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고령 대통령 생일 외부 행사 없이 보내
내년 재선 도전 앞두고 나이 문제가 최대 고민
업적 내세워 정면 돌파 주장도
[뉴욕=뉴스핌]김근철 특파원=미국 역대 최고령 현직 대통령인 조 바이든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81세 생일을 맞았다.
백악관은 통상 대통령의 생일 축하 행사를 화려하게 마련하고, 이를 정치적으로도 활용한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의 생일을 매우 조촐하고 조용하게 보낼 것으로 보인다. 이날 백악관이 밝힌 바이든 대통령의 공식 일정은 오전 9시 정보 업무 브리핑, 오전 11시 15분 추수 감사절을 앞둔 칠면조 사면 행사가 전부다.
뉴욕타임스(NYT)은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 주말 메사추세스츠주의 낸터킷에서 가족들과 추수감사절 휴가를 보내며 생일을 자축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바이든 대통령이 이처럼 '조용히' 생일을 맞는 것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부각되는 '고령 리스크' 때문으로 보인다.
이미 바이든 대통령은 내년 대선 재출마를 이미 발표했고, 민주당 내에선 현직 대통령인 그에 맞설 적수는 없는 상태다.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해서 임기를 마치고 백악관을 나설 때 그는 87세가 된다.
미국 언론과 워싱턴 정가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도전에 가장 큰 걸림돌은 그의 나이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NYT가 시에나대와 공동으로 조사해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도 미국인 중 71%가 바이든이 다시 대통령이 되기에 "너무 나이가 많다"고 응답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자 중에도 54%가 이같은 입장을 보였다.
내년 대선의 가장 유력한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도 올해 77세로 적지 않은 나이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기에 "너무 나이가 많다"는 응답은 불과 39%에 불과해 큰 대조를 보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여전히 활력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반면, 바이든 대통령은 여러 차례 행사 도중 넘어지거나 연설 도중 어눌한 말투로 사람들의 이름이나 지명을 헷갈려하면서 '고령'의 핸디캡이 부각된 탓으로 분석된다.
NYT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올해 최고의 생일 선물은 자신의 나이에 대한 우려를 누그러뜨리는 것이 되겠지만, 백악관도 바이든을 다시 젊게 할 순 없다고 짚었다.
신문은 이와 관련 바이든 대통령의 참모와 민주당 캠프에선 '나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엇갈린 반응과 주문이 나온다고 소개했다.
캠프 일각에서는 그의 소모적인 일정을 줄이고, 더 많은 휴식을 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이를 두고 바이든 대통령의 고령 이미지가 대중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고, 행사 중 넘어지는 일 등을 방지하고 보호한다는 취지에서 '뽁뽁이(bubble wrap)' 작전이란 말도 나온다고 신문은 소개했다.
반면 바이든 대통령의 연륜과 재임 중 업적을 더욱 적극적으로 홍보해서 정면 돌파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백악관도 생일과 관련한 성명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은 수십 년간 공직 경험과 의회 지도자들과의 깊은 유대 관계로 재임 중 1400만개 일자리를 창출했고, 처방약 비용을 절감하고, 미국의 인프라 및 기술 투자, 선진국 중 가장 강력한 경제 회복을 이끈 법안을 통과시켰다"며 경륜을 강조했다.
또 바이든 대통령이 재임 기간 동맹 관계를 활성해 미국의 리더십을 강화했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의 전략가인 사이번 로젠버그도 NYT에 "그는 나이가 문제된 것이 아니라, 나이 덕분에 성공했다"면서 백악관이 방어적이기 보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나이가 주는 이점에 기대하고 더 부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CNN은 지난 18일 자체 조사와 CBS뉴스, 폭스뉴스, 마켓대 로스쿨, 퀴니피액대 등 주요 5곳의 최근 여론조사를 종합하면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율이 바이든 대통령을 2~4%포인트 정도 앞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방송은 현직 대통령이 경쟁자에 밀리는 "매우 이례적인(extremely unusual)"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분석가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본격적으로 대선 국면에 들어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상대로 대결을 벌일 경우 지지층도 다시 결집하고 나이 문제도 지금처럼 크게 부각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백악관과 바이든 캠프 인사들도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밀리는 것으로 여론조사들에 대해 "본격 선거 운동이 시작되면 상황은 달라질 것"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반면 NYT는 백악관의 이같은 업적 홍보에 주력하는 전략이 아직까지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kckim10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