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피하려 입영 연기 후 정신과 진료→4급 판정
"장기간 허위·과장 진술로 진료, 죄질 좋지 않아"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수년간 정신질환을 위장해 병원 진료를 받은 뒤 병역 감면을 받은 20대가 1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10단독 강민호 부장판사는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28)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8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했다.
법원 로고[사진=뉴스핌DB] |
A씨는 2015년 11월 신체등급 3급 현역병 입영대상 판정을 받았다. 그는 경제활동을 하고 여자친구와의 관계를 유지할 목적으로 입영을 연기한 뒤 우울증 등을 이유로 정신과 진료 후 2020년 7월 4급 사회복무요원 소집대상 판정을 받아 병역의무를 감면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A씨에 대한 병역판정검사를 한 의사는 '지능에 대해 5급 면탈 시도가 충분히 의심되고 진료내용의 진위 여부 확인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소견서를 작성했고 서울지방병무청이 2020년 6월 병역면탈 의심자 조사를 의뢰하면서 A씨의 범행은 드러났다.
A씨는 취업과 자격증 취득 등 자기계발을 이유로 병역이행을 연기했으나 2018년 8월 병무민원상담소에서 더 이상 입영일자 연기가 어렵다는 답변을 들은 직후부터 정신과 진료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A씨는 2018년 8월~2019년 11월 B병원에서 33회에 걸쳐 정신과 진료를 받고 C회사에 허위 취업해 재차 입영을 연기한 다음 2020년 5월~2021년 1월 D병원에서 정신과 진료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진료과정에서 학창시절 때부터 대인 관계가 원만하지 못했고 현재도 사회적·경제적 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취지로 의사에게 이야기했으나 강 부장판사는 "피고인의 학생생활기록부 기재와 출입국 내역, 신용카드 사용내역 등과 진료 당시 진술 내용을 비교해보면 피고인의 진술은 상당 부분 허위이거나 과장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했다.
강 부장판사는 A씨가 의사에게 집에만 있었다고 한 기간에 해외여행을 다녀오거나 여자친구와 장래 계획에 대한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해외여행 계획을 세우고 모르는 사람과 수차례 물품 거래도 한 사실에 주목했다.
또 A씨와 여자친구가 병역감면을 위해 상당한 정신과 진료 내역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알고 있었던 점, 병역판정 재검사 통지를 받고 중단했던 정신과 진료를 다시 시작한 점, 그 과정에서 여자친구와 '지능이 떨어지면 4급을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나누고 실제 지능검사에 제대로 임하지 않은 점 등도 허위 진료 판단의 근거로 삼았다.
강 부장판사는 "피고인은 병역의무를 감면받을 목적으로 장기간 허위 또는 과장된 진술로 정신과 진료를 받고 심리검사 등에 제대로 임하지 않는 등 속임수를 썼다"며 "그 내용, 수법, 경위를 볼 때 죄질이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다만 A씨가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점과 A씨의 나이, 성행, 환경, 범행 동기와 수단 및 결과, 범행 후 정황 등 양형조건을 종합해 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shl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