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지난 1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사칭한 러시아 코미디언들에게 속아 직접 전화 통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27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러시아 코미디언 블라디미르 쿠즈네초프와 알렉세이 스톨랴로프는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사칭해 파월 의장과 영상 통화를 했다.
이날 러시아 국영 방송이 공개한 발췌본에 따르면 파월 의장은 젤렌스키 대통령을 사칭한 러시아 코미디언이 미국의 통화 정책과 경제 및 인플레이션 전망에 관한 일반적인 질문을 하자 정중하게 답변했다.
당시 통화에서 파월 의장은 지난 1년간의 금리인상이 경기둔화 내지 경기침체를 일으킬 가능성을 인정하기도 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사진=블룸버그] |
러시아 통신사들은 파월 의장이 서방의 제재 타격을 최소화한 엘비라 나비울리나 러시아 중앙은행장을 '대단히 유능하고 성공적인 테크노크라트'라고 극찬하면서, 그의 노력 등으로 미국의 제재가 기대했던 것만큼 뼈아프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유력 인사들을 사칭한 이들 코미디언 듀오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지지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준 대변인은 파월 의장이 지난 1월 자신을 우크라이나 대통령이라고 주장하는 누군가와 통화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이 어려운 시기에 우크라이나인들에 대한 지지 차원에서 이뤄진 화기애애한 대화였을 뿐 민감하거나 기밀에 해당하는 정보를 논의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NYT는 파월 의장과의 이번 화상통화 영상 편집본이 현재 인터넷 상에 떠돌고 있으며, 연준은 영상 진의를 확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해당 통화에서 파월 의장의 답변이 당시 기자회견 등 공개 석상서 내놓았던 발언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유력 인사를 사칭한 이들 코미디언들은 파월 의장을 비롯해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 등과도 통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