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신정인 기자 송현도 인턴기자 = "양파 1kg에 3000원. 작년에 이 가격이었으면 한 소쿠리 정돈 더 줬을텐데..."
태풍 '카눈'이 지나간 11일 오전 10시쯤 서울 관악구 신림동 신원시장. 폭우·폭염에 이번 태풍까지 기상 여건이 악화되면서 물가 인상도 겹쳐 상인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졌다.
[서울=뉴스핌] 송현도 인턴기자 = 11일 오전 서울 관악구 신림동 신원시장 안. 잇따른 기상 악화에 고물가까지 겹쳐 시민들의 발길이 뜸한 모습. 2023.08.11 dosong@newspim.com |
전날부터 내리는 비로 시민들의 발길이 뜸하자 상인들은 부채질을 하며 상가 앞에 걸터앉아 있었다. 일부 점포들은 아예 문을 닫은 모습. 한 때 시장 통로에 10명 남짓한 시민들이 물건을 살펴봤지만, 얼마 안 가 빈손으로 나가는 모습이 이어졌다.
이곳에서 청과 매장을 운영 중인 조모(50) 씨는 "그나마 청과들은 바구니에 넣어놔서 (태풍) 피해는 크게 없는데 물가가 너무 올랐다"며 "다른 때도 손님 수는 이 정도 수준"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청과 매장을 운영 중인 김모씨 부부는 장마로 상한 과일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포도, 아오리사과, 자두 등 진열된 과일들은 대부분 곳곳에 멍들고 시든 상태였다.
가격표를 본 기자가 "포도 하나에 8000원이냐"고 묻자 김씨는 "요즘 물가를 너무 모른다. 지금 진열된 과일들은 생각보다 싼 편"이라고 답했다.
이어 "옛날에야 다섯송이에 2만원 정도였지 이제 아오리 사과도 5개에 만원 꼴"이라며 "비바람 때문에 과일이 다 떨어지니까 부족해서 올라오지도 못 했다"고 토로했다.
[서울=뉴스핌] 송현도 인턴기자 = 시장의 한 청과물 가게. 자두 한 바구니당 만원에 팔리고 있다. 장마로 상한 과일들도 여럿 보인다. 2023.08.11 dosong@newspim.com |
다가오는 추석도 상인들의 큰 고민이다. 김씨는 "추석 열흘 전에 과일을 발주하는데, 지금 작황이 별로 안 좋아서 물량을 모을 수 있을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조씨도 "추석 땐 야채가 없어서 못 팔 거다. 특히 전류 야채나 제사용 과일은 남는 게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물가 부담은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 전해졌다. 인근 주민 신모 (85) 씨는 이날 장을 보러왔지만 지갑을 열지 못하고 시장을 빠져나왔다. 신씨는 "나들이 겸 장을 보러 나왔는데 고기 가격까지 천정부지로 올라서 살 엄두가 안 난다"며 "이번 추석 때도 선뜻 뭘 준비하기가 힘들 것 같다"고 했다.
주부 추모(64) 씨도 "시장에 올 때마다 비싸지는게 피부로 와닿는다. 반찬 값도 최근 2000원이나 오르더라"라며 "날씨까지 계속 나쁘니까 요즘은 시장에 잘 안 오고 온라인으로 할인 품목들을 산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기상 악화에 따른 물가 인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올해 유독 수해 피해 지역이 많기도 했고 기후 위기가 점점 심해지고 있어 앞으로도 고물가 여파를 피하긴 어려울 것 같다"며 "전세계적으로 피해가 많은 상황이라 수입 물량을 들여오는데도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어려운 사정을 감안 하더라도 중도매업 등 유통 기관에서 소비자가나 물건 출고량을 조절하는 부분에 대해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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