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평, '국민의힘 수도권 전멸' 주장했다가 사과
與, 2004~2020년 총선에서 수도권 승리는 한 번
전문가 "차기 총선은 尹 중간 평가"
[서울=뉴스핌] 김가희 인턴기자 = 제22대 총선을 약 8개월 앞두고 국민의힘이 차기 총선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수도권 지역에서 열세를 보일 것이라는 '수도권 위기론'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종합뉴스통신사 뉴스핌 의뢰로 여론조사 전문기관 미디어리서치가 실시한 3차례의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경기, 인천 지역에서는 3회차 모두 민주당이 국민의힘을 크게 앞섰다.
서울 지역에서 양당은 근소한 차이로 엎치락뒤치락하다가 8월 2주차(지난 7~8일) 조사에서는 국민의힘 지지율 34.6%, 민주당 지지율 34.0%로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파악됐다.
민주당 혁신위원회의 연이은 설화 논란과 활동 조기 종료,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 등 민주당 내홍 심화에도 좀처럼 국민의힘이 지지율을 회복하지 못하자 당내에서도 수도권 위기론을 인정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확대당직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3.08.08 leehs@newspim.com |
◆ 신평 발 '수도권 위기론' 점화…수도권 중심으로 인물 없어
지난 3일 KBS 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에 출연한 신평 변호사는 "최근에 국민의힘 쪽에서 여론조사를 실시했는데 그 결과가 국민의힘으로서는 엄청난 공황 상태를 불러올 정도의 결과가 나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 여론조사에서는 국민의힘이 수도권에서는 거의 전멸. 또 전체 의석수에서도 지금 의석보다도 오히려 더 줄어든 참혹한 결과가 나와서 지금 상당히 쇼크를 안겨 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언론을 통해 신 변호사의 발언이 알려지며 여당을 둘러싼 신평 발 수도권 위기론이 빠르게 확산됐다.
국민의힘 미디어법률단은 다음날 공지를 통해 "어제 KBS 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에서 신 변호사가 한 국민의힘 총선 여론조사 관련 발언은 완전한 허위 사실"이라며 "국민의힘은 해당 여론조사를 실시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이에 신 변호사는 지난 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전적으로 본인의 불찰이다.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자신의 발언이 보도된 뒤 국민의힘 핵심 당직자로부터 "수도권에서 국민의힘 국회의원 후보가 거의 전멸한다는 여론조사를 국민의힘에서 결코 실시한 일이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언급했다.
당에서 수도권 위기론을 공식적으로 부인하고 신 변호사도 사과를 표했지만, 윤상현·안철수 등 자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위기론이 되살아났다.
지난 9일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8개월 남짓한 총선에서 수도권 위기론은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윤 의원은 "국민의힘이 이기는 총선을 위해 승부수를 띄워야 한다"며 "인재 영입과 정책발굴에 만전을 기해 경제와 민생을 살리는 집권당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도 같은 날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수도권이) 심각한 위기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수도권을 중심으로 해서 사람이 없다. 그래서 당선될 만한 사람들이 없는 데다가 대부분의 현재 (수도권) 국회의원들이 민주당이다 보니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시민이 그분들과 대항해서 싸우기가 대단히 어렵다"고 강조했다.
◆ 與, 17~21대 총선에서 한 차례 제외하고 다수 의석 확보 실패
일각에서는 국민의힘 지지율이 수도권 지역에서 약세를 보이는 것은 당초 수도권이 대표적인 '험지'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이양수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지난 10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수도권 위기론을 두고 "굉장히 타당한 이야기 중에 하나"라면서도 "그게 새로운 분석이나 갑자기 튀어나온 이야기가 아니고 오래된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이 원내수석부대표는 "사실 우리 당의 경우에는 서울‧경기 수도권을 중심으로 해서 역대 선거에서 이겨본 적이 그렇게 많지 않다"며 "마치 몇몇 지도부가 노력하면 될 것처럼, 인물만 잘 고르면 될 것처럼 (얘기) 하는 것은 다소 부분적인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 역시 "수도권 위기론이 위기론이기보다는 수도권은 항상 어렵다라는 식으로 이해를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권 의원은 지난 10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위기론은 아직은 조금 이르다"면서도 "서울이 정확하게 49개 선거구가 있는데 그중에서 우리가 20개, 한 40% 정도 이상을 이긴 게 2004년 이후에 5번의 선거 중에서 1번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권 의원의 설명대로 지난 2004~2020년 치러진 다섯 차례의 총선을 살펴보면 국민의힘이 수도권에서 강세를 나타냈던 선거는 2008년 선거뿐이었다.
제17대 총선의 경우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은 수도권 전체 의석수 109석 중 33석, 열린우리당(더불어민주당 전신)은 76석을 차지해 열린우리당이 승기를 잡았다.
그러나 지난 2008년 있었던 제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허니문 효과'를 톡톡히 보며 수도권 지역 선거에서 승리했다. 허니문 효과는 정권 출범 초기에 신임 대통령에 대한 기대감을 토대로 여당 지지율이 높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명박 대통령 취임 44일 만에 치러진 제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수도권 총 의석수 111석 중 81석을 차지하며 압승을 거뒀다.
하지만 이후 치러진 제19·20·21대 총선에서 국민의힘의 전신인 새누리당·미래통합당은 연이어 다수 의석 확보에 실패했다.
제19·20대 총선의 경우 새누리당은 각각 수도권 총의석수 112석 중 43석, 122석 중 35석을 차지하는데 그쳤다.
2020년 치러진 제21대 총선에서 미래통합당도 전체 수도권 의석수 121석 중 약 13%에 해당하는 16석만을 가져갔다.
[서울=뉴스핌]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2023.07.18 photo@newspim.com |
◆ 전문가들 "내년 4·10 총선은 尹 중간 평가…핵심은 국정운영 성과 내는 것"
국민의힘 수도권 위기론에 대해 전문가들은 차기 총선은 윤석열 대통령의 중간 평가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내년 총선은 누가 뭐라고 하더라도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중간 평가"라며 "윤 대통령 지지율이 지금 많이 안 좋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래서 내년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이길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보는 것은 합리적인 추론"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다만 두 가지 변수가 있다"며 "윤 대통령이 내년 초에도 지금처럼 지지율이 바닥을 헤매고 있을지가 가장 큰 관건이고, 이재명 대표 리스크가 계속 커지면서 민주당 지지율이 안 좋고 윤 대통령 지지율이 좋아진다면 민주당에서 새로운 인물이 나온다고 해도 (민주당은) 이기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그는 "국민의힘에서 인물난을 이야기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인물난이라고 '호소'하는 것"이라며 "인물의 문제가 아니다. 국민의힘 당 지도부의 리더십,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운영 방향과 성과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도 "총선의 전반적인 구도가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과 연동이 많이 된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도 지향적인 공약, 중도 지향적인 정치 행보를 해야 하는데 윤 대통령은 오히려 최근 들어서 극우로 가고 있어서 환경적으로는 점점 나빠지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 정치평론가는 '국민의힘 당내 분위기'를 두고는 "일각에서 비주류 중심으로 '대통령이 너무 편향적으로 가선 안 된다. 야당과 협치도 하고 중도 지향적인 정책도 내놓고 야당 협조를 받아 국정 성과를 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 목소리가 반영이 안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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