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전국 경북

속보

더보기

[르포] "추석대목장이라고 사람은 북적이는데 팔리는건 예전같지 않니더"

기사입력 : 2023년09월28일 08:30

최종수정 : 2023년09월28일 08:30

"차례상 차릴만큼만"....나물 한웅큼에 어물 세마리 소량구입 추세
울진 추석대목장 풍경

[울진=뉴스핌] 남효선 기자 = 엿새 간 이어지는 추석연휴 전날인 27일, 경북 울진의 대표적 전통 장시(場市)인 울진 바지게시장이 사람들의 발길로 빼곡하다.

바지게 시장 건너편에 위치한 공영주차장에도 차량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다.

추석 명절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주차장 건너 시장으로 들어서는 초입에 자리한 어시장도 모처럼 활기를 띠는 모습이다.

장맛비처럼 이어지던 가을비도 이날 아침이 되자 잠시 숨을 고르듯 그쳤다. 그러나 여전히 하늘은 구름에 덮혀 거무룩하다.

어시장 맞은 편에 자리한 과일 좌판 앞에 제수거리를 장만하러 나온 주민들이 탐스런 햇과일을 꼼꼼하게 살피며 가격을 흥정하고 있다.

과일전 주인이 선심쓰듯 바구니에 햇과일 두개를 더 얹어놓으며 흥정을 마무리한다.

 

맞은 편 어시장 앞에 건어물을 가지런하게 펼쳐 놓은 어물전 주인이 잘 말린 열기 세마리를 비닐봉지에 담아 손님에게 건넨다.

"며칠 째 가을비가 내려 추석 대목장을 망칠까봐 걱정했는데 오늘 새벽에 용케도 비가 그쳐 다행이니더. 비가 그치면서 장터에 사람들은 꽉 찼는데 당췌 물건이 안팔리니더. 작년에 반도 안되니더. 요즘 사람들은 제사고기도 한 마리씩만 사가지고 가니더. 옛날같지 않니더."

어물전 주인이 능숙한 손놀림으로 채반 위에 놓인 마른 가자미를 갈무리하며 혀를 찬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물가 탓도 있지만 예전과는 달리 제수거리를 모두 소량으로 구입하는 추세가 두드러졌다는 얘기이다.

"요즘 사람들은 제수거리를 딱 차례상에 차릴만큼만 사가지고 가니더. 예전에는 젯상에 푸짐하게 차리고 식구들이 며칠씩 먹을 만큼 많이 구입했는데. 이제는 제사지내고 그 자리에서 먹을만큼만 장만하니더. 먹을 게 쌨는데, 요즘 젊은 사람들이 옛날 음식을 먹을라 하니껴? 먹을 사람도 없고."

 

나물전도 마찬가지이다. 명절 나물음식의 필수 재료인 무, 콩나물과 도라지, 고사리, 시금치도 예전같으면 큰 소쿠리로 장만하던 것이 최근들어서는 나물별로 한웅큼씩만 장만한다는게 시장 상인들의 얘기이다.

그래도 콩나물이나 도라지, 고사리 따위는 명절 차례상에 반드시 올리는 제수거리여서 가장 많이 팔리는 품목 중의 하나이다.

 

 

시장 장옥으로 이어지는 좌판에 할머니들이 줄을 지어 앉아 도라지를 다듬고 있다. 할머니들이 손놀림이 능숙하다.

앞에 펼쳐 놓은 좌판 소쿠리에 속살이 하얀, 잘 다듬어진 토종 도라지나물이 수북하게 쌓여 있다.

토실토실하게 잘 여문 햇밤도 그득하게 쌓여 있다.

"추석 대목장이라꼬 밤새워 제수나물거리 장만해 왔는데 도통 팔리질 않니더. 점심때가 지나면 대목장도 끝장인데. 껍질을 벗긴 도라지나물이 퉁퉁 불어 팔지도 못하고..."

좌판 할머니들이 애써 다듬은 도라지나물을 건사하며 한숨을 내쉰다.

 

장옥에 자리잡은 반찬가게에서 너댓명의 할머니들이 분주한 손놀림으로 전(煎)을 부치고 있다.

두 분의 할머니가 능숙한 솜씨로 게살을 넣은 오색 꼬지와 살 오른 새우 껍질을 벗기고 있다. 곁의 또 다른 할머니가 익숙한 손놀림으로 꼬지전을 튀기자 이내 한 할머니가 작은 도시락에 가지런히 넣고 포장한다.

"요즘 젊은 새댁들은 집에서 부침개나 전을 안하니더. 한발자욱만 가면 마트 냉장고에 포장된 부침과 전이 수두룩한데 누가 부엌에 쪼그리고 앉아 전을 부치는껴. 그래도 우리 고장에서 나는 싱싱한 해산물로 꼬지전이나 새우튀김을 만들어 놓으면 그나마 명절 대목장에 인기가 제일 좋니더"

능숙한 손놀림으로 도시락 포장작업을 하던 할머니가 "이게 요즘 세상에 맞춘 장터표 벤처사업이시더"하며 환하게 웃는다.

"할머니 네 분이 모두 동업이시냐"고 묻자 한 할머니가 노릇하게 구워지는 명태전을 빠른 손길로 뒤집으며 "나는 알바시더. 저기 포장하는 할매가 주인이시더" 한다.

할머니들은 지난 설 명절부터 '전 부침 가게'를 열었다고 했다.

