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처장 "법·제도 한계…정비에 많은 관심·격려 부탁"
이성윤·김웅 수사서 논란…인지 사건 포함 구속영장 모두 기각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1기가 막을 내리고 있다. 시작부터 삐끗했던 김진욱 초대 공수처장은 결국 태생의 한계와 수사력 부재라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임기를 마무리하게 됐다.
김 처장은 19일 오전 정부과천청사에서 이임식을 열고 "아직도 미비한 것이 많은 상태에서 제가 임기를 마치고 떠나게 돼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2023.10.19 leehs@newspim.com |
이어 "그동안 성과가 미미하다는 비난의 말을 많이 들었다. 초대 처장으로서 송구하다는 말씀을 먼저 드리면서 현재 진행 중인 사건들이 있으니 그 결과도 지켜봐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김 처장은 "공수처 역시 법과 제도의 한계 내에서 기능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말씀드린다"며 "공수처가 고위공직자의 권력형 부패범죄를 척결하고 권력기관을 견제하는 소임을 다하는 수사 및 공소 기관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의 정비 문제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과 격려를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공수처는 검찰 견제기관, 고위공직자의 부패 척결을 표방하며 탄생했으나 김 처장도 언급했듯 한계는 명확했다. 수사 대상에 비해 인력은 지청급 규모로 제한되고, 출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야당의 비토권을 무력화하면서 중립성 문제까지 떠안은 채 시작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김 처장이 초대 차장검사로 판사 출신인 여운국 변호사를 임명하면서 지휘부의 수사력 부재 문제까지 낳았고, 이는 실제 수사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공수처는 지난 3년간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뇌물 수수 사건,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검사장)의 '고발 사주 사건', 윤모 전 부산지검 검사의 수사 기록 위조 사건 등 총 세 건만 기소했다. 매년 하나의 사건만 재판에 넘긴 셈이다.
심지어 재판에 넘긴 사건도 순탄치 않게 흘러가고 있다. 김 전 부장과 윤 전 검사는 1·2심과 1심에서 각각 무죄 판결을 받았고, 손 검사장은 오는 31일 1심 선고를 받게 된다. 즉, 공수처는 직접 공소유지를 하는 사건에서 아직 '유죄판결'을 받지 못한 것이다.
0%의 유죄 선고율보다 더 심각한 점은 수사 과정에 있다. 공수처는 이성윤 전 서울중앙지검장(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에 대한 '황제 에스코트 조사'부터 논란을 낳더니, 고발 사주 사건 관련 김웅 국민의힘 의원실을 압수수색하면서는 참여권을 제대로 보장하지 않아 압수수색 자체가 위법이라는 판단을 받았다.
여기에 그동안 청구한 5건의 구속영장 모두 기각되면서 번번이 자존심을 구겼다. 이중엔 공수처가 자체 인지한 사건인 '경찰 간부 수사 무마 청탁 사건'도 포함돼 있다.
결국 기소권도 없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해직 교사 부당 특별 채용 사건' 1·2심 집행유예가 '김진욱 공수처'의 유일한 수사 성과로 남게 됐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김 처장이 수사 성과를 내지 못한 것에 더해 조직관리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 검사의 임기는 3년이고 3회에 한정해 연임할 수 있다. 즉, 최장 9년까지 일할 수 있음에도 현재 남아있는 1기 검사는 2명뿐이다. 1기 검사로 임명된 13명 중 11명이 공수처를 떠난 것이다.
이 과정에서 현직 부장검사가 언론 기고를 통해 내부 비판을 하기도 했다.
김명석 인권수사정책관은 '정치적 편향과 인사의 전횡'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여 차장 수사에 착수하지도 않은 사건에 대해 미리 결론을 내리고 그 결론에 맞추도록 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김 부장은 공수처 인사 문제도 강하게 비판했다.
공수처는 올해 약 207억의 예산을 배정받았으며, 지난 3년 동안에도 연평균 200억원 수준의 예산을 받았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수사 성과를 내지 못하고 오히려 논란만 낳아 세금만 축낸다는 비판을 받는 등 '존폐론'까지 시달렸다.
이에 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김 처장은 실패하기 쉬운 상황에 놓였고 극복하지 못했다"며 "공수처가 애물단지 취급을 벗어나기 위해선 수사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수밖에 없을 것이고, 이는 후임 처장의 가장 큰 숙제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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