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SAF 생산 시설 '0' 전량 수입 의존해
국내 SAF 규제·혜택 無
SAF 사용 의무화 2년 남아
[서울=뉴스핌] 신수용 기자 = 세계적으로 탄소중립 기조가 강해지면서 지속가능 항공유(Sustainable Aviation Fuel·SAF) 시장이 활짝 열리고 있지만 정부와 국내 정유 업체들의 대응은 걸음마 수준이다.
정부는 2027년 SAF 공급을 목표로 한다. 2025년 시행되는 유럽연합(EU)의 규제 정책이 이미 본격화 된 후다. 이미 SAF 사용을 의무화 국가도 여럿이다.
급유기. [사진=픽사베이] |
24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 GS칼텍스, HD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 4사 중 SAF 상용화 단계에 이른 곳은 한 곳도 없다.
SAF는 우리나라가 일반적으로 수출하는 화석연료 기반의 항공유와 달리 옥수수·사탕수수·폐식용유 등에서 얻은 원료를 발효시켜 생산한 친환경 항공유다. 이를 사용하면 항공기에서 나오는 탄소 배출량이 크게 줄어든다.
EU는 2025년부터 역 내에서 사용하는 모든 항공유에 SAF를 섞어(2%) 쓰도록 규정했다. 2050년에는 그 비율을 63%로 늘린다. SAF를 섞지 않은 원료로 움직이는 비행기는 유럽 공항을 이용에 제한이 따른다. 프랑스, 노르웨이와 스웨덴은 이미 SAF 혼합 의무화제도를 시행 중이다. 노르웨이는 2020년부터 0.5% 혼합 의무 시행 중이고, 스웨덴은 2021년 0.8%에서 매년 증가해 2030년에는 27%까지 높인다.
SAF 항공유를 수입해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 오고 있는 셈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20년 원료량으로 SAF 생산 시 2050년 항공연료 수요량의 1.3%밖에 생산하지 못한다. 결국 대부분 수입산 SAF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항공유는 지난해 미국에 4조원을 수출하는 효자 상품이다. 페트로넷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한국이 미국에 수출한 화석연료 기반의 항공유는 1463만배럴이다. 금액으로는 약 15억달러(약 1조9569억원)로 전체 수출 물량의 3분의 1을 넘는 약 37%를 차지한다.
현재 SAF 사용이 의무화된 국가의 공항을 이용하는 비행기는 SAF 전량을 수입하는 실정이다. 대한항공은 글로벌 에너지 기업인 쉘(Shell)에서 오는 2026년부터 아시아·태평양 및 중동 지역의 공항에서 우선적으로 SAF를 받는다. 현재는 다른 외국계 회사에서 SAF를 공급받고 있다.
조성배 대한항공 자재 및 시설부문 총괄 전무는 "바이오항공유는 항공부문 탄소 감축을 위한 핵심 수단이지만 국내외 정책과 규제, 수요와 공급 등 다양한 변수에 큰 영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부처님오신날 연휴를 하루 앞둔 지난 5월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내선 청사가 여행객들로 붐비고 있다. 2023.05.26 mironj19@newspim.com |
친환경 항공유로 시장의 판세가 바뀌고 있지만, 정유업계는 여전히 화석연료 기반의 항공유 수출에만 매달리고 있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SAF와 같은 글로벌 바이오 원료 시장은 2050년까지 2배 이상 증가할 전망이다. 특히 항공·해운 분야의 친환경 원료 수요는 3~4.5배로 대폭 증가한다는 분석이다.
미국과 유럽에선 이미 SAF를 생산하는 기업도 있지만 한국 기업 중 이를 상용화 수준으로 생산할 수 있는 곳은 없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10월 울산에서 열린 60주년 간담회에서 2027년까지 울산콤플렉스(CLX)에 친환경 항공유 생산을 위한 공정을 신설하겠다고 밝혔지만 구체적 일정은 미정이다.
SAF 관련 설비 증축과 생산 등 구체적 상용화 방안을 마련한 기업은 HD현대오일뱅크가 유일하다. HD현대오일뱅크는 충남 서산 공장 내에 친환경 항공유 생산 공장 건립을 검토 중이다. HD현대오일뱅크는 오는 2025년 상반기까지 바이오항공유 제조 공장을 완공하고 연간 50만톤(t)을 생산할 계획이다.
GS칼텍스는 대한항공과 바이오항공유 실증 추진 업무협약(MOU)을 29일 체결했다. 이번 실증은 최근 정부가 발표한 바이오항공유 실증연구 추진 계획에 따라 이뤄졌다. HD현대오일뱅크도 대한항공과 2021년 SAF 관련 MOU를 체결했다.
정부는 SK에너지, GS칼텍스, S-OIL, HD현대오일뱅크, 한화토탈에너지스와 SAF 실증연구에 나선다고 28일 밝혔다. 하반기부터 국제 운항 항공기에 각각 수입산 SAF를 넣고 시범 운항할 예정이다. 아직 우리나라 기업이 만든 국산 SAF가 없기 때문이다. 산업부는 실증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품질기준을 마련하는 등 신규 바이오연료의 국내 상용화를 위한 법·제도 기반을 정비할 예정이다.
각국 정부는 SAF 시장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IRA)에 따라 현지에서 혼합·급유하는 SAF에만 세액공제 혜택이 주어진다. 뉴스핌이 분석한 IRA 조문엔 2023년 12월 31일부터 2024년 말까지 미국에서 주유한 SAF 혼합물에 갤런(gal·1배럴은 약 42gal)당 최소 1.25달러에서 최대 1.75달러의 세액공제를 해준다는 내용이 담겼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SAF는 일반 항공유보다 3배 이상 가격이 높아 손익구조가 맞지 않는 구조에서 정부 차원의 지원책이 미비하다"며 "미국이나 유럽처럼 이를 강제하거나 세제 혜택을 주는 정책도 없어 SAF 관련 사업의 움직임이 제한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aaa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