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적 해이 자극해 시스템 리스크 초래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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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오상용 글로벌경제 전문기자 = *①편 기사에서 이어집니다.
3. 사량발천근 : 100배의 부보효과
정치협상회의(정협) 경제위원회 부주임을 맡고 있는 이강 전(前) 인민은행 총재는 자신이 제안한 분양대금 보험제도가(地产预售资金保险机制)가 도입될 경우 "부동산개발업체들은 당장 1조위안에 달하는 자금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추산했다.
1조위안이면 부동산업계의 1년치 분양대금 총 수취액에 맞먹는 규모다. 설립 첫해 자본금 100억위안의 보증 기구만으로 100배(1조위안)의 부보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 전 총재가 자신의 제안에 대해 "사량발천근의 효과를 낼 수 있다"고 평한 이유다.
이게 가능할까.
참고로 한국의 예금보험공사 자본금은 12조위안 가량이다. 그 자본금으로 5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을 포함한 총수신잔고 2000조원을 보장하고 있다(물론 보장한도 5000만원을 넘어서는 고액예금분을 제외한 실제 부보액은 이보다 적을 것이다). 지방은행과 저축은행 등을 합하면 부보 대상액은 더 늘어난다. 그럼에도 예금보험제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것은 모든 은행이 동시다발적으로 망할 확률은 매우 낮기 때문이다.
이강의 선분양대금 보험제도 역시 이론상 작동 가능하다.
건설 프로젝트당 보장 한도액이 얼마로 정해질지는 알 수 없지만, 일단 보장 한도액이 정해지면 부동산개발업체는 보험기구의 보증을 끼고서 한도액만큼 에스크로 계좌에서 분양대금을 빼내 쓸 수 있다. 그런 식으로 보험기구 보증을 끼고서 활용할 수 있는 자금이 당장 1조위안에 달한다는 게 이강의 계산이다. 더 많은 보장한도를 원하는 부동산개발업체의 경우 보험료를 추가로 내고 별도 계약을 맺으면 될 것이다.
행여 사고가 터지면 보증을 선 보험기구가 막아줘야 한다 - 공사 대행 혹은 배상액 지급이다. 물론 사고가 터지지 않도록 "보험기구가 특별감사(관리감독 역할)도 수행해야 한다"고 이강은 설명했다. 마치 예금보험공사가 부보대상 예금기관에 대해 일정부분 감독 권한 (검사 권한)을 갖는 것과 비슷하다.
중국 100대 부동산개발업체의 2월 신규주택판매액은 전년동월비 60% 급감해 부침이 한층 깊어졌다. [사진=블룸버그] |
4. 리스크의 확대 재생산 위험
이 전 총재는 해당 보험제도를 3년 정도의 한시적 수단으로 설정했다. 그리고 그 기간 동안 부동산 판매 방식을 `선분양제`에서 `후분양제` 중심으로 전환하는 과도기로 삼자고 했다. 부동산개발업체의 자금난을 덜고 수분양자 피해를 방지하는 수단이자, 나아가 주택시장 선진화에 보탬이 될 장치로 봐달라는 것이다.
실제로 해당 제도가 도입될지, 도입된다면 한시적 운용에 그칠지, 영구적 제도로 고착화할지는 미지수지만, 업게와 학계에서는 기대 못지 않게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실무적으로는 누구의 돈으로 보험료를 충당할 것인가(부동산개발업체의 부담이어야 하는가, 수분양자의 부담이어야 하는가)부터 최종 책임 소재와 관련 법규 정비 등 손봐야 할 게 많다. 이 모든 절차가 일사천리로 진행돼 연내 제도 도입이 이뤄진다 해도 경제 전체적으로 득(得)보다 실(失)이 더 커질 위험도 존재한다.
부동산개발업자들이 신설된 보험제도를 믿고 사업성이 지극히 떨어지는 건설 프로젝트를 남발한다면, 공사가 별탈 없이 진행될 거라는 믿음에 많은 돈들이 무분별하게 몰려간다면 장기적으로 더 큰 화(禍)를 부를 수 있다. 부동산 시장의 안정적 발전을 지원하기는 커녕 리스크를 확대 재생산하는 원흉으로 변질될 소지가 있다. 경제 전체로도 한정된 재화와 인력이 콘크리트 더미 아래 계속 잠길 위험이 자라난다.
상하이교통대학 교수이자 도시농촌건설연구센터 주임인 천지에 교수는 "관련 보험제도가 부적절하게 설계되면 부동산 업체의 도덕적 해이를 자극하게 된다"며 "이 경우 부동산 프로젝트 관련 위험이 확산돼 시스템 리스크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주택 구매자인 가계도 보험제도만 믿고 신중한 결정을 내리지 못할 수(옥석 구분없이 투자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경계했다.
분양대금 보험제도의 도입에도, 본질적인 리스크는 사라지지 않고 보험 기구로 전가될 뿐인데 그 과정에서 경제주체들의 선택은 더 방만해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럼 무용한 대책, 실현 불가능한 대책일까.
꼭 그렇게 볼 필요는 없다. 과거 주룽지 총리 시절 국유은행 부실을 해소하는 과정에서도 그러했듯 중국은 새로운 기구를 설립해 부실을 이전시키고(리스크 전이) 적당히 가려 놓는 데 일가견이 있다. 20여년전 국유은행 부실채권을 떠안았던 국유계 자산관리회사(배드뱅크)들은 결국 더 거대한 부실더미가 됐지만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그럭저럭 묻혀졌다.
부동산 경기가 더 흉흉해지면 이강이 제안한 방안이 아니라도, 민간 보험사를 동원한 유사한 상품이 등장할 수 있고, 잠재부실을 떼어 내기 위한 장치가 지역별로 여럿 도입될 수 있다. 다만 과거 20년 비약적 성장을 보인 것과 달리, 중국 경제의 활력은 가라앉고 있다. 별 탈 없이 부동산 부문의 부실을 온전히 품기에는 경제의 성장 속도가 예전만큼 넉넉치 않다. 잠시 옮겨(숨겨) 놓았던 부실이 수면 위로 고개를 내미는 주기가 예전보다 빨라진다는 이야기다.
osy7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