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중요도 커지는 반도체·IDC, 전기요금 타격 우려
업계 "제품·서비스 단가 상승에 실적 흔들릴 수 있어"
[서울=뉴스핌] 이지용 조수빈 기자 = 산업용 전기요금이 인상되는 가운데 반도체와 데이터센터(IDC) 분야는 전력 소비량이 많은 탓에 기업들의 사업 운영에 직간접적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 분야는 최근 매출 상승과 기술 개발 등 성장세에 접어들고 있던 상황이라 전기요금이 기업들에 얼마나 큰 부담을 가중시킬 지 주목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공사가 지난 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전기요금 인상방안을 발표했다. 이번에 산업용(약 44만호) 중에서도 대용량 고객인 산업용(을) 전기요금을 kWh(킬로와트시) 당 평균 10.6원 인상하기로 했다. 중소기업이 사용하는 산업용(갑) 요금과 주택용, 소상공인이 사용하는 일반용 전기요금은 동결하기로 했다.
◆ 반도체, 요금 부담 수조원…수익성 하락 우려 ↑
이에 따라 국내 산업 가운데 가장 많은 전력을 사용하고 있는 반도체 분야는 전기요금 인상으로 인해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전력 사용량 1위와 2위는 각각 삼성전자(2만558GWh)와 SK하이닉스(1만10GWh)였다.
삼성전자는 전기요금으로만 지난 2021년 1조7460억원, 지난해 약 2조원을, SK하이닉스도 2021년 8670억원, 지난해 약 1조원을 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들 기업이 쓰는 전력량은 차세대 반도체 공정 등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생산 등에 지난 2020년 1만9654GWh, 2021년 2만2624GWh 규모의 전력을 썼다. SK하이닉스도 2019년 8189GWh, 2020년 8688GWh, 2021년 9948GWh를 쓰는 등 전력 사용량 증가 폭이 계속 가팔라지고 있다.
산업용 전기요금이 인상되는 가운데 반도체와 데이터센터(IDC) 분야는 전력 소비량이 많은 탓에 기업들의 사업 운영에 직간접적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삼성전자 평택 캠퍼스 전경. [사진=삼성전자] |
업계에서는 반도체 생산 공정에 전력이 24시간 필요할 뿐만 아니라, 전기요금 비중이 작지 않은 만큼 요금 인상이 반도체 생산 원가를 끌어올릴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최근 중국 등 글로벌 기업들이 대규모 반도체 생산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 및 수익성 하락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소부장(소재·부품·장비) 등의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급증하는 전기요금으로 국내 투자에 소극적인 태도를 취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잇따르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주축이 되는 반도체 생태계 구축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300조원과 120조원을 투자, 용인의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에 나서면서 글로벌 기업 유치를 계획하고 있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전기요금이 올라가면 비용 구조상 반도체 생산 비용 증가로 곧바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며 "자체 대책도 에너지 절감이나 공정 효율화 등이 있지만 큰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또 "국내 반도체 생태계 구축이 시급한데 전기요금 인상은 국내외 기업들의 투자를 경직되게 만들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는 "한전의 적자가 지속되면 전기요금은 앞으로 계속 올라갈 수 밖에 없을 듯하다"며 "주요 기업들의 생산 비용이 늘어나니 고객이 받을 부담은 커지는 패턴이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반도체 분야의 경우 최근 적자 폭을 줄이고 차세대 반도체의 생산 확대가 본격적으로 이뤄지는 등 성장 국면을 맞이하고 있던 만큼 전기요금 인상의 영향을 더 크게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기업들에 생산 확대와 연구개발(R&D)에 대한 부담이 커질 뿐만 아니라, 수익성 하락 등 매출 상승세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삼성전자는 내년에 차세대 반도체인 고대역폭메모리(HBM)의 공급 역량을 올해의 2.5배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를 위해 천안 공장을 중심으로 HBM 생산라인 증설·고도화 등에 나설 예정이다. SK하이닉스도 고객사의 HBM 수요가 늘면서 HBM3와 DDR5 등 고부가 제품의 선단 공정전환 및 공급 확대를 할 방침이다.
이 같은 차세대 반도체의 성장세에 이들 기업은 상반기 수조원에 달했던 반도체 적자를 올해 3분기에 크게 줄이면서 내년 초 흑자전환을 기대하던 상황이었다.
산업용 전기요금이 인상되는 가운데 반도체와 데이터센터(IDC) 분야는 전력 소비량이 많은 탓에 기업들의 사업 운영에 직간접적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LG유플러스의 초대형 인터넷데이터센터(IDC)인 '평촌2센터'. [사진=LG유플러스] |
◆ 성장세 맞던 IDC, 요금 상승에 실적 악화되나
최근 국내 통신3사의 성장 동력이 되고 있는 데이터센터 사업 또한 전기요금 인상으로 실적까지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통신3사의 3분기 기업간거래(B2B) 매출을 끌어올린 것은 데이터센터였다. 최근 데이터센터 분야는 통신3사의 실적 공신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던 분야라 그 영향은 더 클 수 있다.
통신3사의 기업 인프라, B2B 사업에서 데이터센터 성장이 두드러지고 있다. 인공지능(AI) 사업 확장으로 거대 데이터센터에 대한 수요가 많고 시장에선 수요 대비 공급이 적다. 더 많은 데이터센터가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에 통신3사가 집중하는 신사업 중 하나다.
이들 기업은 3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도 데이터센터의 영향을 강조했다. SK텔레콤은 데이터센터 사업에서 전년 동기 대비 32.5% 오른 53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KT에서 분사한 KT클라우드의 별도 데이터센터 매출은 193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4.5% 올랐다. LG유플러스도 데이터센터에서 전년 동기 대비 18.2% 증가한 82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데이터센터는 산업용이 아닌 일반용 고압전력을 사용하기 때문에 당장 타격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일반용 전력의 요금 인상이 내년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 이후에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데이터센터 업계는 인상 여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데이터센터 사업자들이 우려하는 점은 데이터센터에 입점한 고객사들의 부담이다. 데이터센터 구조상 전기요금이 인상될 경우 그 비용이 고객사들에게 전가되며, 기업들이 고객사의 서버 감축 및 계약 변동 등의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데이터센터 사업자들이 전기요금 인상에 따라 매출 등 실적이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또 고객사가 전기요금 인상으로 데이터센터의 공간을 효율화해 서버랙(서버 전력공급 선반)을 줄이면 데이터센터의 공간이 남아 데이터센터 사업자의 수익성은 낮아질 수 밖에 없다.
통신3사는 데이터센터뿐만 아니라, 통신망 운영에 들어가는 전기요금으로 이중 타격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 데이터센터 관계자는 "일반용 전기요금이 몇 년전부터 산업용 전기와 비슷해진 추세를 감안해 업계에서는 내년 총선 이후 전기요금이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데이터센터 사업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상태에서 전기요금이 오르면 부담이 가중 될 것"이라며 "전기요금이 추가로 얼마나 오를 지는 모르지만, 큰 폭으로 오른다면 실적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전이 올렸어야 할 전기요금을 계속 미루다가 지금에서야 올리면서 제품과 서비스 등의 단가 상승으로 기업의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며 "전기요금 정상화 과정에서 이 같은 영향은 불가피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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