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브 작년 적자 1213억원...고사 위기 처한 OTT들
"넷플릭스, K콘텐츠 저변 확대 투자 정부가 유도해야"
[서울=뉴스핌] 김지나 조수빈 기자 =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 그늘에서 지난 2019년 출범한 웨이브를 비롯해 왓챠, 티빙 등 토종 OTT들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OTT의 경쟁력은 독점 오리지널 콘텐츠인데, 넷플릭스가 K-콘텐츠에 큰 돈을 풀며 자금력이 되지 않는 토종 OTT들은 플랫폼 경쟁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
우려스러운 점은 토종 OTT들이 활로를 찾지 못 해 결국 고사하게 될 경우, 글로벌 OTT 플랫폼이 국내 시장을 독점하게 돼 K-콘텐츠의 저변 확대가 어려워질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에 K-콘텐츠 저변 확대를 위해 정부가 실효성 있는 지원에 나서는 한편, 관련 넷플릭스 투자를 유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넷플릭스 그늘] 글싣는 순서
1. 수익 배분 1조원 vs 20억원?…IP 보호가 어렵다
2. 망 이용대가 다툼은 '쉬쉬'…업계 '부담'
3. "외주 제작사+토종 OTT 묶음 지원 필요"
◆ 토종OTT 3사 지난해 영업손실 총 3000억원 육박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왓챠, 웨이브, 티빙 등 국내 토종 OTT들은 모두 적자를 냈다. 지난해 1213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웨이브는 전년 대비 적자 폭을 2배 이상 키웠다. 티빙 역시 지난해 1191억원의 영업손실을 냈고, 전년 동기 대비 적자 폭은 2배에 육박한다. 왓챠 역시 2021년 248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데 이어 지난해 555억원의 영업손실로 손실 규모를 키웠다.
토종 OTT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이유는 1위 사업자만 살아남는 플랫폼 사업자의 특수성도 있지만, 글로벌 플랫폼 대비 OTT 플랫폼 경쟁력이 되는 콘텐츠 투자 여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한 OTT 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가 OTT 플랫폼과 콘텐츠 사업 확장에 일조한 것은 맞지만 거대 자본력으로 제작 시장 유통, 구매까지 장악하고 있다"면서 "절대적인 1위를 넷플릭스가 차지하고 국내외 업체는 나머지 파이를 두고 한꺼번에 경쟁해야 하는 구도"라고 전했다.
이종관 법무법인 세종 전문위원은 "토종 OTT들이 겪는 근본적인 어려움은 넷플릭스 자본의 문제가 가장 크긴 하겠지만 글로벌 송출 능력도 무시할 수 없다"면서 "티빙이나 웨이브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가 400~500만 정도라면 넷플릭스는 스케일이 다르다. 오징어게임과 같은 콘텐츠가 또 나와준다면 MAU를 최대 2억명까지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이 있으니, 제작사나 기획사, 배우, 작가까지도 다 넷플릭스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유럽에선 넷플릭스를 비롯해 글로벌 OTT 사업자가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유럽 OTT 시장의 글로벌 OTT 사업자 점유율이 80%에 육박한다. 반면 한국의 경우 아직까진 넷플릭스 점유율이 38%(공정거래위원회 집계 기준)이고, 티빙과 웨이브가 각각 18%, 14% 씩 점유하며 점유율 면에선 선방하고 있다.
◆ K-콘텐츠 5000억원 지원 나선 정부..."정부 주도, 넷플릭스와 협상력 키워야"
이에 정부는 지난 15일 IBK기업은행, IPTV 3개사(KT·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와 손잡고 K-콘텐츠에 50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 사업자의 공세에 어려움을 겪는 국내 콘텐츠 사업자들에게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업계에선 넷플릭스가 K-콘텐츠에 투자하는 규모에 비해선 지원금이 미미한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넷플릭스는 2021년 K콘텐츠에 5000억원을 투자했고, 2022년엔 8000억원 이상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제작사 업계 관계자는 "넷플리스 투자액 기준으로 봤을 땐 5000억원이란 정부 투자액수는 미미한 수준"이라고 말하는 한편 "만약 이 지원금을 제작사 쪽으로만 지원하게 될 경우 플랫폼 사업자의 편성을 받는 것이 어려울 수 있는 만큼, 외주 제작사와 토종 OTT를 하나로 묶어 지원하는 방향이 효율적인 지원책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K-콘텐츠 투자 계획을 발표한 넷플릭스가 실질적으로 K-콘텐츠 발전을 위한다면, 콘텐츠 저변 확대를 위해 기금 조성 등의 방식으로 지원책을 내 놓을 수 있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린다.
실제로 프랑스의 경우 글로벌 OTT 서비스가 자국에 들어올 경우, VOD 서비스 등으로 거두는 수익의 25%를 자국 콘텐츠에 무조건 투자할 것을 법안으로 의무화하고 있다.
김희경 미디어미래연구소 연구위원은 "넷플릭스의 협상은 사실상 사업자들이 할 수 있는 영역은 아니기에 정부가 나서야 한다"며 "프랑스가 강력한 제재를 할 수 있는 것도 규제 차원에서 시작한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협상력을 키워나가기 위해서 넷플릭스에 자체 수위 조절 요구, 자율 심의 규제 등의 요구사항부터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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