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의 투명성과 거래의 청렴성 훼손"
공범으로 기소된 前 전무는 징역 5년
[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90억원 상당의 비자금을 조성해 횡령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장원준 전 신풍제약 대표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다만 방어권 보장 등을 위해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조병구 부장판사)는 26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장 전 대표에게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양벌규정으로 함께 기소된 신풍제약 법인에는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90억원 상당의 비자금을 조성해 횡령한 혐의로 기소된 장원준 전 신풍제약 대표가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4.01.26 pangbin@newspim.com |
앞서 장 전 대표는 지난 2008년 4월부터 2017년 9월까지 부친이자 신풍제약 창업주인 고(故) 장용택 전 회장, 노모 전무 등과 공모해 원재료 납품업체인 A회사와 과다계상 또는 가공거래 후 차액을 되돌려 받는 방식으로 약 91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조사 결과 장 전 대표는 횡령한 자금으로 회사 주식을 취득하거나 생활비 등 사적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장 전 대표는 2016년 1월부터 2018년 3월까지 비자금 조성과 관련해 회사 재무제표를 거짓으로 작성해 공시한 혐의도 받았다.
이에 대해 장 전 대표 측은 대체적으로 공소사실을 인정한다면서도 2016년 이전에는 부친인 고 장 전 회장이 비자금을 조성한 사실을 알지 못했고 이에 관여한 바가 전혀 없다고 주장해왔다.
재판부 역시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2016년 3월 이전에도 장용택 회장 등과 공모하여 이 사건 비자금 조성에 가담했다는 부분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지 않았다"며 해당 부분을 무죄로 판단했다.
다만 2016년 3월 이후 비자금을 조성하고 이를 사적 용도로 사용한 혐의와 허위로 재무제표를 작성해 공시한 혐의 등에 대해서는 유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신풍제약 최대주주이자 사장으로 1년6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회사 자금으로 비자금을 마련했다"며 "피고인의 범행으로 회계의 투명성과 거래의 청렴성이 훼손되고 신풍제약 기업 이미지도 하락하는 결과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만 피고인이 처음부터 이 사건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 점,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점, 57억원을 공탁한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비자금 조성을 공모한 혐의로 먼저 기소된 같은 회사 노 전무에게는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9년이 넘는 오랜 기간 신풍제약의 자금을 이용해 91억원이라는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이를 횡령했다"며 "그럼에도 피고인은 피해회복을 위한 노력을 개인적으로 전혀 기울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만 이 사건 비자금은 기본적으로 장 회장 일가에 귀속되었고 피고인에게는 별도의 처분 권한이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며 징역 5년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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