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휘 글/사진
포토저널 刊
[서울= 뉴스핌] 김영현 기자= 뱀들과 함께 춤을 추는 듯한 남원 산동 부절리 소나무숲, 바위를 타고 승천하는듯한 동두천 소요산 칼바위소나무. 기이하고 특이한 소나무들이다.
전국 산천에 숨겨진 독특한 소나무를 찾아 앵글에 담아온 무아지송(無我之松) 이성휘 사진작가가 명품 소나무 답사기 '한국 소나무의 미를 찾아서'(포토저널 刊)를 펴냈다.
스토리텔링이 있는 천연기념물 소나무는 이미 사진집이 많이 나와 있다. 그래서 이 작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예술적인 면을 가진 소나무를 주로 찍었다고 한다. 소나무 밑에서 뒹굴며 촬영하는 습관이 몸에 밴 덕분에 남들이 보지 못한 특이한 앵글의 작품이 많다.
이 작가는 지난 2019년 '한국 소나무의 미'라는 작품집을 낸 바 있다. 소나무숲, 바위 소나무, 산 소나무, 천연기념물, 명품 소나무 등으로 구분해 사진 도록을 출간했다.
최근 발간한 답사기는 240컷의 사진 작품에 이야기로 살을 붙였다. 소나무를 촬영하러 가는 여정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나눈 얘기, 사진 찍은 소나무에 얽힌 사연, 여행 중 아쉬웠던 상황까지 세세하게 글로 적었다.
창녕 구룡산 육룡송 [사진=이성휘] |
전남 광양시 하조마을의 용란송은 용이 알을 품고 있는 듯한 소나무인데 '용의 알이 물살에 떠내려가지 않도록 품고 있는 이 소나무는 사람들의 간절한 소원을 들어주는 영험함이 있어 마을에서 걸출한 인재가 많이 배출되었다'는 안내판을 소개한다.
강원도 정선 가수리의 오송정 소나무는 학이 비상하는 모습과 닮았다. 다섯 그루였는데 나라에 큰 환란이 닥칠 때마다 한 그루씩 죽어 지금은 두 그루만 남았다고 한다.
작가는 전남 장수 노곡리의 소나무에 대해 "위에서 땅까지 늘어진 가지는 한 폭의 비단 치맛자락같이 아름답게 보였다. 수천, 수만 그루의 소나무를 보았지만 이처럼 아름다운 소나무는 본 적이 없었다"고 평한다. 작가는 2014년 7월 노곡리 처진 소나무를 찍은 뒤, 2015년 12월에 또 찾아가 눈이 내린 뒤 일부는 녹고 남은 눈은 구슬처럼 동글동글하게 뭉쳐진 설송도 찍었다.
전남 장수 노곡리의 처진 소나무 설명 [사진= 이성휘] |
이 작가는 당초 2019년 작품집을 내면서 답사기도 함께 출간하려 했으나 소나무 자생지가 공개되면 사람들이 많이 찾아가서 피해를 입힐 수도 있다는 생각에 보류했다고 한다. 이번 답사기에도 일부 중요한 소나무 자생지는 장소를 공개하지 않았다.
현재 갤러리 무아지송 대표인 이성휘 작가는 "우리 민족 정서에 깊게 스며들어 있는 소나무가 재선충에 감염돼 베어지는 것이 안타까워 소나무에 관한 기록을 남겨야겠다는 생각에 시작한 일인데, 어느새 소나무에 매료돼 소나무 마니아가 됐다"며 "소나무는 나의 꿈이요, 희망이요, 동행자요, 삶의 일부"라고 말한다.
'한국 소나무의 미를 찾아서' 책 표지[사진=포토저널] |
yh16122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