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기 힘들다"며 범행·건장한 남성만 노려
전문가 "약자만 노리는 일반적 범죄 유형과 달라"
'묻지마 범죄' 예방 어려워…호신용품 찾는 시민 ↑
[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송현도 인턴기자 =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30대 조모 씨가 흉기 난동을 벌여 20대 남성 1명이 사망하고 30대 남성 3명이 병원 치료를 받았다. 해당 사건이 다른 사건과 달리 약자가 아닌 젊고 건장한 남성들을 범행 대상으로 삼은 것 등을 두고 전문가들은 "일반적인 범죄 유형과 다르다"고 분석했다.
24일 뉴스핌 취재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조씨가 남성만 골라 범행을 저지른 이유에 대해 "전형적인 '묻지마' 범행 유행은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일반적으로 '묻지마' 범죄는 그 대상이 사회적 약자다. 어린이나 노인, 여성 등 약자를 공격함으로써 목표를 쉽게 수행하고, 그 과정에서 자신이 강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지난 21일 서울 관악구 신림역 인근에서 흉기를 휘둘러 1명을 살해하고 3명을 다치게 한 조모(33)씨가 23일 오후 서울 관악경찰서에서 영장실질심사가 열리는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이동하고 있다. 2023.07.23 leehs@newspim.com |
조씨는 이번 범행에서 젊은 남성을 표적으로 삼았다. 실제 피해자들은 전부 20대, 30대 남성이었다.
이에 대해 이윤호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는 "그런 면에서 보면 여타 묻지마 범죄하고는 좀 다르다"라며 "대부분의 우리나라 묻지마 범죄는 표적을 약한 사람으로 삼는다. 그런데 이번 일은 그런 전형적인 범행 유형의 것은 아니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남성이 자기 경쟁자일 수 있다"고 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또한 남성을 자기 경쟁자로 인식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남성만 공격한 이유는) 피의자의 결핍을 시사한다"며 "(남자들이) 사회적인 적응을 잘 하고 여자친구도 있는 등 결국 내가 안 가진 걸 갖고 있으니까 그게 못마땅하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피의자의 범행 동기가 말도 안 되는 자기 연민이라며 피의자가 '반사회적인 면모'를 지니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수정 교수는 "이유도 되지 않는 걸 지금 이유라고 주장하면서 '본인만 살기 어려웠다' 이런 소리를 하고 있는데 피해자도 전부 넉넉한 사람들은 아니었다"라며 "자기 연민에 매몰되어서 본인 얘기만 하고 있다. 엄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해당 사건으로 인해 숨진 20대 피해자 유족에 따르면 피해자 김씨는 암으로 세상을 떠난 어머니와 외국에서 일하는 아버지를 대신해 중학생 동생을 돌봐온 실질적인 가장이었으며 과외 등으로 학비와 생활비를 벌어온 모범생이었다. 사건 당일에도 저렴한 원룸을 구하기 위해 신림동을 찾았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지난 21일 서울 관악구 신림역 인근에서 조모(33)씨가 흉기를 휘둘러 1명을 살해하고 3명을 다치게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22일 살인·살인미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23일 신림역 인근에 마련된 추모공간에서 시민들이 고인을 애도하고 있다. 2023.07.23 leehs@newspim.com |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남들이 어떻게 살고 얼마나 힘들게 사는지 그런 건 잘 모르기 때문에 자기 인생이나 자기 삶이 다 어렵고 힘들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것들이 전형적으로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이 자기의 범죄 행동에 대해서 정당화하고 합리하고 핑계를 대는 그런 논리"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경찰은 조씨를 상대로 사이코패스 진단검사(PCL-R)를 하는 등 범행 경위와 배경을 구체적으로 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사이코패스가 맞을 것"이라면서도 "책임을 전부 개인의 정신적인 질환의 문제로 몰아가면 형사 정책과 경찰이 무슨 필요가 있겠느냐"라며 해당 용어에 매몰돼서는 안된다고 조언했다.
한편 이번 사건으로 인해 '묻지마' 범죄에 대한 시민들의 공포가 증폭되고 있다. 사건 다음 날 호신용품을 찾는 시민이 부쩍 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묻지마 범죄를 미리 예방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진단했다. 곽 교수는 "(예방은) 거의 불가능하다. 제도적으로도 막기 쉽지 않다"며 "우리 사회 곳곳에 시한폭탄 같은 사람들이 숨겨져 있는데 언제 어디서 터질지 알 수 없다"고 했다.
곽 교수는 그러면서 "단지 이런 범죄가 발생할 수 있는 시간과 장소의 노출을 가능한 줄이고 조금이라도 조짐이 있으면 그 장소를 벗어나는 노력을 하는 것 정도가 전부"라고 했다.
mky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