 

[대구경북=남효선 기자] 2023.09.28 nulcheon@newspim.com

장터거리 한 쪽에 자리한 떡집도 눈코뜰새없이 분주하다. 주문받은 차례용 떡을 포장하는 손놀림이 예사롭지 않다.

"요즘은 소포장이 인기가 있니더. 차례상에 올릴만큼한 사가니더. 추석이 모레인께 오늘 대목장보다는 추석 전날인 내일이 더 바쁘니더. 떡집 대목은 오늘이 아니라 내일이시더."

떡집주인은 추석 전날까지 온 가족이 주문들어온 떡을 소포장하는데 온 가족이 매달린다며 환하게 웃는다.

아침나절 그쳤던 비가 점심시간이 지나자 다시 빗살을 뿌린다.

장옥 골목에 좌판을 펼쳤던 할머니들이 주섬주섬 장거리를 챙기며 귀가 채비를 서두른다.

오후 3시 무렵이 지나자 흩날리던 가을비가 제법 소리를 내며 쏟아진다.

장터가 갑자기 분주해진다. 추석대목장을 보기위해 울진 바지게시장에 전을 펼친 외지에서 온 장꾼들이 빠른 손놀림으로 천막을 걷는다.

nulcheon@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단독] 李정부 국정 5개년 책자 나왔다 [서울=뉴스핌] 윤채영 지혜진 기자 = 이재명 정부의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이 담긴 책자가 발간된 것으로 20일 확인됐다. 이날 뉴스핌이 확보한 '이재명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안)' 책자에는 123대 국정과제에 대한 주요 내용과 구체적인 입법 방향 등이 담겼다. [서울=뉴스핌]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정기획위원회 국민보고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2025.08.13 photo@newspim.com 국정기획위원회가 지난 13일 1호 과제로 발표한 개헌에는 대통령 권력 구조 개편도 포함됐다. ▲4년 연임제 및 결선투표제 도입 ▲감사원 국회소속 이관 ▲대통령 거부권 제한 ▲비상명령 및 계엄 선포 시 국회 통제권 강화 ▲국무총리 국회 추천제 도입 ▲중립성 요구 기관장 임명 시 국회 동의 의무화를 추진하겠다고 명시했다. 또 5·18 광주 민주화운동 정신 등 헌법 전문 수록과 검찰 영장 청구권 독점 폐지, 안전권 등 기본권 강화 및 확대, 지방자치와 균형발전을 위한 논의기구 신설, 행정수도 명문화 등이 개헌 과제로 포함됐다.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법 개정도 추진된다.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은 재외국민 투표 관련 규정을 개정해 국민투표법 위헌을 해소하겠다는 계획이다. 개헌 찬반 투표는 2026년 지방선거나 2028년 국회의원 선거 때 실시하겠다고 명시했다. [서울=뉴스핌] 뉴스핌이 확보한 이재명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안) 책자. 2025.8.20 ycy1486@newspim.com 이번 책자에는 국정기획위가 지난 13일 대국민보고대회에서 공개한 123대 국정과제보다 훨씬 세부적인 내용이 담겼다. 당초 국정위는 이날 국정운영 5개년 계획도 공개하려 했다가, 돌연 비공개 결정을 내렸다. 비공개 결정에는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위 소속으로 활동했던 한 위원은 뉴스핌과 통화에서 "갑자기 보안을 강조하면서 내부 자료는 절대 공개하지 말라고 했다"며 "이유는 모른다"고 전했다.  ycy1486@newspim.com 2025-08-20 15:55
사진
美, 인텔 이어 삼성도 지분 내놔라? [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반도체법(CHIPS Act)상 보조금을 활용해 인텔 지분 확보를 추진 중인 가운데, 삼성전자와 대만 TSMC 등 다른 반도체 기업에도 같은 방식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로이터 통신이 두 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은 삼성전자, 마이크론, TSMC 등 미국 내 공장 건설과 투자를 진행 중인 반도체 기업들을 상대로, 조 바이든 전임 행정부 시절 약속된 정부 보조금 제공과 맞바꿔 지분을 확보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현실화하면 글로벌 반도체 업계에 파장이 불가피하다. 미국 정부에 지분을 넘기고 싶지 않다면 보조금을 포기해야 할 수 있는데 이 경우 기업들의 순익 전망과 투자 계획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미국의 산업정책이 정권에 따라 오락가락한다는 업계의 불만과 비난 또한 커질 수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성격상 귀담아 들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러트닉 장관은 CNBC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거래에서 실질적 이익을 얻어야 한다고 본다"며 "왜 1천억 달러 규모의 기업에 돈을 줘야 하는가. 우리는 약속한 보조금을 지급하되, 그 대가로 지분을 받아 미국 납세자들에게 혜택을 돌릴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인텔 지분 10%를 확보할 경우 최대 주주가 될 수 있지만, 러트닉 장관은 "경영권에 개입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조치는 전례가 없는 것이며, "이는 대기업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 확대라는 새로운 시대를 열게 될 것"이란 진단이다.  로이터는 "마이크론은 인텔에 이어 반도체법 보조금을 가장 많이 받는 미국 기업이며, 삼성전자와 TSMC 역시 주요 수혜 대상"이라며 "이번 검토는 미국 정부가 반도체 산업에 대한 직접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6월에도 비슷한 조치가 있었는데, 트럼프 정부는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승인 조건으로 '황금주(golden share)'를 확보해 주요 경영 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삼성전자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공장 건설 현장. [사진=삼성전자] wonjc6@newspim.com   2025-08-20 08:31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