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명·박만규 목사, 국가 상대 손배소
"국가의 불법행위 인정 환영...인정 액수는 의문"
[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전두환 정권 시절 각종 고문을 당하고 프락치(비밀정보원) 활동을 강요받은 피해자들에게 국가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6부(황순현 부장판사)는 22일 이종명·박만규 목사가 국가를 상대로 위자료 3억원을 청구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각 9000만원씩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진실화해위원회에서 진실규명 결정을 받은 원고들이 중대한 인권침해 행위를 했던 국가를 상대로 위자료를 청구하는 사건"이라며 "진화위 조사 결과 및 증거들을 종합해 보면 원고들이 불법 구금과 폭행, 협박을 받고 프락치 활동을 강요받은 사실 및 그 이후에도 감시 사찰을 받은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국가의 소멸시효 완성 항변에 대해서도 "개별적인 불법행위가 아닌 국가 개입이 조직적으로 이뤄진 특수 불법행위에 대해 국가가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6부(황순현 부장판사)는 22일 전두환 정권 시절 고문을 당하고 프락치(비밀정보원) 활동을 강요받은 피해자들에게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2023.11.22 jeongwon1026@newspim.com |
선고 직후 취재진을 만난 박 목사는 "인권의 최후 보루인 법원에서 국가의 불법행위가 인정된 것을 환영한다. 숙제를 하나 끝낸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다시는 저 같은 피해를 입는 분들이 없도록 법원의 엄중한 판결이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렸으면 한다"는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오늘 재판부의 판결이 나오긴 했지만 제가 바라는 것은 저희 피해자들이 일일이 소송을 제기할 것이 아니라 국가에서 보상이나 치유 등 진화위의 권고 사항을 잘 이행해주셨으면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원고 측 대리인 최정규 변호사는 "국가배상은 단순히 당사자들의 권리구제 뿐만 아니라 위법한 행정에 대한 통제적 기능을 발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과연 법원에서 인정한 금액이 다시는 이러한 일이 재발하면 안된다는 메시지를 던져줄만한 금액인지, 피해자들이 피해를 회복할 수 있을 만한 금액인지 의문이다"며 당사자들과 논의해 항소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이종명·박만규 목사는 지난 1980년대 전두환 정권 시절 군복무 중 육군 보안사령부 소속 군인들로부터 프락치 활동을 강요받았다며 지난 5월 이 사건 소송을 제기했다.
진화위에 따르면 박 목사는 1983년 9월 육군 보안사령부 분소가 있는 경기 과천시에서 구타와 고문 등을 당하고 프락치 활동을 강요받았다. 학군장교(ROTC) 후보생이었던 이 목사도 1983년 9월 보안대로 끌려가 일주일 넘게 조사를 받으며 프락치 활동을 강요받았다.
현재 이종명·박만규 목사와 마찬가지로 진화위에서 피해자로 인정돼 손배소를 제기한 이들은 114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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