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당시 자백하고 징역 1년·집행유예 2년
2심 "사실오인 위법...미필적 고의는 인정"
유동규 "김 변호사는 김용이 보낸 사람"
[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대장동 사건'의 핵심 인물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휴대전화를 버려 증거인멸 혐의로 기소된 사실혼 배우자의 항소심 재판이 시작됐다.
유 전 본부장의 지시로 증거인멸을 했다고 자백한 1심과 달리 항소심에서는 '유 전 본부장이 아닌 변호인의 지시에 의한 것'이었다며 돌연 태도를 바꿨다. 유 전 본부장은 해당 변호사에 대해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보낸 사람"이라고 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8-1부(김정곤 최해일 최진숙 부장판사)는 3일 증거인멸 혐의로 기소된 A씨의 항소심 첫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법정에는 유 전 본부장도 모습을 드러냈다.
[서울=뉴스핌] 이호형 기자 =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본류 배임 사건'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4.03.22 leemario@newspim.com |
앞서 A씨는 지난 2021년 9월 검찰이 유 전 본부장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하기 직전 유 전 본부장의 휴대전화를 부순 후 쓰레기봉투에 담아 버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초 A씨 측은 "유동규의 휴대전화를 부순 사실은 인정하지만 유동규의 지시에 의해서 그랬다거나 휴대전화가 유동규 형사사건의 중요한 증거라는 인식을 가지고 한 것은 아니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그러다 검찰에서 유 전 본부장이 A씨에 대한 증거인멸교사 혐의를 인정하고 뉘우치고 있다는 취지의 자술서를 제출했다며 이를 추가 증거를 제출하자 A씨는 뒤늦게 혐의를 인정한다고 밝혔다.
이에 1심 재판부는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고 "피고인은 휴대전화를 인멸함으로써 실체적 진실 규명을 통한 적절한 형사사법권 행사에 큰 지장을 초래했다"며 A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그런데 이날 열린 항소심 재판에서 A씨 측은 "사실 유동규가 증거인멸을 지시한 것이 아니다"며 "처음 A씨의 변호인으로 선임됐던 김 모 변호사가 증거인멸을 지시했다"며 입장을 번복했다.
'증거인멸죄 성립에는 관련이 없음에도 그렇게 주장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재판부의 질문에 A씨 측 변호인은 "피고인의 사실혼 배우자인 유동규씨도 대장동 사건에서 증거인멸죄로 추가기소가 됐다. 이 사건에서 사실을 바로잡지 않으면 다른 사건에서도 사실오인의 위법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늦게라도 사실을 밝히고 선처를 구하고자 하는 목적"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유동규가 아닌 제3자의 지시를 받아 증거인멸을 한 것이고, 그 과정에서 유동규의 형사사건 관련 증거를 인멸한다는 것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고 있었던 것은 인정한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A씨에게 증거인멸을 교사한 김 변호사에 대해 2주 내로 고발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향후 관련 자료도 증거로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재판이 끝나고 취재진을 만난 유 전 본부장은 '1심 당시 검찰에 증거인멸교사 혐의를 인정하는 취지의 자술서를 제출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당시 이미 재판이 진행되고 있었고 이런 내용을 설명하려니 변명한다고 생각할 것 같았다. 그래서 그냥 내가 다 뒤집어쓰고 A씨의 양형을 최대한 줄이려고 했던 것"이라고 답했다.
또 유 전 본부장은 "변호사가 (휴대전화를) 버리라고 하는데 어떤 사람이 안 버리겠느냐"며 "김 변호사는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보낸 사람이었다. 휴대전화를 버리면 증거인멸죄가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A씨까지 끌어들인 것이다. 가족을 끌어들여서 나에게 심리적 압박을 주려고 했던 것이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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