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스턴=뉴스핌] 고인원 특파원= 러시아 측이 우크라이나의 소행이라고 주장한 크렘린궁에 대한 드론 공격이 향후 전개될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격을 정당화하려는 러시아의 '가짜 깃발' 작전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 3일(현지시간) 크렘린궁은 "어젯밤 우크라이나 정부가 드론으로 크렘린궁을 공격하려고 시도했다"며 공격용 드론 2대가 크렘린궁을 공격했으나 러시아군과 특수부대가 무력화했다고 밝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 점령지인 남부 헤르손주 드네프로 부대를 방문한 모습. 사진은 러시아 크렘린궁 제공의 동영상 캡처. [사진=러 크렘린궁 제공] |
또한 크렘린궁은 이번 시도를 푸틴 대통령에 대한 우크라이나 측의 암살 시도로 규정했으며, 4일에는 한발 더 나아가 미 정부가 이번 공격의 배후에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는 제공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가 이번 사건과의 관련성을 부인한 가운데, 미국 CNBC는 전문가들의 발언을 인용해 이번 사건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대규모 테러 공격을 계획하고 있다는 신호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의 애널리스트들은 "러시아는 자국민에게 전쟁의 명분과 향후 추가 징병의 필요성을 설파하기 위해 이번 공격을 일으켰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ISW는 러시아가 최근 수도인 모스크바를 비롯해 국내 방공능력을 강화해 온 만큼 드론이 겹겹의 방공망을 뚫고 크렘린궁 바로 위에서 폭발하는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될 가능성은 "극도로 희박하다"고 꼬집었다.
또한 크렘린궁이 드론 공격을 당한 것이라면 이처럼 즉각적이고 조직적인 반응을 내놓기 힘들었을 것이라며, 이번 공격은 정치적 효과를 기대하며 사전에 계획된 것일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크렘린궁이 자작극을 벌인 것이라면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자국민의 관심을 끌어올리고 징병 등 사회동원을 준비하기 위한 목적일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이다.
서방 관료들도 이번 공격의 배후에 우크라이나가 있다는 러시아 측의 주장에 의구심을 표시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러시아의 주장이 검증되지 않았으며, 상당한 의심을 가지고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영국의 러시아 안보 전문가 마크 갈레오티 교수 역시 자신의 트위터에 "사람들이 이 사건을 푸틴 암살 시도로 말하는 것을 멈춰야 한다"면서 "푸틴은 크렘린궁에 거의 가지 않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하룻밤을 묵기는커녕 이른 아침 회의 등의 예정된 일정도 없었기 때문에 푸틴이 그날 크렘린궁에 있을 것이라고 가정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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