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B 파산 이후 금융 시장 곳곳서 '경색' 신호 급증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을 시작으로 크레디트스위스(CS)로까지 은행권 위기가 확산되면서 초래된 시장 혼란 덕분에 중앙은행들이 의도했던 금리 인상의 효과가 어느 정도 나타나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긴축 종료 시점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21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은 분석기사를 통해 은행권 위기로 인해 최근 금융 여건이 상당히 타이트해졌다면서, 일각에서는 긴축 조기 종료 관측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금융 여건은 경제 내 자금조달 여건을 보여주며, 이는 기업과 가계의 지출, 예금 및 투자 계획에 영향을 준다.
역대급 인플레이션을 우선적으로 잡아야 하는 연방준비제도(연준)와 같은 중앙은행들은 이러한 금융 여건을 경색시켜 수요를 억눌러야 하는 상황인데, 최근 은행위기가 불거진 뒤로 금융 여건이 타이트해지면서 이러한 긴축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SVB 주가 움직임 [사진=블룸버그] 2023.03.22 kwonjiun@newspim.com |
◆ 금융 여건 '타이트' 신호 곳곳에
로이터통신은 은행 위기가 확산되는 사이 금융 여건이 타이트해졌다는 신호들이 넘쳐난다고 강조했다.
SVB 파산 사태가 불거진 뒤 채 2주가 지나지 않은 시간 동안 미국 은행주들의 주가만 15% 넘게 빠졌고, 부실 기업들의 차입 비용은 뛰고 미국 채권의 리스크 프리미엄도 2020년 5월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대형 사모펀드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의 토스텐 스록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금리를 올린 뒤로 금융 여건이 가장 타이트해졌다"면서 머니마켓과 회사채, 주식시장 움직임을 토대로 금융 여건을 보여주는 블룸버그 미국 지수가 2020년 3월 이후 가장 타이트한 움직임을 보였다고 강조했다.
지난 3월 9일 이후로 미국 정크본드의 신용 스프레드는 무려 88bp가 확대됐고, 유럽 은행주의 경우 UBS의 CS 인수 소식이 전해진 뒤에도 낙폭은 11% 정도로 컸다.
또 은행 및 금융기관들이 발행한 채권 리스크 프리미엄도 뛰었는데, 미국에서는 56bp, 유로존서는 76bp가 급등했다.
ABN암로 선임 이코노미스트 빌 디바이니는 "시장 변동성이 앞으로 수일 내지 수 주 동안 줄어든다 하더라도 금융 여건은 타이트한 상황을 지속할 것 같다"고 판단했다.
그는 이어 "이러한 여건이 실물 경제에서 연준의 긴축 정책이 기대했던 효과를 일부 만들어 냄으로써 추가 통화정책 긴축 필요성은 줄어들 수 있다"며 연내 연준 금리 인하의 배경이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사진=블룸버그] 2023.03.22 kwonjiun@newspim.com |
◆ 금리 판단은 '오리무중'
통신은 그러나 연준의 금리 최종 판단에 대한 전망은 여전히 안갯속이라고 지적했다.
골드만삭스는 이번 은행권 위기를 계기로 은행 대출 기준이 타이트해지면 미국 경제 성장률도 올해 0.25~0.5%p 정도 위축될 수 있고, 이는 25~50bp 정도의 연준 금리 추가 인상 효과와 맞먹는다고 주장했다.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 수석 이코노미스트 토스텐 슬록은 최근 은행 위기로 타이트해진 금융 여건은 연준이 정책 금리를 1.5%p(150bp) 올린 것과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또 다른 일각에서는 유동성이 줄어든 상황에서 시장 움직임이 왜곡됐을 수 있다면서, 시장 상황만으로 금융 여건을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TS 롬바르드 담당이사 다리오 퍼킨스는 최근 시장 혼란이 중앙은행들의 금리 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끝까지 알 수 없다면서 "중앙은행들은 제대로 된 통화 긴축이 어느 정도인지도 감을 잃었다"고 말했다.
퍼킨스는 소형 은행들이 대출을 제한하면서 앞으로 중소기업 경영에 큰 영향을 줄 수 있고, 이를 통해 인플레이션 억제 효과가 나타날 수는 있으나 동시에 불필요한 고난도 수반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당장 22일 마무리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를 두고도 엇갈린 전망들이 계속되고 있다.
선물시장은 25bp 인상 가능성을 80% 넘게 보고 있으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금리 동결 주장도 계속해서 제기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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