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배우 손석구가 영화 '댓글부대'로 영화적 재미와 함께 일상과 가까운 사회적 현상에 대한 화두를 던진다.
손석구는 27일 개봉하는 '댓글부대'에 참여한 계기와 소감, 영화 안팎의 이야기를 22일 들려줬다. 항상 감독을 보고 출연을 결정한다는 그는 이번에 안국진 감독과 최상의 호흡을 맞췄다.
"감독님의 전작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를 보고 좋았어요. 참 하고 싶은 얘기가 분명히 있고 그 영화에서도 우리 나라에만 있는 특이한 사회 현상을 다뤘잖아요. 이번에도 감독님이 이 소재를 통해 그냥 모르는 걸 건드리는 게 아니라 자기가 하고 싶은 얘기가 분명히 있어서 하시는 것 같아서 처음부터 믿음이 있었죠. 지금 우리 나라에 살고 있는 사람들한테 또 다른 시각을 제시하고 질문을 해보고 싶다는 의도가 명확했어요."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댓글부대'에 출연한 배우 손석구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2024.03.22 jyyang@newspim.com |
손석구는 극 중 기자 임상진 역을 맡아 잠시 여론 조작 피해자의 입장에 선다. 직업적 특수성을 표현하기 위해 기자들의 업무와 일상을 위한 취재 과정이 있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리얼리티보다 더 중요한 것이 생겼다.
"직업 자체가 판타지가 씌여있지는 않다보니 예민하고 일상적이고 좀 리얼하게 안 다가가면 들통날 것 같았죠. 그래서 더 어려웠어요. 처음엔 기자분들을 많이 만나보려고 했는데 몇 분 만나고선 더 안 만났어요. 너무 현실을 반영하기보다 그 직업만의 생리가 있잖아요. 그 정도만 알고 나머지는 상상력으로 채워야겠다 싶었죠."
'댓글부대'에서는 기자가 한 대기업 기사를 낸 뒤 여론 조작으로 인해 '오보'로 몰리며 수모를 당하고, 조작 세력이 다시 임 기자에게 접근하는 등 현실적 배경에 비현실적 설정들이 더해졌다. 실제로 영화 속 상황이 현실과 얼마나 닮았다고 생각했는지를 묻자, 손석구는 "그것을 명확하게 하는 게 우리 영화의 주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영화 속 상황이 현실인지, 아닌지보다 그런 상황을 어떻게 볼 것인가가 화두인 것 같아요. 영화니까 궁극적으로는 재미가 있어야죠. 관객들한테 이게 진짠지 가짠지 뭔지를 보여주기보다 뭔가를 진짜라고 해도 알아볼 게 많고, 가짜라고 해도 거기서 파생되는 의심이나 질문이 많다는 거. 언제든지 가짜라고 믿는 사람도 진짜로 볼 수 있고 진짜라고 믿는 사람도 가짜가 될 수 있는 게 지금의 사회를 반영하는 것 같아요. 어떤 면에서 우리 작품이 영화적 재미에 플러스 알파, 사회적인 기능을 어느 정도 할 거라고 봐요."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댓글부대'에 출연한 배우 손석구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2024.03.22 jyyang@newspim.com |
그럼에도 기후변화나 정치 문제 등 사회적 현안에 대해서는 직접적으로 목소리를 내길 주저했다. 손석구는 "뉴스를 보는 걸 좋아한다"면서도 "중립을 유지하고 내 의견을 갖지 말아야지 하는 게 아니라 그걸 알기가 너무 어려워진 사회에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저는 뉴스 보는 걸 좋아해요. 공감하는 대사 중에 하나가 옛날에 덴젤 워싱턴 나왔던 트레이닝 데이에서 '내 재미있는 엔터테이닝 시간을 방해하냐. 나 이 신문만큼 재미있는 게 없는데'라고 하거든요. 제가 그래요. 아무리 엄청난 상상력을 발휘해도 그 정보를 못따라가는 것 같아요. 해석이 중요하긴 하죠. 말하자면 제 친구의 뉴스가 있잖아요. 내 친구가 엊그저께 무슨 일을 겪었대 하는 거는 제가 어느 정도 판단 가능한 영역이죠. 하지만 활자를 통해 청와대, 현대, 범죄에 관한 이야기는 전혀 모르는 걸 글로 쓴 거라 소설이랑 다를 바가 없게 느껴져요. 쉽게 판단할 수 없죠."
이번 영화를 촬영하면서 겪어보지 않았던 기자의 삶을 어느 정도 체험한 그는 한 직업인의 책임감에 대한 생각을 깊게 하게 됐다. 작품의 흥행에 대해서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건 전혀 없지만 관객들이 감독과 배우들의 의도, 신경쓴 부분들을 함께 느껴주길 바랄 뿐이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댓글부대'에 출연한 배우 손석구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2024.03.22 jyyang@newspim.com |
"배우들은 극장에서 1000만 영화 하는 게 어려운 것처럼 한 기자가 자기가 취재를 해서 데스크에 허락을 받고 기사를 써서 그게 1면 톱을 장식하고 많은 이들한테 터뜨리고 하는 게 어려운 건 당연하겠죠. 근데 이후에 엄청난 후폭풍과 책임을 감당을 할 수 있어야 하는구나. 사회적 책임을 확실히 가져야하는 직업이구나 하는 걸 좀 느꼈어요. 흥행은 장담할 수 없어도 영화에서 어떤 의도를 가지고 이 작품만의 특이점이 발현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하죠. 그걸 100만 명이 공감할지 1000만 명이 공감할지는 알 수 없지만요."
전작인 넷플릭스 '살인자ㅇ난감'에서 호평받은 것은 물론, 지난해에 연극 '나무 위의 군대'에 출연하며 관객들과도 직접 만났다. 매체 연기로 먼저 주목받았지만, 손석구는 무대에서 만난 연기의 맛을 떠올리며 확연한 차이점을 얘기했다. 기존 소속사를 나와 1인 기획사 겸 제작사를 설립한 그는 앞으로도 '하고 싶은 이야기가 확고한 작품'을 들고 대중 앞에 설 예정이다.
"연극은 리허설도 길게 하고 '나무 위의 군대' 공연을 48회 했어요. 아직도 기억나는 게 46회차 공연할 때 무대에서 내려와서 '이게 이거였네. 이제 알았어' 했어요. 3개월 리허설에, 45번은 무대에 서야 그 대사가 소화가 되는 거예요. 근데 영화나 드라마는 여건상 그럴 수는 없잖아요. 확실히 연기의 퀄리티적인 면은 연극이 좋을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다만 영화나 드라마는 리허설 안에서 볼 수 없는 정보를 카메라 연결과 편집과 여러 부가적인 요소들로 만들어주죠. 매체 연기에선 믿음이 가장 중요해요. 연극은 관객과 러시아 룰렛 타듯이 그런 스릴이 있어요. 요즘 시나리오는 잘 못쓰지만 당분간은 몰라도. 나중엔 작가로 전향하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작가로 데뷔한다면 안국진 감독님과 또 하고 싶어요."
jyy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