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한태희 기자 = 금융권에 다시 불어온 상생금융 바람이 거세다. 윤석열 대통령이 과도한 은행 이자 장사를 지적한 이후 상생금융 바람이 금융권에 몰아쳤다. 보험사도 상생금융에 동참하는 분위기이다. 보험사는 자동차 보험료를 내릴지 검토하고 있다. 보험사는 실손보험료 인상 폭을 제한하는 방안도 검토한다고 알려졌다.
보험사는 보험료 인하라는 수단으로 은행과 마찬가지로 국민 부담 완화라는 정부 목표에 부응해야 한다. 더해서 보험료를 낮춰 물가 안정이라는 정부 목표도 충족시켜야 한다. 보험사는 이중부담을 안고 있는 셈이다. 보험료는 통계청이 발표하는 소비자물가지수 항목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보험료를 내리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을 낮출 여지가 생긴다. 보험서비스료는 소비자물가지수 458개 항목 중 전체 가중치 1000에서 8.6을 차지한다. 자동차 보험료 가중치는 3.9다. 보험료는 우유(4.1), 빵(5.5), 김밥(3.2) 등과 함께 가중치가 높은 항목에 속한다.
[서울=뉴스핌] 한태희 기자 = 2023.09.25 ace@newspim.com |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정부는 사용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을 총동원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우유, 빵 등 국민 체감도가 높은 28개 품목 가격을 매일 점검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바나나와 버터 등 19개 과일·식품 원료 관세를 내리기로 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대규모 쇼핑 할인 행사인 코리아세일페스타에 제조·유통업체가 적극 동참해달라고 독려하고 있다. 연장선에서 금융감독원은 보험사에 보험료 인하 및 인상 폭 제한 압력을 넣고 있다. 정부가 물가 안정에 총력전을 기울이는 이유는 2%대까지 낮아졌던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 10월 3.8%로 상승하는 등 물가가 들썩이고 있어서다.
정부 전방위 노력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을 낮출 수 있겠지만 부작용도 고려돼야 한다. 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부풀어 오르는 풍선효과처럼 물가를 잡겠다고 보험료 등 가격 인상 시기를 놓치면 또 다른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한국전력공사(한전) 적자 문제가 대표 사례다.
정부는 국민 부담을 줄인다는 명목으로 전기요금 인상 시기를 미뤘다. 그 사이 한전 부채는 200조원을 넘어섰다. 한국전력 채권(한전채)을 발행해 운영자금을 마련한다지만 그때마다 금융시장은 출렁인다. 우량 채권인 한전채가 자금을 빨아들여 기업은 자금 조달 어려움이 커진다. 한전 부채를 해결하려면 근본적으로 전기요금을 올려야 한다. 이 경우 물가 상승 압력은 커지고 국민 부담도 생긴다. 정부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정부 노력은 당연하다. 그렇더라도 보험사 손해율, 내년 경제 여건 및 보험업황 등을 면밀히 검토하지 않고 보험료를 조정하는 일은 피해야 한다. 보험연구원은 내년 보험 산업 성장 둔화를 전망했다. 고물가와 고금리로 인한 가계 초과저축 감소가 보험 수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 보험료 조정은 곳간이 넉넉하지 않은 중소 보험사에 부담을 준다. 금융당국과 보험사는 거센 상생금융 바람 속에서도 철저한 계산을 거쳐 보험료 조정을 결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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