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구체, 중국 기업 점유율 70% 넘어
한중 합작사로 공급망 안정화 모색
[서울=뉴스핌] 신수용 기자 = 미국의 인플레이션(IRA) 규제로 대중국 의존도가 높은 배터리 광물 공급망에 우려의 시선이 모이고 있다.
◆ 양극재 원료 무역수지 적자 '억'에서 '조' 단위로 껑충
배터리 양극재. [사진=LG화학] |
6일 업계에 따르면 IRA 시행 이후 배터리 양극재 수출이 크게 늘었지만, 동시에 양극재의 핵심 원료 화합물과 전구체의 대중국 수입도 급증했다.
전구체는 배터리 단가에 40~50%를 차지하는 양극재의 핵심 재료다. 전구체에 리튬과 접착제 등을 섞어 양극재를 만든다. 국내 배터리사의 주력 제품에 쓰이는 삼원계 양극재를 만들 때 쓰는 리튬 화합물인 수산화리튬의 약 84.4%(수입액 기준) 중국산이다.
한국무역협회의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 지침이 우리나라 배터리 공급망에 미칠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올해 상반기 양극재 수출 규모는 74억9000만달러(약9조원)로 지난해 동기보다 66% 증가했다.
양극재 수출이 늘어난 만큼 원료인 전구체와 리튬을 수입량도 증가하면서 무역수지 적자 규모도 커지고 있다. 배터리 생산 필수 광물인 수산화리튬의 대중 무역수지 적자 규모는 2021년 5억5000만달러(약7312억원)였던 것이 2023년 상반기엔 30억2000만달러(약4조원)로 늘었다.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배터리 셀 메이커들은 해외 광물 업체와 장기 공급계약 및 지분투자를 맺는 등 공급망 위기 관리에 나섰다. 이들 기업은 호주, 캐나다, 미국, 칠레 등의 광물 업체들과 손잡고 리튬 등 필수 광물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있다.
◆ 중국 기업과 손잡는 소재사...전구체 내재화 속도↑
전라북도 군산시 새만금국가산업단지 모습. [사진=LG화학] |
배터리 소재사들은 전구체 국내 생산 능력 강화에 나섰다. 전구체 수입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중국과 합작을 통해 전구체 내재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전구체의 국내 생산 비중은 약 13%에 불과하다. 글로벌 전구체 시장에서 중국 기업들의 점유율은 70%가 넘는다. 현실적으로 중국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려운 만큼 합작사 형태로 국내에 공장을 세워 공급 안정화를 이룬다는 방침이다.
LG화학은 세계 최대 코발트 채굴 업체인 중국 화유코발트와 전북 군산 새만금국가산업단지에 전구체 공장을 짓는다. 연간 10만t의 생산 능력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다. 포스코퓨처엠도 화유코발트와 합작사를 설립해 2027년까지 포항 블루밸리국가산업단지 내 26만7702㎡(약 8만 평) 부지에 전구체와 고순도 니켈 원료 생산공장을 건설한다.
에코프로 계열사 에코프로머티리얼즈(옛 에코프로GEM)은 지난 3월 중국 거린메이(GEM), SK온과 새만금에 1조2100억원 규모의 전구체 공장을 짓는다. 이 협약으로 3사는 합작사인 '지이엠코리아뉴에너지머티리얼즈' 설립하고, 연내 공장 착공에 돌입해 2024년 말 1차로 연간 약 5만t의 생산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IRA는 양극재를 배터리 부품이 아닌 핵심 광물과 같은 '구성 소재'로 분류했다. 이 덕분에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한 한국에서 양극재를 생산할 경우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다만 IRA에 따라 미국이 해외 우려 단체(FEOC)의 핵심 광물이나 배터리 부품이 포함된 전기차를 2025년부터 세액공제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는데, 아직 이에 대한 규정이 나오지 않았다. 만약 이를 엄격하게 적용하면 중국 기업과 합작법인이 IRA 수혜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도 있다.
IRA에 따르면 배터리의 원료·부품 요건을 충족한 전기차만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IRA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원재료와 부품의 중국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고성은 한국무역협회 연구위원은 "중국 의존도가 높은 양극재와 전구체의 생산 내재화와 리튬 등 주요 광물의 조달처 다변화를 추진해야 한다"며 "미국 등의 정책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과감하고 선제적 투자전략을 펼쳐야 한다"고 제언했다.
aaa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