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단계에서 인간 개입 없이 독자적 발명 못해"
"정책적·기술적 제도 개선으로 해결해야"
[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사람이 아닌 인공지능(AI)이 발명가 지위를 인정받을 수 있을까. 대한민국 법원은 '그럴 수 없다'고 판단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이주영 부장판사)는 30일 미국 인공지능 개발자 테일러 스티븐 엘이 특허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특허출원 무효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앞서 테일러 스티븐 엘은 지난 2021년 5월 자신이 개발한 인공지능 '다부스(DABUS)'가 발명한 식품용기와 램프 장치 등 2건에 대해 특허 출원을 했다.
특허청은 테일러 스티븐 엘이 특허 출원 성명란에 사람 이름이 아닌 인공지능 명칭을 기재한 것이 양식에 맞지 않는다며 보정 요구를 했다.
그러나 테일러 스티븐 엘은 '인공지능 다부스가 발명품을 자체적으로 개발했다'며 보정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결국 특허청은 특허 출원에 대해 무효처분을 내렸다. 그러자 테일러 스티븐 엘은 해당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이 사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과 서울가정법원. 2022.01.14 pangbin@newspim.com |
법원은 특허청의 손을 들어줬다. 쟁점은 ▲특허 출원서에 자연인이 아닌 인공지능을 발명가로 기재할 수 있는지 ▲인공지능이 한 발명에 대해 보호받을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지 않은 채 보정 명령을 한 것이 과연 정당한 것인지 등이었다.
재판부는 "국내 특허법에 따르면 발명가에게는 발명과 동시에 특허에 대한 권리가 귀속된다"며 "법령상 자연인이 아닌 인공지능은 물건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아 특허에 대한 독자적인 권리 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현 단계에서 인공지능은 인간의 어떠한 개입 없이 독자적으로 발명할 수 있는 기술적 수준을 갖췄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 사건 다부스의 발명에도 상당 부분 인간의 기여가 확인된다"며 특허 출원인으로 사람이 아닌 인공지능 명칭을 기재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인공지능을 발명가로 표시하는 것을 허용한다고 하여 발명이 더 적극적으로 이뤄진다고 보기는 어려운 반면 소수 기업의 인공지능 기술 독점에 따른 법적인 책임문제 등에 있어 상당한 우려가 공존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인공지능을 발명가로 인정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기술이나 산업 발전에 반드시 기여할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향후 인공지능을 독자적 발명가로 인정할 것인지 여부는 정책적, 기술적 고려에 따른 제도 개선을 통해 해결할 문제"라며 "현재의 법체계 내에서 피고가 발명가를 자연인으로 보정하라고 한 후 별다른 대안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하여 그것이 부당하다고 볼 수는 없다.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므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한편 테일러 스티븐 엘은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 16개국에 국제특허를 출원했는데 미국과 독일, 영국 등에서도 인공지능을 발명가로 인정하지 않는 처분이 내려져 관련 소송이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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