 결국은 우리가 이 지구 위에 놓여 있는 사람들로서는 어떻게 우리가 살아가고 자연을 해치지 않고 나아가고 각자가 갖고 있는 힘을 어떻게 풀어내고 보탬이 돼서 우리 삶과 존재와 서로를 지켜나갈 수 있느냐 하는 소박한 이야기"라고 덧붙였다.
이번 '만신'에서는 국립창극단 소속 단원이기도 한 유태평양이 안숙선 선생을 도와 작창에 처음으로 참여한다. 유태평양은 "첫 공식적인 작품이고 좋은 프로덕션과 국립극장, 국립창극단에서 할 수 있어 영광이다. 더군다나 안숙선 선생님 밑에서 우리 국악의 장르를 함께 도와서 할 수 있다라는 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만신: 페이퍼샤먼'의 작창에 참여한 국립창극단 유태평양. [사진=국립극장] |
박칼린 연출은 뮤지컬 무대에서 여러 작품을 거쳐 처음 창극에 도전하며 "처음 저를 불러주셔서 달려왔다"며 웃었다. 그는 "어떻게 풀어나갈까 생각했는데 오로지 음악이 아니라 배우들이 다 스토리텔러다. 흥부가 한바탕을 하면 그 안에 모든 캐릭터를 해내는 게 판소리의 기본이라 이분들한테 가사 던져주면 다 이해한다. 굿을 고증하는 부분은 어렵지만 다들 잘해주고 계신다"고 말했다.
또 전통적인 샤먼을 중심으로 오대륙의 방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에 대해서 "오대양이라는 컨셉트를 머릿속에 뺄 수가 없었던 게 샤먼들이 치유사들이다. 다양한 용어의 전 세계 샤먼들이 저희 작품에 다 나오는데 이들은 태어나면 할 일이 있다. 누군가의 넋을 달래거나 아픔을 위로하거나 같이 가주거나 길을 예쁘게 깔아준다. 그렇게 도움을 주는 사람들이다. 또 한국이 이제 문화 강국 중에 하나다. 우리도 다른 나라를 이제 치유해 줄 수 있다 그 정도로 크다고 생각된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국립창극단에서 해외의 문학작품들을 창극으로 풀어낸 '리어'와 '트로이의 연인들'이 유럽으로 초청되는 등의 성과가 있었다. 이번 '만신'은 우리 전통 소재인 샤먼과 종이공예를 기반으로 한 만큼 해외 진출에 대한 포부 역시 다른 작품들과는 또 남다를 수밖에 없다.
유은선 단장은 "K컬처가 세계적으로 성공적인 인기와 관심을 얻고 있다. 전통 쪽에서 만약에 두각을 나타내는 작품은 창극단이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런 이유에서 박칼린 연출이 어떤 불일치가 돼서 연결될 수 있을 거란 희망도 하고 있고 단순히 인적 교류로서 뿐만이 아니라 이 작품이 지닌 우리 전통의 이야기, 오대륙 이야기들, 사람으로서 비슷한 사람의 이야기들을 하면서 공감을 불러일으킬 작품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만신: 페이퍼샤먼'의 박경민, 박칼린 연출, 유은선 예술감독, 유태평양, 김우정. [사진=국립극장] |
앞서 박칼린 연출의 말처럼 '만신'은 우리 나라의 전통으로부터 출발해 생각보다 큰 뜻을 품은 창극으로 완성될 예정이다. 주인공 실 역으로 출연하는 두 배우는 각자를 "강인함이 돋보인다" "맑은 눈의 광인"이라고 칭하며 본 공연에 기대감을 높였다.
김우정은 "박경민 배우의 실은 강인함이 많이 묻어나온다"면서 "2부에 만신이 된 실을 연기하는 경민 배우를 보면서 되게 많은 공부를 하고 있다. 이 작품을 하면서 모든 게 즐거워 보인다고 연출님이 말씀하셨다. 그렇게 즐기는 과정도 제게는 치유라 생각하면서 잘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경민은 "우정 씨가 평소에 별명이 '맑은 눈의 광인'이라는 별명이 있다"면서 "1부에 정말 순수하고 맑은 아까 설명드린 실의 모습이 우정 씨에게 다분하게 느껴졌다. 저도 거울 치료를 하듯이 다른 면모를 갖고 함께 성장하고 의지를 많이 하면서 잘 이겨내고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참석자들은 연습을 하면서 여러 차례 오방기를 뽑아봤다면서 '만신'에 깃든 행운을 기대했다. 박경민은 "오방기를 뽑았는데 원래 고민을 많이 하는 편인데 그냥 툭 뽑았더니 가장 좋다고 하는 홍색, 빨간 색이 나왔다"고 말했다. 박칼린 연출도 "저희 빨간 색 자주 나오고 있다"면서 창극단을 대표하는 작품의 탄생을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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