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80.5% 사직서 제출…72.3% 근무지 이탈
기득권을 무기로 무고한 환자들 방패막이 삼아
정부 의대 정원 계획에 대안 없는 비판만 이어가
[세종=뉴스핌] 정성훈 기자 = "정부가 의대 정원을 늘리겠다고 하는데 전공의(레지던트)들의 반발이 특히 심하죠. 이유는 간단해요. 전문의 자격증 취득 후 개원을 생각하는 전공의들이 많은데, 의대정원이 늘어나면 그만큼 경쟁이 심해지죠. 결국은 전공의들도 자기들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집단 투쟁에 적극 나서고 있는 거죠."
정성훈 경제부 차장 |
최근 취재 도중 만난 지방의 한 종합병원 전공의는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들의 집단사직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예전에나 개천에서 용이나 의사가 됐지, 요즘은 금수저 출신 전공의들이 대부분이다. 빨리 전문의 따서 개원해야 하는데, 정부가 의대 정원을 늘린다고 하니 왜 하필 지금이냐는 반발이 거세지고 있는 거다. 그것도 한해에 2000명씩 늘린다고 하니 이성을 잃은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들의 집단 이탈이 거세지고 있다. 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23일 저녁 7시 기준 주요 100개 수련병원 소속 전공의 1만34명(80.5%)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9006명(72.3%)이 근무지를 이탈했다. 이른바 '빅5(삼성서울·서울대·서울성모·서울아산·세브란스병원)' 등 대형병원들은 평소보다 수술을 최대 절반가량 줄이는 등 의료 공백에 대응하고 있다.
전공의는 병동·응급실·중환자실 당직, 수술 보조, 수술 전후 환자 관리 등 주로 병원의 핵심 업무에 투입돼 병원이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중추적 역할을 수행한다. 이들이 없으면 전공의들이 하던 업무를 간호사나 전문의 등이 분담하거나, 상황이 여의치 않을 경우 수술이나 진료, 검사 등 의료 기능을 축소해 운영할 수밖에 없다.
한국의 경우 전공의들의 부재에 따른 타격이 더 심각하다. 복지부에 따르면 빅5 병원 전체 의사(7042명) 대비 전공의 비율은 평균 39%에 달한다. 이들이 한꺼번에 손을 놓으면 진료에 공백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회사로 따지면 핵심 직원 10명 중 4명이 하루아침에 사표를 내고 나오지 않는 것과 같다. 이유가 어찌 됐든 전공의 의존도가 높은 건 엄연한 사실이다.
당사자인 전공의들은 한국의 이러한 의료 현실을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연의 업무인 환자 진료를 거부한 채 의료 가운을 집어 던졌다. 기득권을 무기로 무고한 환자들을 '방패' 삼아 정부와 맞서고 있는 셈이다.
의대생들이 학교 졸업 후 정식 의사가 되기 전 꼭 하는 약속이 있다. 바로 의사의 윤리 등에 대한 내용을 담은 '히포크라테스 선서'다. 환자를 대하는 의사의 자세, 환자 정보의 외부 누설 금지 약속 등이 담겼다. 어찌보면 의사가 되기 위해 가져야 할 의무감, 사명감 같은 것이다. 현재 전공의의 집단 행동, 환자 진료 거부는 의료인의 의무감, 사명감을 버린 것과 다름없어 보인다.
이러한 전공의 집단행동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따갑기만 하다. 전문의를 앞둔 전공의들이 더 많은 물질적 이익을 얻기 위해 환자를 내팽개친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전공의를 대변하는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가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계획에 대해 대안 없는 반대만 고수하는 행태가 이를 증명한다.
전공의가 전문의 시험에 통과해 병원을 개원하면 소득이 '하늘과 땅' 차이다. 국세청의 부가가치세 면세사업자 수입금액 통계를 보면 2022년 기준 의료사업장 당 평균 연 수입은 10억4900만원에 달한다. 더욱이 보건업은 부가가치세 면제 대상이라 병원 진료비 등이 고스란히 병원 수입이 된다. 물론 병원에 따라 상황이 다르겠지만, 직원 월급, 병원 운영비 등을 제외 하더라도 개원의 평균 연봉이 최소 수억원에 이른다는 결론이 나온다.
의대라는 바늘문을 뚫고 의사가 된 이유가 단지 남들보다 높은 고수익을 맛보기 위함은 아닐 거라 믿고 싶다. 이를 증명하려면 하루빨리 의료 현장으로 돌아와 환자들을 돌보는 것이 우선이다. 어떤 상황에서든 최소한의 도리는 지켜야 국민의 신뢰도, 지지도 받을 수 있다.
js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