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연극 '나무 위의 군대'가 참혹한 전쟁과 공포가 인간에게 미치는 해악을 폭로하며 반전(反戰) 메시지를 전한다.
LG아트센터 U+씨어터에서는 연극 '나무 위의 군대'가 오는 8월 5일까지 공연 중이다. 대중에게 친숙한 배우 손석구, 최희서가 원캐스트로 열연하는 가운데 이도엽, 김용준이 합세해 심플하면서도 밀도 높은 3인 연극을 선보인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연극 '나무 위의 군대' 공연 장면 [사진=엠피엔컴퍼니] 2023.06.30 jyyang@newspim.com |
◆ 일본 실화 바탕 '반전' 연극…손석구·최희서·이도읍의 살아있는 호흡
연극 '나무 위의 군대'는 1945년 4월 태평양 전쟁의 막바지 오키나와에서 일본의 패전도 모른 채 1947년 3월까지 약 2년 동안 가쥬마루 나무 위에 숨어서 살아남은 두 병사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신병(손석구)은 오키나와 섬을 지키기 위해 자원입대했고 상관(이도엽)은 전쟁의 판세와 섬의 운명을 알고 있다. 나레이터로 등장하는 여자(최희서)는 1인 다역을 함께 맡아 관객들에게 서사를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손석구가 연기한 신병은 저의가 없고 순진한 인물이다. 상관에게 복종하고 부당하게 느껴지는 지시를 따르면서도 그의 진심을 믿으려 노력하고 딴 짓을 하지 않는다. 의심이 찾아오는 순간, 참지 못하고 던지는 질문 속에는 이 연극의 메시지가 곳곳에 숨겨져있다. 나무 위에서 적군이 버린 물건과 음식으로 연명하며, 비참함과 분노, 안락함, 안도감을 오가는 감정 연기를 섬세하게 펼쳐낸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연극 '나무 위의 군대' 공연 장면 [사진=엠피엔컴퍼니] 2023.06.30 jyyang@newspim.com |
상관 역의 이도엽은 권위적이지만 생각이 많은 인물이다. 전쟁의 명분을 내세우는 그는 이미 모든 대의를 잃었음을 애써 인정하지 않는다. 설사 인정하더라도 신병에게 숨긴다. 나무 위의 생활이 끝나기를 바라지만, 패전을 인정할 수 없는 양가적인 감정을 표현한다. 최희서는 여자 역을 맡아 관객의 이해를 돕는다. 때때로 섬뜩하게 느껴지는 무표정과 천진난만하게도 보이는 배역 연기가 그의 배우로서 내공을 실감하게 한다.
◆ 인간을 고려하지 않는 전쟁의 무용성…'수치심'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나무 위의 군대'의 무대는 이 연극이 실화라는 걸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판타지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무대를 가득 채운 나무 줄기와 전쟁 속 교전을 피해 나무에 올라온 두 병사는 지원 병력을 기다린다. 전우와 고향의 풍경, 모든 희망조차 잃어버린 두 병사는 짠하게 느껴지지만 어떻게든 살아남는다. 생존을 위한 모든 행동에 큰 명분은 필요없다. 적군이 남긴 음식과 담요로 버티는 굴욕도 잠시, 전쟁의 참혹함은 수치심과 모든 의지를 잃게 한다. 전쟁 앞에 한없이 무력한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들이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연극 '나무 위의 군대' 공연 장면 [사진=엠피엔컴퍼니] 2023.06.30 jyyang@newspim.com |
극 후반부에 충격적인 진실이 밝혀지면서, 모두의 말문이 막힌다. 나무 아래로 내려가도 될 지, 이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신병과 상관에게 승전과 패전의 의미는 도대체 무엇인지.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과거와 변해버린 강산을 바라보며 두 사람은 '전쟁의 무용성'을 뼈아프게 깨닫는다. 전후 패전국이었던 일본의 입장에서 더욱 공감될 '수치심'이라는 감정이 피해국인 국내 정서에 쉽게 와닿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인간과 인간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전쟁의 폐해는 모두에게 충분히 전달된다.
jyy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