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이노텍 매출 70~80% 메인 사업부의 핵심 인물
"내년부터 신사업 가시적 성과 있을 것" 포부
애플 의존도 줄이고 신사업 중심 개편 과제 안아
[서울=뉴스핌] 이지용 기자 = 문혁수 LG이노텍 최고전략책임자(CSO) 부사장이 LG이노텍의 신임 최고경영자(CEO)로 선임됐다. 기존의 정철동 사장(1961년생)보다 9살 젊은 문 부사장(1970년생)이 수장을 맡으며 LG이노텍에서 전격적인 세대교체가 이뤄졌다. 올해 글로벌 스마트폰·TV 등에 대한 수요 부진으로 LG이노텍의 실적이 줄어든 상황에서 문 부사장이 신사업을 중심으로 수익성을 다시 개선할 수 있을 지 주목되고 있다.
문 부사장은 공학도 출신의 카메라모듈 전문가다. 그는 카이스트 화학공학과에서 학사·석사·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지난 1998년 LG전선(현 LS엠트론)에 입사했다. 이후 LG이노텍에서 광학솔루션개발담당 상무, 광학솔루션연구소장 전무 등을 역임하며 카메라모듈 등과 관련된 경험을 쌓아왔다. 문 부사장은 LG이노텍의 매출 70~80%를 차지하는 메인 사업부의 핵심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앞서 LG이노텍은 스마트폰 카메라모듈 사업을 강화하며 애플의 최대 협력사로 성장했다. 아이폰에 카메라모듈을 공급하면서 적지 않은 수익을 올렸다. 이 과정에서 문 부사장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글로벌 스마트폰·TV 등에 대한 수요 부진으로 LG이노텍의 실적이 줄어든 상황에서 문혁수 부사장이 신사업을 중심으로 수익성을 다시 개선할 수 있을 지 주목되고 있다. 사진은 문 부사장. [사진=LG이노텍] |
하지만 이번에 CEO 자리에 오른 문 부사장은 이제 LG이노텍의 애플 의존도를 줄이고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구축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과도한 애플 의존도는 최근 LG이노텍의 고질적인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데, 애플 의존도는 지난 2016년 35%였지만 지난해에 무려 75.4%로 급증한 것으로 추정된다.
LG이노텍의 올해 3분기 실적 부진도 지난 7~8월 애플의 신제품 '아이폰15' 초도 물량의 부품 공급에 차질이 생긴 영향이 크다. LG이노텍은 아이폰15 프로맥스에 신형 폴디드 줌 카메라모듈을 독점 공급하고 아이폰15 시리즈에 카메라모듈을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문 부사장은 신사업을 중점적으로 육성해 조만간 성과를 올리겠다는 포부를 내놨다.
그는 지난달 반도체 패키징 간담회에서 내년 중점적으로 보는 사업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지난 몇년 간 카메라모듈 위주로 했지만 반도체 기판인 '플립칩-볼그리드어레이(FC-BGA)'와 자동차 부품 쪽은 준비를 많이 해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직 성과는 없지만, 내년부터 가시적인 성과가 있을 것"이라며 반도체 기판과 전장 부품 등 신사업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현재 LG이노텍은 FC-BGA를 육성하기 위한 작업에 돌입하고 있다. FC-BGA 생산라인을 구미 공장에 구축하기 위해 4130억원을 투자했다. 지난해 6월 FC-BGA 초도 물량 생산을 시작했으며 내년 이후 생산 능력을 확대해갈 것으로 보인다.
LG이노텍은 지난 2013년에 지은 멕시코 산후안델리오 공장의 전장 부품 등 생산 능력을 확대하기 위해 공장 증설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에는 미국 테슬라의 물량을 대거 수주한 것으로 전해졌다.
LG이노텍이 전장 사업을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할 경우 상당한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셈이다.
LG이노텍의 이 같은 의지는 대외적으로도 드러나고 있다. LG이노텍은 내년 1월에 열릴 세계가전박람회 'CES 2024'에서 모빌리티 및 인공지능(AI) 관련 혁신 제품과 기술을 소개한다. 특히 AI존을 새롭게 마련해 FC-BGA 제품 및 생산을 위해 구축한 AI 기반 무인 자동화 생산시설 드림 팩토리도 선보인다.
문 부사장은 지난 2020년 광학솔루션사업부장을 맡으면서 AI, 딥러닝 등 디지털전환(DX) 기술을 생산 공정에 도입했다. 또 LG이노텍의 신사업 발굴과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을 주도하기도 했다.
이 같이 문 부사장은 신사업 발굴에 대한 경험을 갖추고 있는 만큼 LG이노텍의 수장으로서 기존의 주력 사업을 유지함과 동시에 신사업의 수익성 또한 높이는 것이 관건이다.
재계 관계자는 "문 부사장이 애플 의존도를 낮추고 내년부터 새로운 사업들의 수익성을 높여 사업 구조를 재편하는 것이 당장의 최우선 과제일 것"이라며 "이 같은 전략이 성공할 경우 불안정한 대외 환경에 큰 영향을 받지 않고 꾸준한 매출을 올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leeiy52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