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공단 특별사법경찰권한 법안 법사위 계류
"불법 의료기관 지역 의사가 먼저 알아" 불필요 주장도
[서울=뉴스핌] 조준경 기자 =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의 오랜 숙원인 특별사법경찰권(특사경) 획득이 제21대 국회에서 폐기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법안의 필요성에 대한 설득력도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의료계는 자율징계권 확보가 특사경 도입보다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명하 서울특별시의사회장은 29일 "불법의료기관은 경찰에서 충분히 단속할 수 있다. 그리고 주변에서 불법행위가 발생하는 것은 지역 의사들이 가장 잘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국민건강보험공단> |
더불어민주당 정춘숙·서영석·의원과 국민의힘 이종배 의원, 무소속 김종민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사법경찰관리의 직무를 수행할 자와 그 직무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은 건보공단에 특별사법경찰권을 부여하는 내용이다.
건보공단은 사무장병원 단속을 위해 특사경 도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사무장병원은 비의료인이 면허를 가진 의료인의 명의를 빌려 운영하는 의료기관을 가리킨다. 현행 의료법 제33조에 따르면 의사가 아니면 병원을 개설할 수 없다. 사무장병원은 영리추구 목적에만 몰두해 낮은 의료 서비스와 과잉진료의 폐해를 안고 있다. 또 건보재정 누수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적발된 불법개설 의료기관(사무장병원, 면허대여약국 등)은 1717개소이다. 총 환수결정액은 3조 4085억원에 이른다. 그러나 환수율은 6.79%(2314억원)에 불과하다.
건보공단은 특사경 권한을 얻어 사무장병원 단속에 나서겠다고 수년째 요구하고 있다. 본격적인 논의는 지난 2018년 시작돼 20대 국회에서 법안이 발의됐으나 폐기된 바 있다. 정기석 건보공단 이사장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 "불법개설기관 근절을 위한 특사경 제도 도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국회의 문턱을 넘기가 쉽지 않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는 지난 10일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를 열어 이 법안을 논의했지만 계속 심사로 결정됐다. 이유는 법안이 필요하다는 근거 제시가 미약하고 기대효과만 되풀이하고 있다는 평가 때문이다.
의료계는 공단이 특사경 권한을 갖는 것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공단직원에게 일방적으로 의료기관을 단속하고 경찰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것은 대등해야 할 보험자와 공급자의 관계를 왜곡시킬 가능성이 높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의료계는 불법 의료기관을 단속하려면 의료계 자율징계권한이 확립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의협은 "사무장병원 인지 여부를 가장 먼저 알 수 있는 것이 같은 지역의 의사들인만큼 공단에 특사경 권한을 부여하는 대신에 의료계 스스로 이를 적발할 수 있도록 하고, 전문가평가제 등의 자율적인 규제를 통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의료기관 개설시 지역 의사단체에 신고를 의무화하여 의료계가 사무장병원 근절을 위해 자율적으로 규제할 수 있도록 개선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다.
의료계 내에서도 사무장병원 적발을 실시하고 있다. 의협 산하 서울특별시의사회는 지난해 11월 불법개설 의료기관의 형태를 띤 서울 소재 A사회복지법인과 부설 의원을 경찰에 고발했다.
지난 2019년부터 사무장병원 근절 활동을 벌여온 박명하 서울시의사회장은 "법안이 일단 계류된 것은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공단이 특사경을 도입하면 사무장병원 적발 외에도 정상적인 의료기관을 압박할 가능성이 있어 의료계가 반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회장은 "현재 의료기관을 개설할 때 시군구 의사회를 경유하지 않는다. 만약 의료계가 자율징계권을 확보하고, 의료기관 개설 시 시군구 의사회를 경유하는 제도를 만들면 사무장병원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calebca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