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초 임기 만료...19일 임추위서 본격 논의
작년 업황 부진 속 실적 선방...경영능력 '인정'
금융당국의 '중징계' 받아...연임 결정 걸림돌
[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의 임기 만료가 보름도 채 남지 않았지만 아직 연임 여부가 불투명하다. 정 사장의 경영 능력에는 이견이 없다. 다만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은 점이 걸림돌이다. 연임을 결정한다면 향후 금융당국과의 관계가 껄끄러울 수 있다. 내주 개최 예정인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가 어떤 선택을 내릴 지 시선이 쏠린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정영채 사장의 임기 만료일은 내달 1일이다. 통상 임기 만료 2개월전부터 차기 대표 선정을 위한 임추위를 열고 10명 내외의 롱리스트(1차 후보군) 선정, 이후 3~4명의 숏리스트(압축 후보군) 확정, 주주총회 등을 통해 확정하는 과정을 거친다.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 [사진=NH투자증권] |
임기 만료가 보름이 남지 않았지만 아직 롱리스트 선정이 이뤄지지 않았다. 오는 19일 열리는 임추위에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NH투자증권의 고민이 깊다는 방증이란 해석이 나온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19일에 임추위 개최가 예정돼 있다"며 "이후 몇차례 추가 회의를 거쳐 롱리스트 및 숏리스트를 확정, 3월초 최종 후보를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 사장의 경영 능력에는 이견이 없다. 이로 인해 정 사장을 대체할 마땅한 인물도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정 사장의 4연임 가능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이유다.
정 사장은 국내 투자은행(IB) 1세대로, 국내 IB 시장의 산 역사로 불린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대우증권에 입사해 증권업에 발을 디뎠다. 이후 우리투자증권 IB사업부 대표(전무)를 거쳐 사장 취임 이전 NH투자증권 IB사업부 대표직을 수행하면서 NH투자증권이 IB 명가로써 자리매김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 사장이 2018년 취임 후 경영 성과도 상당하다. 취임 첫 해에 창사 50년 이래 최고 실적을 기록하고, 2021년에는 영업이익이 1조원을 넘어서며 '1조 클럽'에 입성했다. 지난해에도 증권업계가 업황 부진을 겪는 가운데 NH투자증권이 호실적을 기록하면서 경영 능력을 재차 검증했다는 평가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 7258억원, 당기순이익 5564억원으로 전년과 비교해 각각 39.2%, 83.4% 증가했다.
NH투자증권 측은 "비우호적인 국내외 투자 환경 속에서도 WM(자산관리) 부문, IB 부문, 운용 부문 등 전 사업부문 등 전 사업 부문에서 고른 실적을 이끌어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당기순이익 기준 실적 2위로 올라섰는데 1위인 한국투자증권과의 격차가 20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한투증권 등대형증권사들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충당금과 평가손실 증가 등으로 적잖은 타격을 받았지만, NH투자증권은 PF 관련 익스포저가 타 대형사 대비 상대적으로 적은 영향이다.
걸림돌은 금융당국의 옵티머스 펀드 사태 관련 제재 리스크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정 사장에게 금융사의 지배구조법상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 위반에 대한 책임을 물어 중징계인 문책경고를 내렸다. 금융당국으로부터 문책경고 이상 징계를 받으면 3~5년 동안 금융사 취업이 제한되기 때문에 연임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정 사장이 법원에 낸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져 법적으로는 연임을 할 수 있게 됐지만 금융당국과의 관계가 문제다. 금융당국의 징계를 받고도 정 사장을 연임 시키기에는 부담이 될 것이란 시각이다.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경우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관련 중징계 취소 소송에서 승소하고, 연임 의지를 보였지만 결국 물러났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당시 손 전 회장에게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으로 생각한다"고 발언하며 긴장이 감돌기도 했다.
정 사장은 올해 초 연임 여부에 대해 "대주주가 결정하는 것이지 내게 결정권이 있는 게 아니다"며 "임기까지 최선을 다할 뿐, 더 이상 바라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은 CEO들이 교체된 사례 등을 고려할 때 NH투자증권의 고민이 깊을 것"이라면서 "지난해 말 증권사 CEO들이 대거 교체되면서 '세대교체' 바람이 형성된 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yuny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