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흑연 보다 에너지 밀도 약 10배 ↑
고용량·고출력 성능…주행거리 늘려
[서울=뉴스핌] 신수용 기자 = 기업들이 실리콘 음극재 개발 같은 배터리 소재 다각화에 나서고 있다. 많은 배터리 기업들이 양극재의 니켈 비중을 늘려 에너지 밀도를 높여왔지만 한계에 봉착하면서다.
실리콘 이미지. [사진=LG에너지솔루션] |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음극재는 전기차 배터리의 충전 속도와 수명을 결정하는 핵심 소재 중 하나다. 배터리 재료비 원가 비중의 약 14%를 차지하는 소재로, 양극에서 나온 리튬이온을 저장했다가 방출하면서 외부 회로를 통해 전류를 흐르게 하는 역할을 한다.
충전 시에는 리튬이온이 양극에서 음극으로 이동해 음극재의 소재인 흑연의 층 사이사이로 들어가면서 흑연이 팽창해 부피가 늘어나게 된다. 다시 말해, 흑연의 팽창은 시간이 지날수록 구조 변화를 일으켜 배터리의 용량이 줄어드는 원인이 된다. 배터리 업계가 배터리 용량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차세대 음극 소재 개발을 앞다퉈 진행하는 이유다.
실리콘 음극재는 기존 흑연계 음극재보다 에너지밀도가 약 10배 높아 전기차의 주행 거리는 늘리고, 급속 충전 설계가 쉬워 충전 속도를 단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흑연은 탄소 원자 6개당 리튬이온 한 개가 저장되지만, 실리콘은 원자 4개당 리튬이온 15개가 저장되는 구조를 갖기 때문이다. 이에 실리콘 음극재는 흑연 음극재보다 고용량·고출력을 낼 수 있어 전기차 배터리의 주행거리를 혁신적으로 늘리는 차세대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실리콘 음극재에 조 단위 투자에 나서는 등 기업 사이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 SK머티리얼즈그룹14(8500억원), 포스코실리콘솔루션(3000억원), 한솔케미칼(850억원), 대주전자재료(569억원), SKC(432억원) 등이 실리콘 음극재 투자에 나선 상태다.
타이칸 GTS. [사진=포르쉐코리아] |
SK머티리얼즈그룹14 투자 금액이 가장 높다. SK머티리얼즈와 미국 배터리 소재 기업 그룹14테크놀로지스와 설립한 합작사(JV)인 SK머티리얼즈그룹14는 경북 상주시에 실리콘 음극재 공장에 8500억원을 투자했다.
포스코홀딩스 자회사인 포스코실리콘솔루션은 경북 포항에 2025년까지 3000억원을 들여 실리콘 연산 5000t 규모 음극재 공장을 지을 예정이다. 포스코그룹은 차세대 실리콘 음극재 사업 추진을 위해 실리콘 음극재 개발업체인 테라테크노스를 인수해 포스코실리콘솔루션으로 이름을 변경했다.
한솔케미칼은 전라북도 익산에 850억원을 투자해 실리콘 음극재 공장을 준공했습니다. 지난해 2월 양산 설비를 완공해 시생산 중으로 실리콘 음극재 생산량은 연간 750t에서 1500t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글로벌 완성차 업계도 실리콘 음극재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는 차세대 배터리인 '4680 원통형 배터리'에 실리콘 음극재를 탑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포르쉐는 핵심 모델인 타이칸EV의 실리콘 음극재 배터리를 확대할 계획이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실리콘 음극재 수요는 2024년 2만 6000톤에서 2030년 22만 2000톤으로 10배 가까이 급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aaa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