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장재현 감독 신작 '파묘'가 토속신앙과 풍수지리를 버무려 좀처럼 본 적이 없는 가장 한국적 오컬트 장르 영화를 빚어냈다.
22일 개봉을 앞둔 영화 '파묘'가 언론배급시사를 통해 공개됐다. 젊은 무당 역의 김고은, 이도현과 풍수사로 합류한 최민식, 장의사로 등장하는 유해진이 한국적인 정서가 물씬 풍기는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파묘'의 한 장면 [사진=㈜쇼박스] 2024.02.20 jyyang@newspim.com |
◆ 무속과 풍수, K기독교까지 동원한 미스터리…최민식 필두로 한 연기열전
미국 LA에 거주하는 의뢰인으로부터 거액을 제안받은 무당 화림(김고은)과 봉길(이도현)은 기이한 병이 대물림되는 집안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장을 권한다. 평생을 땅 파서 장사해온 최고의 풍수사 상덕(최민식)과 장의사 영근(유해진)이 합류해 악지에 놓인 묫자리의 수수께끼를 풀어나간다.
최민식은 타성에 젖은 듯 하지만 풍수지리로는 전문적이고 해박한 지식과 경험을 자랑하는 베테랑 상덕 역으로 끊임없이 묫자리의 비밀을 파헤친다. 무덤 근처 흙을 맛보거나, 직접 눈으로 보고 겪어보고 판단을 내리는 표정에는 확신이 서려있다. 극 후반부 평생을 걸어온 업에 대한 책임감을 발휘하는 신에선 기성세대로서의 마지막 과제를 수행해내는 듯하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파묘'의 한 장면 [사진=㈜쇼박스] 2024.02.20 jyyang@newspim.com |
화림 역의 김고은은 과감하고 대담한 굿 신으로 관객들의 눈길을 훔친다. 신병을 앓아 무당이 된 봉길은 액운을 막기 위한 경을 문신으로 온 몸에 새겼다. 유해진은 장의사 영근으로 기독교에 기반해 업을 이어가는 동시에, 상덕과 화림의 행위를 돕는다. 무속과 풍수지리, 얼핏 이해가 되지 않는 K-기독교의 결합까지 '파묘'에는 온갖 한국적 토속신앙이 모두 등장한다.
◆ 민족의 모든 믿음과 힘을 끌어모아…진실된 책임감을 표현하는 방법
'파묘'의 독특한 점은 한국의 토속신앙을 기성세대부터 요즘 친구들도 공감할 수 있는 '현재'의 것으로 표현했단 점이다. 봉길도 화림도, 무당으로 살지만 한 사람의 생활인으로서 현재를 살아간다. 상덕 역시 은퇴를 앞두고 독일에 거주하는 딸의 결혼식을 준비 중이다. 생업으로서 무속과 풍수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일상은 멀지만 가깝게 느껴진다. 컨버스를 신고 대살굿을 하는 화림의 광기는 이 영화의 백미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파묘'의 한 장면 [사진=㈜쇼박스] 2024.02.20 jyyang@newspim.com |
막바지로 갈수록 뜻밖에도 물리적인 힘으로 표현돼 위용을 자랑하는 귀신의 존재는 단순히 혼령으로만 표현되던 다른 호러 영화와는 색다른 감흥을 전달한다. 한국적인 모든 기운과 신앙을 끌어모아 민족의 아픔을 해소하려는 장면은 뭉클하면서도 씁쓸하다. 후배 세대를 위해 땅에 서린 불운을 씻고자 하는 상덕의 투혼은 어쩌면 기성세대 모두의 진심일지도 모른다고, 감독은 가만히 이야기하는 듯하다.
jyy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