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전쟁 포기'를 명시한 평화 헌법에 따라 무기 수출을 제한해 온 일본이 자국에서 생산한 지대공 미사일 패트리엇의 미국 수출에 이어 영국·이탈리아와 공동 개발하는 차세대 전투기의 제3국 수출을 허용하기로 했다.
25일 NHK방송 등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이날 오전 각료회의(국무회의)에서 차세대 전투기 제3국 수출 허용을 결정했다.
일본이 영국, 이탈리아와 함께 공동 개발하는 차세대 전투기 콘셉트 이미지. [사진=일본 방위성 제공] |
각의 결정에 일본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는 '방위 장비 이전 3원칙'의 운용 지침을 개정했다.
이번 운용 지침 개정으로 다른 국가와 함께 개발한 무기의 제3국 수출을 허용한다는 항목이 신설됐다.
다만 수출 무기는 차세대 전투기로 한정하고 수출 대상국은 일본과 '방위장비품·기술이전협정'을 맺은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웨덴, 호주, 인도, 싱가포르, 필리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베트남, 태국, 아랍에미리트(UAE) 등 15개국으로 한정했다.
또한 협정 체결 국가라 할지라도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나라는 수출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이어 일본 정부는 향후 차세대 전투기를 수출할 때마다 개별 안건을 심사해 각의에서 수출 승인 여부를 판단할 방침이다.
기하라 미노루 방위상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번 결정으로 영국, 이탈리아와 동등하게 (전투기 생산 등에) 공헌할 수 있는 입장을 확보하는 것이 가능해졌다"며 "일본 안보 환경에 어울리는 전투기 제작이란 목표가 양국과 협의로 제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엄격한 (수출) 결정 과정을 거쳐 평화 국가로서의 기본 이념을 계속 견지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교도 통신에 따르면 일본은 영국, 이탈리아와 함께 일본 항공자위대 F-2 전투기, 영국과 이탈리아의 유로파이터 전투기의 후속 모델이 될 차세대 전투기를 오는 2035년 배치를 목표로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일본이 미국 이외 국가와 함께 방위 장비를 공동 개발하는 것은 처음이다.
앞서 일본은 지난해 12월 외국 기업의 허가를 받아 자국에서 제조한 생산품 수출을 금지하는 규정을 완화, 자국에서 생산한 패트리엇을 미국에 수출키로 한 바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살상능력이 있는 완성 방위 장비의 수출 대상을 원칙적으로 공동개발 국가로 한정해 온 일본에 있어 이번 결정은 안보 정책의 전환이 됐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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