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신정인 기자 = 10.29 이태원 참사를 한 달쯤 앞둔 지난 25일 오후 6시20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대로는 시민과 외국인 관광객들로 활기를 띈 모습이었다. 가을비가 부슬부슬 내렸지만 친구나 연인, 가족끼리 가게를 구경하거나 큰 쇼핑백을 양 손에 들고 나오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40여년 간 맞춤정장집을 운영해온 이태원상인친목회장 강모(64) 씨는 "작년에 비해 매출이 30~40% 정도 회복됐다"며 "한동안 뜸했던 외국 단골 손님들도 다시 돌아왔다"고 미소 지었다.
이어 "트라우마도 많이 나아졌다. 작년 겨울엔 불면증도 오고 지하실에 들어갈 때 섬찟했는데 잠도 잘 자고 있다"며 "여행객이 많아서 추석 특수는 큰 기대 없지만 (상권은) 점점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서울=뉴스핌] 신정인 기자 = 25일 저녁 8시쯤 이태원 뒷골목. 월요일 저녁임에도 맥주를 마시러 온 시민들로 북적였다. 2023.09.26 allpass@newspim.com |
참사 이후 음악이 끊겼던 뒷골목에도 강렬한 팝송과 화려한 간판들이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선선한 날씨에 외국인들은 야외 테이블에서 맥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눴고, 주점 직원들은 골목에서 호객 행위를 하기도 했다. 월요일 저녁임에도 자리가 거의 다 찬 고깃집이나 술집들이 보였다.
소고기집을 운영하는 사장 박모 씨는 "보시다시피 만석이다. 금, 토, 일은 두 세배로 더 바쁘다"며 "대부분 외국인 손님들이 많이 찾고 있다"고 말했다.
친구와 함께 맥주집을 찾은 대학생 김서연(23) 씨는 "이전 모습을 되찾은 것 같아 좋다"며 "며칠 전에는 외국인 친구들을 데려왔는데 다들 좋아해서 재밌게 놀았다"고 했다.
한편 참사가 일어났던 해밀톤 골목 벽면에는 임시 추모 공간이 운영 되고 있었다.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쪽지와 함께 '기억은 힘이 셉니다'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골목을 지나는 시민들은 잠시 멈춰서서 쪽지들을 읽기도 했다.
[서울=뉴스핌] 신정인 기자 = 25일 저녁 6시30분쯤 이태원 참사가 발생했던 골목 임시 추모 공간. 2023.09.26 allpass@newspim.com |
이곳에선 이날부터 '10·29 기억과 안전의 길' 조성이 시작됐다. 유족 측은 다음 달 26일 완공을 목표로 추모 표지판과 게시판 3개, 바닥 명판을 설치할 계획이다.
다만 상인들은 추모 공간 조성에 대해 다소 우려스러운 반응이었다. 해밀톤쇼핑몰에서 담배 가게를 운영하는 이모(66) 씨는 "우리는 무섭다. 그런 얘기 들으면 노이로제가 걸린다"며 "특히 쇼핑몰은 장사 직격탄을 맞았던 곳 아니냐. 마음은 안 됐지만 그분들이 우리 먹여살릴 것도 아닌데..."라고 고개를 저었다.
옷 가게 사장 윤모 씨도 "설치에 대해 상인들의 의견은 묻지 않았던 것 같다"며 "다들 참사에 대해선 안타깝게 생각하지만, 이제 겨우 상권이 조금씩 회복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려스러운 것이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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