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시술 빙자해 마약류 투약한 상태로 운전
도주 고의 부인했으나..."공소사실 전부 유죄"
[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향정신성의약품을 투약하고 서울 강남구 압구정역 인근에서 롤스로이스 차량을 몰다 인도로 돌진해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20대 운전자가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6단독 최민혜 판사는 24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치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신모 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신씨는 두 손을 모은 채 바닥만 응시했다.
[서울=뉴스핌] 송현도 인턴기자 = 18일 강남 롤스로이스 사건 피의자 신모(28)씨가 검찰에 송치되고 있다. 2023.08.18 dosong@newspim.com |
최 판사는 "피고인은 의사에게 도움을 청하기 위해 병원에 잠시 다녀온 것이라며 도주의 고의를 부인하지만 피고인은 사고 직후 피해자의 사상을 인식했음에도 운전석에서 약 2분간 머물고 있었던 점, 피고인이 아닌 주변에 있던 시민에 의해 119신고가 접수된 점 등을 종합해 보면 공소사실은 모두 유죄로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는 평범하게 인도를 걸어가다가 급작스럽게 사고를 당했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구호조치를 취하지 않고 도주하였으며 경찰에 의해 현행범으로 체포될 때도 고통스러워하는 피해자를 보고 웃는 등 비정상적인 태도를 보였다"면서 "죄책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중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자는 3달 이상 의식불명 상태로 버티다 사망해 유가족들의 정신적 고통이 매우 큰 상태이며 피고인의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며 "더욱이 피고인의 경우 통상적인 음주운전도 아니고 요즘 우리 사회에서 늘어나는 마약 투약으로 발생한 사고이다. 피고인은 사고 당일뿐만 아니라 이전에도 상습적으로 마약을 투약한 정황이 있어 죄질이 좋지 않다"며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판결 직후 취재진을 만난 피해자 측 대리인 권나원 변호사는 "검사의 구형만큼 선고됐다는 점에서 일정 부분 만족하지만 판사님의 판결 요지에 비춰볼 때 죄질이 중하다는 사실을 모두 인정하셨기 때문에 검사의 구형이 좀 더 높았다면 더 중한 형이 선고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아있다"고 밝혔다.
권 변호사는 "아직 피고인에게 마약류를 투약한 의사에 대한 방조·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는 경찰 수사중에 있다"며 "피고인이 어떻게 미용시술을 빙자해 마약을 투약하게 됐는지, 병원을 나갈 당시 운전에 관해 명확하게 주의를 줬는지, 사고 이후 두 사람이 어떻게 말을 맞추고 증거를 조작하려 했는지 등에 대한 부분이 이번 재판과정에 충분히 현출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통상 검사의 구형대로 선고되는 경우 검찰에서는 항소할 이유가 없지만 신씨 측에서 항소할 것이 거의 명백하게 예상되는 상황"이라며 "앞으로 마약류 부분에 대한 추가기소가 이뤄지고 항소심이 진행되면 그런 부분들도 반영돼 더 높은 형이 선고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신씨는 지난해 8월 2일 오후 8시10분경 서울 강남구 압구정역 인근에서 롤스로이스 차량을 몰다 행인 A씨를 들이받고 도주해 A씨에게 뇌사 등 전치 24주 이상의 상해를 입힌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에 따르면 신씨는 사건 발생 직전 압구정의 한 성형외과에서 슈링크 시술(피부탄력개선)을 빙자해 수면마취제로 불리는 미다졸람, 디아제팜 등 마약류를 투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A씨가 사망하자 검찰은 신씨의 혐의를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도주치상에서 도주치사로 변경하는 내용의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고 최 판사는 이를 허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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