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5세 아리수 수질 적합…미네랄도 생수의 2배 함유
음용률은 고작 36.5%…시민인식과 수질평가 간 괴리
[서울=뉴스핌] 이경화 기자 = 서울 상수도 역사는 1908년 한강 자갈과 모래층을 이용해 불순물을 거르는 완속여과방식을 도입한 뚝도 정수장(현재 뚝도아리수정수센터)을 완공, 그해 9월 4대문안과 용산 일대에 하루 1만t 이상의 수돗물 공급을 개시한 것으로 시작됐다.
우물물은 공짜였지만 수돗물은 아니었다. 상수도가 귀했던 당시 주민들은 소위 북청물장수에게 하루 두세 지게씩 물을 배달시키곤 했다. 집집마다 수돗물을 접하게 된 건 공업화·도시화가 빠르게 진행된 1970년대 말로, 북청물장수란 배달 시스템이 상수도로 바뀐 것도 이쯤이다.
이경화 사회부 기자 |
국내 최초의 정수장이 세워지고 115년이 흐른 현재 서울의 수돗물 보급률은 100%며 생산 시설 용량도 하루 380만t에 이른다. 수도꼭지만 틀면 물이 콸콸 흘러나오면서 이제는 사정이 또 확 달라졌다. 먹는 물의 맛은 물론 건강과 미용 등을 전면에 내세운 갖가지 생수가 등장했다.
미네랄을 강조한 프리미엄 물 제품이 계속 나오고 취향 따라 물 브랜드를 선택하는 소비자도 늘었다. 일부 백화점은 광천수·해양심층수·암반수 등 다양한 물과 함께 유아·여성전용 물을 판매한다. 2010년 4000억원 규모였던 국내 먹는 샘물 시장은 2021년에 1조2000억원을 넘겼다.
이 같은 현상은 수돗물이 완전치 않다는 불신과 불안감에서 비롯됐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서울의 수돗물 브랜드, 아리수(고구려 때 한강을 부르던 말)가 '깨끗하고 맛있고 안전하다'고 반론을 제기한다.
시는 현재 100% 고도 정수 처리한 아리수를 생산하고 있다. 정화 과정만 따지더라도 세계보건기구(WHO) 가이드라인 166개 항목의 2배 이상, 환경부 먹는 물 수질 기준 60개 항목의 6배 이상인 350개(상수원·정수센터·배수지·수도꼭지 등) 항목의 수질검사를 거친다는 설명이다.
또 페놀·벤젠 등 유해물질이 검출되지 않았고 칼슘, 마그네슘 등 미네랄은 1리터당 37.6mg으로 일반 생수의 2배 이상이 아리수에 함유됐다는 품질보고서를 공개했다.
최근엔 2040년까지 4조3229억원을 투입해 세계 최고로 맛있고 안전한 물을 공급하겠다는 내용의 상수도 미래비전 아리수2.0 전략을 내놨다. 새로운 초고도 정수 공정을 도입하고 노후 상수도관을 교체해 물맛과 안전성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서울 곳곳에서 아리수 체험행사를 열고 '나는 아리수를 먹는다' 챌린지, 찾아가는 이동식 홍보관 등 다양한 사업도 시작했다. 과거 발생한 수질사고, 또 그간의 수돗물 특유의 냄새 등으로 인해 시민들이 가진 수돗물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와 막연한 오해를 풀겠다는 각오다.
이런 노력에도 당장에 아리수를 그대로 마시는 서울시민은 많지 않다. 2021년 서울시민 수돗물 음용률은 36.5%에 그쳤다. 여전히 정수기를 설치하고 수돗물을끓여 먹거나 생수를 사서 마신다는 점을 고려하면 시민 인식과 수질 평가 사이에는 괴리가 큰 셈이다.
왜일까? 물맛 개선은 물론 경제적 부담과 이산화탄소 발생을 줄일 수 있는 긍정적인 면 등을 부각하는 데 더해 시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수돗물 홍보콘텐츠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더 설득력 있는 아이디어를 내놓을 필요가 있다. 여전히 시민들 사이에 만연한 수돗물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보다 적극적인 접근 노력을 통해 해소되길 바란다.
kh9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